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에서
대학의 도시 학문의 전당으로 영국인의 자랑인 것은 더 말할 것 없을 것이다. 영국인이 본래 그러하지만 이곳의 그네들의 전통적인 데를 잘 살필 수 있다. 보수적이라기보다 고풍(古風) 그대로 임성, 언어, 「제수츄어」 심지어는 걸음거리까지 따분하다고 할만치, 우리나라의 안동이나 경주 같은 인상이다. 누가와서 자기 대학서 저녁을 한끼 같이 하자기에 갔다가 그들 규칙대로 식당엔 검정 학사복(아카데미·로브)을 차려야 하기 때문에 손님인 것을 표기하기 위해 상좌에 앉아 밥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 대학의 특징인 개인지도(튜토리얼시스템) 등 소개할만한 것이 많으나 다른 기회로 미루고 이같이 상투 쫓은 선비들 같은 그들이면서 학과나 전공의 구별 없이 가령 전 대학의 대강당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는 「옥스포드 유니온」에서는 매일같이 정치문제 경제문제 사회문제를 두고 강연, 토론(심포지움)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아프리카 문제의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구라파 전체가 대체로 그러하지만 사람마나 아프리카 마니아라고 할 만큼 가톨릭 학생들의 관심도 하나는 아프리카문제요 다른 하나는 교회재일치인 것이다. 후자 교회재일치 운동엔 각종 연구회가 있어 역사적 성서적 그리고 신학적 근거의 연구회와 발표를 거듭하는 한편 안으로는 각파 「프로테스탄트」인사를 초대해서 친목회와 공동신공(주로 시편낭송, 설명 있는 미사) 등이고 밖으로는 공회당 같은 곳을 빌려 상호 발표회를 하고 있다. 교회재일치 운동을 잘 살펴보면 이것이 진정 인류의 소망인 그리스도의 평화를 실현하는 길이며 한편 공산선전의 평화공세의 적극적인 대책인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영국에서와 같이 독일서 활발하다. <아데나워> 아니 「제2의 아데나워」라도 무방하다. 그를 뒷받쳐줄 기독교민주당의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오직 한길(정신적인)로 <요안>성하의 실로 자부(慈父)로서의 획기적 단안(斷案)인 교회재일치 운동이야말로 우리는 「가톨릭시보」를 통해 족히 강조해왔던 것이다. 「본」에서 <엑할트>서독경제상과 만났을 때 『당신 신문은 무엇을 강조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기자는 서슴치 않고 「에큐매니칼」(재일치)이라고 했더니 그는 분명히 『가톨릭교회는 천주성신으로서 그 시대를 구제하는 자이다』라고 격려하는 것이었다.
지금 「옥스포오드」의 지성(知性)을 총동원해서 이 운동에 진력하고 있듯 한국 가톨릭 역시 이를 제일 과제로 관용과 참으로 훌륭한 이해(理解)와 대인(大人)의 가슴으로 「프로테스탄트」와의 형제적 접촉을 가지며 뭣보다 어머니(聖母님)의 가날피 바라는 바를 이루어지게 해야 할 줄 안다. 여기 맞설 방법론은 너무나 쉬운 길이 있는 것이다. 늘 예쁘게 보는 여학생 한 명은 내게 『<죤>나는 오늘 성공회 <화저 브라운>보고 “할로”!하고 손을 들었어요』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교회재일치 운동을 실천했다는 뜻이다.
여기서 다시 강조하고 싶다. 한국의 정치정세는 오직 이 교회재일치 운동을 빌려 숨쉴 길을 얻어야 할 줄 안다. 가톨릭 교회는 박해에 굴복한 역사적 사례가 없는 오직 영광의 교회인 것을 더 말해서 무엇하랴. 허나 한낱 바깥 정치정세로 덧없는 고통을 받는 일이 있다면 이는 천주성신이 주시는 슬기의 은혜를 잘 썼다고 하지 못할 것이 아닌가? 앞서 말했거니와 <요안>성하의 교회재일치의 뜻을 독일 통일문제의 지도적 인물인 전기 경제상은 한국기자인 본인에게 그 같이 인용한데 각성한 바 크다. 과연 천주성신은 교회를 통해서 인류 구제의 길(평화)을 열어주시고 있으며 이같이 명확한 방법 즉 교회재일치 운동을 위해 기구하고 또 행동할 것을 교황성부를 통해 가르쳐 주신 것이다. 일부의 바탕 없는 유치한 중립론(中立論) 그것은 현 한국 정부의 존립과 집권정당에의 직접적인 인도전이라 할진대 거기 비록 이론적으로라도 비길 답변에 궁해서 될 말인가. 어느 날 정중한 초대를 받았다 그곳이 영국 노동당의 직접 계통이요 가끔 색다른 인사들이 많은 곳인 줄 미리 알면서 마치 결투 승낙장을 보내듯 답장을 써 응낙을 했다.
어떤 對話(대화)
△=『지금 당신이 보다싶이 영국 사람들의 핵무기 반대운동을 어찌 생각는지?』
○=『가톨릭 신문기자인 본인에게 당신이 요구하는 의향에 맞추어 대답한다면 지금 당장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국가가 있다면 거기는 당신들 시위에 가담할 생각마저 있지요. 그러나 그런 시위가 공산당의 전용인듯하고 나는 또한 영국의 국내 정치화의 관련을 더 크게 보기 때문에……』
△=『결국 이것이 평화운동인데 평화를 기피하는 소재(所在)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너무 직접적인 것 같습니다 안됐습니다.』
○=『대단히 괘변적이군요. 오히려 평화란데 경의를 표합니다. 어제 「모스코바」통신에 의하며 아주 공존적 평화를 선포한 것이었는데 그러면 족하지 또 왜 평화시위를 거듭하는지 반문하구 싶을 뿐입니다.』
△=『평화에 대해 무성의 하군요』
(次號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