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6월23일

김 신부도 처음 가는 길이라 가다가 몇 차례 지도를 본 다음 길을 달렸다. 약 3시간 후 당지에 도착했는데 작은 촌락이 있으나 그 규모는 어느 큰 도시의 대학교보다 못지않았다. 오히려 굉장히 넓은 대지에 큰 건물이 많이 있어서 다른 대학보다 더 큰 규모의 것이었다. 학생 수는 5천 명가량 되나보다. 성 방지거회(FOM)에서 경영하는 대학이란다. 여기서 약 13마일 떨어진 곳에 성심교회라는 공소에 미사를 드리고 모금을 하게 됐다. 본당 신부가 있을리 없고 보나벤투라 대학을 경영하고 있는 방지거 수도원에서 맡아 돌보는 것이었다. 모리스 신부님을 만났다. 그분이 바로 대학장인지 알 수 없으나 퍽 잠잖은 분이었고 나이도 지긋하였다. 수도원 귀빈실에 안내되었는데 성 방지거 수도원이라면 특히 청빈의 덕을 닦는 곳이라 건물 꾸밈이나 모든 가구가 가난하게 보일 줄 알았는데 그 내용은 너무 화려하게 보여서 아무리 시대가 변천하였다 할지라도 이것은 너무한데 하는 느낌을 가졌다. TV를 보는 방이 여러 개 있는가 하면 저녁에는 술과 담배도 마음대로 마시고 피우는 모양이었다. 내가 손님으로 있었기 때문에 이날만 특별허가가 내렸는지? 혹은 대학을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평신도 모양으로 지내는지 알 수는 없었다. 미사가 7시30분에 드리게 되어 모리스 신부님은 한 시간 전에 가자고 해서 일찍 떠났다. 어느 산골촌락에 있는 조그만 본당이겠지 하고 갔더니 그야말로 우리 한국공소와 같은 것이었다. 30분의 거리였으나 30분간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정각에 미사를 시작하니 주로 은퇴한 노인 요양하는 환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 약 20여명이 모여 있었다. 이런 곳에 주교가 와서 모금강론을 하다니 참으로 환멸을 느꼈다. 그러나 이런 공소를 한번 보는 것도 내게는 좋은 것이었다.

▲6월24일

미사가 9시30분에 있었는데 역시 한 시간 전에 갔다.「크네프크리크」(대학이 있는곳)에서 그리 높은 산이 아니지만 산중으로 올라가는 곳이었고 가끔 높은데서 동리평야를 내려다보는 것도 가관이었다. 정시에 미사를 지냈고 참여하는 신자들은 모두 30여명 그리고 노인들이라 돈도 별로 없는 모양이었다. 미사 두 대에 걷힌 결과는 아직 모르겠다. 약1시간50분만에 「바팔로」에 도착했다. 마침 거리에서 나를 찾고 있던 바론 신부님을 만났다. 전날 신문은 보았지만 바론 신부님이 꼴롬반회에서 경영하는 피정의 집에서 성체의 축일이라 오후 3시에 공동미사를 드리기로 되어 있었단다. 그러나 미리 약속을 듣지도 못했고 이미 시간도 늦었기 때문에 늦게나마 달려가서 겨우 미사 후에 시작되는 성체거동 예절을 집전했다. 참석자는 모두 7,8십명 정도였다. 거동 후 모든 신자들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거기서 즉시 출발하여 10마일 떨어진「에덴」공원을 구경했다. 물론 수목과 잔디가 펼쳐진 넓은 곳이었다. 그 넓이가 어마어마해 자동차로 다녀도 30분 이상 걸리고 수천 명이 모여도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만 될 곳이었다. 마침 내가 숙박하고 있는 본당 교우들이 야유회를 나와 있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들과 함께 손수 구운 고기와 옥수수를 저녁식사로 먹고 7시30분경에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