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은총이 넘쳐흐르는 성탄절의 환희가운데 1961년의 새해를 맞이하는 즐거움을 여러분과 함께 축하하며 맞이하는 새해가 우리나라와 가톨릭교회에 있어, 또한 나의 친애하는 모든 신자들에게 천주의 평화와 은총이 풍성한 해가 되기를 충심으로 비는 바입니다.
1960년의 다사다난하였던 역사적인 해를 넘기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함에 있어 회고해 보면 실로 감개무량한 바가 있습니다. 참으로 천주께서는 우리를 어려움 가운데서 오묘한 섭리로 보호해 주셨던 것이며 우리겨레가 다같이 잘살아보자고 제2공화국을 수립했습니다.
그러나 새 나라의 건설이란 정치나 경제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현세적인 자유의 보장과 안녕 진서를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사명이긴 하지만 현세의 질서라 하드라도 그것을 참으로 올바르게 잡기 위해서는 영원의 질서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것이며 또한 정신문제와 영혼의 요구가 고려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일찍이 성<비오>10세 교황께서는 『도덕 문명 없는 곳에 참다운 문명 없고 참된 종교 없는 곳에 참된 도덕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계 역사에서 그 예(例)를 보드라도 어떤 민족이나 국가의 흥망성쇠(興亡盛衰)는 그 국민들의 정신적 도덕적 각성과 힘의 여하에 따라 좌우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금년은 우리겨레에게 있어서도 희망의 해임과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도덕적인 자각이 요청되는 때라 하겠습니다. 『로마가 하루에 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복지국가(福祉國家)를 지향하는 제2공화국이 총선거나 하고 내각이나 구성되었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4·19의 혁명이 다만 하나의 정변(政變)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국민 전체의 정신적인 각성 도덕적인 반성과 새로운 생활운동이 시작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새 나라의 건설이라는 거대한 사업을 위해서는 앞으로 더욱 많은 희생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며 국민 모두가 도덕적인 자각 위에 선 줄기찬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국민의 각성을 도우고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것은 가톨릭 신앙의 진리입니다. 우리는 <예수>께서 친히 가르쳐주셨고 또 우리가 날마다 기구할 때 바치는 『천주송』의 뜻을 다시 한번 묵상하며 천주의 거룩한 뜻을 따라 우리의 공사간(公私間) 모든 생활에 이 정신을 반영시키고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네 나라 임하시며 네 거룩하신 뜻이 하늘에서 이룸같이 땅에서 또한 이루어지기를』위하여 즐거움이나 괴로움이나 희생을 모두 천주께 봉헌하며 『우리 죄를 면하여 주심을 우리가 우리게 득죄한 자를 면하여 꿈같이 하소서』고 서약한대로 남을 용서해주며 너그러워야 하겠으며 우리들의 생활 자체가 외교인들 앞에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도록 개선(改善)되어야 하겠으며 『내 평화함을 너희에게 주노라』하신 <그리스도>의 평화를 동포들에게 널리 전할 수 있도록 먼저 우리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보존하며 서로서로의 사랑의 단결을 굳게 하고 성직자나 평신자가 협력일치(協力一致)해야 하겠습니다.
대구교구장 서정길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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