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는 격렬한 욕망과 찰나적 충동을 억제하고 고통과 불행을 참으며 운명을 감수하는 미덕이다. 다시 말하며 소리(小利)에 굴하지 않으며 천신만고를 받을지라도 태연자약한 태세로 목적한 바와 입지(立志)한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내의 덕이다. 오늘날 우리한국의 현실은 모든 국민들에게서 이러한 인내의 덕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못살겠다 갈아보자』 이렇게 일반국민이 부르짖던 애원은 4·19혁명으로 실현이 되어 부패했었던 정권은 물러가고 제2공화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기는 했지마는 일반국민의 생활은 여전히 곤핍일로를 걷고 있고 국내정세는 혼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기불이 안 들어온다. 수도의 물이 안 나온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장사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원성과 탄식의 소리가 시민들의 입에서 흘러나와 도처에 퍼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이러한 원망과 탄식만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오리의 곤핍한 모든 현상은 어디나 혁명 이후에는 자연히 따라오는 현상이다. 이러한 곤란은 정부의 탓도 아니고 국민의 탓도 아니다. 과거 자유당 정권 하에서 곰기고 병들었던 국가적 병세가 수술을 받고 파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수술이 되고 깨끗이 파종이 되면 병이 나을 때가 있을 것이니 우리국민들은 이 파종 기간에 이를 악물고 참아 나가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제2공화국의 중책은 정권을 인계한 현 정부라든지 입법부나 사법부의 모든 책임자들이 최선을 다하여 국리민복에 힘쓰고 있는 줄로 믿고 기다리자.
전기가 안오고 수돗물이 안 나온다고 정부를 욕하고 탓한들 갑자기 그 사정이 좋아 질 리가 만무하다.
공연히 우리 마음만 더욱 불안하고 민심만 소동되기 쉬울 뿐이다. 참고 견디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이 난국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불만불평을 외치는 것은 난국타개에 백해무익할 것 같다. 특히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오늘날 이 모든 가난과 궁핍을 국가민족을 위하여 천주께 희생으로 바치며 감수하자. 위정자들과 지도자들에게 지혜와 양심과 용기와 정의를 주시도록 열심히 기구하자. 이것이 오늘날 난국타개에 처한 우리민족 우리 신자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너희는 인내함으로써 너희 영혼을 보존하리라고 말씀하신 그리스도께서 오늘 우리 국민들에게도 너희는 인내함으로써 너희 조국을 보존하리라 이렇게 말씀하시는 줄로 믿고 이 말씀으로써 금년 새해 연두사로 대하려한다.
서울교구장 노기남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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