1974년 10월에 「로마」에서 개최되는 주교대의원 대회는「현대세계의 복음화」를 주제로 정하고 그 비서실에서는 각국 주교회의에 주제에 관한 계획서를 내놓았다. 이 계획서가 내 생각으로는 주제에 관한 체계적인 진술이 아니라 주교 신부 평신자 그리고 전문가들이 서로 협조해 가며 공부하도록 마련한 길잡이에 불과하다. 각국 주교회의는 이 공부의 결과를 1974년 2월 28일까지 주교대의원 비서실에 보내게 되어있다. 비서실은 이를 종합한 다음 각 대의원에게 보내고 대의원 대회의 토의자료로 삼을 것이다.
이제 대의원 비서실에서 「복음화」를 주제로 삼게 된 이면에는 몇 가지 두드러지는 현대의 특수사정이 있을 것이다. 이를 내 나름대로 요약해보겠다.
첫째 현대는 사람들의 소망이나 군중심리나 정치사회 구조면에 있어 나날이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뀌고 변화하는 세상일찌라도 주님의 부르심은 계신 것이며 이러한 세상 안에도 영신계, 초월계로 향하는 길은 뚫려있는 것이고 이 길을 똑바로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
둘째 예수님을 전하고 사람들을 구원하는 그의 메시지의 전파는 말씀을 선포하는 것과 생활을 통한 증거가 하나가 되므로 이룩된다는 점이다. 현대인은 특히 정의, 평화, 사랑 등에 대한 심각한 느낌을 갖고 있으며 사람들의 일치와 공동체를 통한 인간상호간의 강한 유대를 아쉬워한다. 교회는 이상의 가치들을 더욱 빛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며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만나야 하며 그 양상은 어떠해야 하는지 또 교회의 가르침과 활동 사이에 일어나는 온갖 종류의 갈등을 명철하게 분석할 필요를 느낀다.
셋째 오늘날의 복잡한 사회현상을 놓고「복음화」라는 말마디를 어떻게 알아들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특수지역과 환경에 따라 「복음화」의 정의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정의가 여러 개 있다면 이들 사이에 있는 연관성이나 연결선을 규명해야 한다. 구원의 메시지가 어떤 사회 안에서도 확고한 신빙성을 확보하려면 현대인들이 바라는 정의나 평화를 이룩하면서 인간을 구원하는 이른바 모든 선의의 사람들에게 복음이 되어야 한다.
넷째 현대인은 누구나 폭넓은 발전을 이룩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발전이 경제적 테두리를 벗어나 정신적 가치증전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확실한 사실이다. 경제적 발전에만 주력하는 체제는 언제나 빈부의 격차를 혹심하게 만들고 독재를 낳는다는 것은 이제와서는 하나의 경험적 진리로 되어있다. 이제 교회는 「현대세계의 복음화」라는 커다란 제목을 내놓고 새로운 방향제시를 하기에 이르렀다.
「복음화」란 말마디로 오늘날 우리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여기서 감추려 보겠다.
㉠ 창조주이시며 구세주이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어떻게든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든 활동을 지칭할 수 있다.
㉡ 그리스도께서 지향하신대로 교회가 성립되고 확장되기 위한 사제적 예언적 또는 왕권적 모든 활동을 말할 수도 있다.
㉢ 가장 보편화된 뜻으로는 복음을 선포하고 설명해서 생활한 신앙이 외교인들에게 생겨나고 신자들에게는 이 신앙이 성장하도록 하는 전교나 교리 강의 또는 설교 같은 활동을 일컫는다.
㉣ 처음으로 외교인들에게 복음을 고해서 신앙이 그들의 마음속에 싹트도록 하는 외교인들에 대한 전교적 활동 즉 케릭마같은 국한된 뜻으로도 「복음화」라는 말마디가 쓰여질 수 있다. 지금까지 열거한「복음화」의 여러 가지 뜻은 서로 깊이 관련되고 따라서 여기에 지적된 활동들도 전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복음화」의 뜻을 조금씩 다르게 이해하므로 토론의 여지는 있고 또 명확하게 해두어야 하는 점도 많겠으나 주교대의원 비서실이 내놓은 계획서에서는 셋째 뜻 즉 교회가 신앙을 일으키고 설명하고 키우기 위한 활동을 「복음화」라는 말로 지적하고 있다. 비서실은 이 기회에 각 지방교회가 성공한 점 미비한 점 또는 필요로 하는 점 등을 전체교회의 각 부서가 깨닫게 되기 위해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모든 체험들을 교황청과 주교회의 상호간에 알리는 제도가 생겨 하느님 백성 전체의 활동이 잘 정돈되어 효과 있게 복음화에 임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생존 시와는 달리 교회를 하느님 백성의 하나하나를 통해 이 세상에 현존하시며 이 세상을 구원하시고 계신다. 따라서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하나로 뭉쳐 하느님 백성을 이루고 바로 이 백성의 봉사적 활동을 통해 구원되기를 원하신다. 하느님의 이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왕 신자가 된 우리 각자는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와 하나가 되면서 교회를 통해 있는 힘을 다해 전교하므로 하느님의 이 뜻을 받들어야 한다. 이제 하느님은 교회의 중재구실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실 것을 결정하셨고 교회의 이 중재구실은 바로 교회와 하나가 된 하느님 백성 즉 우리 각자의「복음화」활동으로 이룩되는 점을 특히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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