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최초로 치즈공장을 설치, 부농(富農)운동에 투신하고 있는 전북 임실군 임실면 성가리(全北 任實郡 面城家里) 지정환(池正煥ㆍ42ㆍ벨기인) 신부는 빈농 탈피 정책의 일환으로『원자재 생산과 더불어 가공처리까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64년 임실성당에 처음 부임하여 농촌 경제개발에 투신할 것을 결심한 지 신부는 먼저 산양(山羊) 10마리를 샀다. 그리고 농민 스스로가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산양신용조합」을 조직했다.
또한 양유를 그대로 팔지 않고 가공처리하면 그 수익이 많음을 착안하여 68년부터는 치즈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었다. 지 신부는 물론 조합원 모두가 치즈 만드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실패가 거듭된 것이다.
지 신부는 여러 차례의 고배를 마신 후 마침내 70년 2월 휴가를 받아 치즈 제조기술을 배우러 유럽 여행길에 오르기에 이르렀다. 고국인 벨기에를 비롯해 프랑스ㆍ이태리 등 여러 나라에서 공원(工員)으로 일하면서 직접 제조기술을 습득했다.
그러나 2개월 후 희망에 차 한국에 돌아오니 임실조합원은 모두 뿔뿔히 헤어지고 산양은 모두 팔아버렸다.
다시 지 신부는 가가호호 조합원을 찾아 조합을 부흥시키고 치즈공장을 가동시켰다. 결국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고 71년부터는 겨우 현상유지에 이르렀고 판로도 개척하여 72년에는 3백만 원의 매상까지 올렸다. 조합의 양 20마리가 생산하는 양유로는 부족하여 전주ㆍ이리ㆍ광주에서 우유를 시가보다 5원씩 더 주고 사들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만든 치즈를 신부 이름과 마을 이름을 따서 「정환치즈」「성가치즈」라 하여 현재 조선호텔과 코스모스 백화점ㆍ반도 아케이드ㆍ한남수퍼마케트 외국인 아케이트에서 팔린다.
지 신부는 『3년 동안의 고생 덕분에 이젠 자신이 있습니다. 물건이 없어서 못파는 실정입니다』라고 즐거운 비명이다.
『한국이 많은 외국원조에 비해 빨리 경제적 자립을 못한것은 생산성 원조보다 소비성 원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지 신부는『의타심을 키우는 물질원조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새마을 담배에 항상 고무신과 잠바차림에 직접 공장에서 일하는 지 신부는 『교회가 현실적 문제해결에 귀를 기울여야 된다』고 교회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주장한다. 벨기에 형님의 도움을 받아 일본에서 고기 가공하는 기계를 주문하고 있다. 이 기계 도입에 앞서 관세 때문에 고민 중이라는 지 신부는 이 기계가 들어오면 치즈찌꺼기인 「세름」으로 돼지를 사육하여 쏘세지까지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27평의 공장도 확장할 계획이다 .
벽안(碧眼)의 신부로서 성가리의 농민들이 일할 수 있는, 스스로 잘 살려고 노력하는 농가로 변형하기에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젠 조합원들은 스스로 저축하면서 부지런히 일하려고 나선다.
어느정도 잘사는 마을 성가리(城街里)가 되면 또 다른 마을로 떠나서 일하겠다는 지 신부는『농민 자신들이 뭉쳐서「생산」에서「소비」「의료」「주택」에 이르기까지 협동조합을 이룩하여 농민 스스로가 자립할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농민들이 살 길을 제시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