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포] 사랑·겸손·인내·순결의 근화
진리로 터를 세운 맑은 곳
평화의 ㅈ오소리는 묵은 잠 깨우고
발행일1960-03-20 [제221호, 4면]
성신의 바람
나도(羅都)에 불어 평화 종소리 높여
묵은 잠 깨쳐 아늑히 핀 근화(菫花)
인자한 모습 배우자 세울시곤 사랑의 세상
신라(新羅)의 서울로서 신라문화의 발상지요 중심지였던 옛도시, 일명(一名) 일컫는 경주(慶州) 시내 성동리(城東里)에 자리잡고 있는 이 배움의 보금자리는 1949년 당시 이 지방 전교에 종사하시던 <루까> 신(申元植) 신부가 『근화중학원』이란 이름으로 문교당국의 인가를 얻어 그해 4월에 48명의 학생을 모아 수업을 시작한 것이 이 학교의 기원인데 그 이듬해인 1950년 5월 3일 문교부장관의 중학교 인가가 내려 6월 26일에 정식으로 개교(開校)식을 거행함으로써 발족은 하였지만 6·25의 참변으로 성직자를 많이 희생시킨 서울교구의 사정에 의해 첫 교장 <루까> 신부는 서울교구로 전임되고 그다음에 경주본당으로 오신 <아릭수> 김(金慶佑) 신부가 제2대 교장으로서 초창기의 온갖 곤난과 애로 가운데서 훌륭한 유모(乳母)의 역할을 4개년이 ㅣ넘도록 하시다가 부산 초량(草梁)본당으로 전임된 뒤를 이어 1955년초 <다위> 윤(尹光濟) 신부가 본당주임 겸 제3대 교장으로 부임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겸손됨을 상징하는 「근화」(菫花)=오랑캐꽃, 또는 앉은뱅이꽃)를 학원이름으로 선택한 이 학교는 「사랑, 겸손, 인내, 순결」의 네가지 여성의 미덕(美德)을 특히 강조하는 교훈(校訓) 아래 3백여명의 학생들이 그야말로 한 가족적인 단락한 분위기 가운데 20명의 남녀 선생님들의 훈도를 받으며 자라가고 있어 『이 학교 학생은 순박하다』는 것이 미풍이다. 교회학교이기는 하지만 본당교우 총수가 1천5백명밖에 안되는 교우가정의 학령(學齡) 딸들이 그리많은 것도 아니며 더구나 딸지식 교육에 대하여는 전반적으로 열의가 없는 지방적인 묵은 사고방식에 영향되어 교우 학생수는 전교에서 약 20명인데 이들도 대개는 재학중에 영세입교한 학생이며 교우자녀는 극히 적은 형편이다. 그러나 수업시간표에 매주 1시간의 종교(宗敎) 교육과 또 도의(道義) 교재는 가톨릭 교재(敎材)를 사용함으로써 교회학교 본래의 사명을 다하기에 노력중이며 교내 「레지오 쁘레시디움」이 있어 학생들의 상도직도 활발하며 선생님들이 거의 전원이 신자들이기 때문에 어느 가톨릭산하 학교에 못지않는 가톨릭적인 훈훈한 분위기다.
예술(藝術)의 도시 옛문화의 도시로서 알려진 이 고장에 한때는 「서라벌(徐羅伐)예술학원」 「계림대학」 등의 간판이 걸린 일이 있었지만 5만 인구(人口)에 중고등 학생수는 약6천명이며 시내 11개 중고등학교 중에 여학교로는 공립(公立)인 「경주여자중고등학교」와 이 「근화」학교가 있을뿐 남학교에 비해 여학교 수가 적다는 것은 『계집애 공부 많이 시켜 뭣해』하는 관념이 아직 농후한 것을 나타낸 현상으로서 여학교 경영에는 상당한 애로가 있다한다.
앞으로 교구(敎區) 당국과 상의하여 고등학교를 세워야겠다고 말하는 교장신부는 고등학교가 없기때문에 학생모집에 있어서는 중학입학할때부터 고등학교가 있는 학교를 지원(志願)하는 경향이 많다고 하며 장차 고등부를 시작해볼 예정으로 학금 증설인가를 신청한 것이 지난 2월 17일 허가되어 지금가지의 6학급을 신학년도부터 12학급으로 느리게 되었다고 한다.
4천평의 대지(垈地)에 보통교실 8개와 가사(家事) 도서(圖書) 향토문화(鄕土文化)실, 강당, 그리고 교우실 서무실 등 건물이 있어 시설(施設)로서도 손색이 없으며 특히 향토문화실에는 석기(石器)시대의 유물, 신라시대의 토기(土器) 고려와 이조시대의 자기(磁器) 약 2백점과 신라시대 12지방의 탁본(拓本) 30점 및 <지홍>(智弘)이 만든 기리 3메타 폭 2메타 되는 「경주부근 고적(古蹟) 안내도」가 진련되어 있는 적은 박물관 같은 향토문화실은 다른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자랑거리다
학생들의 운동경기도 농구(籠球)와 배구(排球)는 전통적으로 우세하여 작년에는 경북의 여자대표팀으로 서울에 출전하였으며 무용도, 지방적으로는 알려지고 있다.
진리로 터를 세운 맑은 곳이에
어둠에 해메이는 겨레 남녀야
이리와 빛을 찾고 사랑에 쌓여
만방에 눈부시는 거화가 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