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부터 천주께서는 누구도 범할 수 없는 그의 계호기 속에 나를 그대들의 목자가 되도록 정하셨읍니다. 왜 천주께서는 이 중책에 하잘것 없는 나를 간택하셨는지 오늘 내가 생각해봐야 한다면 <성 바우로>가 코린토 사람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다음 말씀을 상기했을 것입니다. 『오히려 지혜로운 자를 부끄럽게 하시기 위하여 세속에 어리석은 것으로 보는 바를 천주 간선하셨고… 코린 전 1, 27-29』
나는 <성 요안>의 말씀을 생각할 때 자신의 부족함을 더 절실히 깨닫습니다. 『만일 우리가 우리에게는 죄가 없다고 한다면 이는 스스로 속이는 것이며 진리가 우리 안에 있지아니하니라 요안 1,8』 내가 어떤 이에게 해를 입혔다면 진실로 그에게 용서를 구하며 내 일생 내게 잘못하는 이는 거짓없는 맘으로 용서해 주렵니다. 그만한 것도 내가 할 수 없다면 십자가 위에서 자기를 못받는 형리를 위해 『성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대개 저들이 그 행사는 바를 아지 못함이니다 루가 24, 34』고 기구하신 구세주 대전에 나설 여지도 없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신자들이여 내가 그대들을 하직할 때 혹시는 나의 영적인 유서와같을 몇마디를 그대들에게 전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무신론자들은 불과 소수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그대들 속에 침투해서 그대들의 영혼에서 천주의 이름을 근절키 위해, 또 그들이 말하듯 천주없는 행복을 그대들에게 주기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해야할 의무는 선지자 <이사야>가 그같은 유(類)의 모든 시험에 관해서 하신 말씀을 그대들에게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내 백성이여 너를 인도하는 자가 너로 하여금 그릇가게하고 네 바른 길을 끊는도다 이사 3, 12』
천주를 떠나서 행복을 기도(企圖)하는 것은 「바벨」탑을 세우는 것으로서 그들에겐 결국 언어의 혼란과 온 지구상의 분산이 뒤따르는 것입니다. 보십시요. 분명 이런 일이 미래에 있을 것입니다. 천주 없이 지식을 넓히고 문화를 창조하며 인간의 안락을 도모코자 하는 야망을 가진 일체의 것은 순간과 영원(現世와 來世)에 자기 자신의 손실을 서명하는 것입니다. 그대들은 구세주에게 속해서만 현세와 내세의 복락이 있을 것이요 그를 멀리한다면 멸망밖에 없을 것입니다.
선서하시며 전능하신 천주께서는 지상낙원에서 인간을 추방하신 후에도 영 버리시진 않았읍니다. 오히려 천주 성부께서는 정밤대로 이처럼 세상을 사랑하시어 우리를 구하고자 그의 독생자를 보내셨읍니다. 『우리들을 어둠의 권세 밑에서 건지사 당신 사랑하시는 아들의 나라에 옮겨 놓으셨나니 골로, 1,13』
그 왕국은 그리스도 교회 즉 초대 크리스찬의 신앙과 병행해 내려온 가톨릭교회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종지부」로써 그의 교의를 변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도 종도들로부터 전해받은 바를 가르치고 있읍니다.
대대로 우리의 교부들과 선조들의 가톨릭신앙의 성스런 보배를 사수키 위해 흘린 피는 내(川)를 이루고 있읍니다. 죽기까지 그리스도의 교회에 충실하려는 우리의 결심이 전쟁이나 평화, 행복이나 불행, 그 어떤 것에도 움직여져서는 안됩니다 그러므로 무덤에 이르기까지 가톨릭교회에 성실하십시오.
가정의 생계는 어머니가 안계신다면 곤난할 것입니다. 천주께서는 그의 대(大)가정인 교회에 한 어머니- 주(主)의 어머니시며 우리의 어머니신- 복되신 성모 마리아를 주셨읍니다. 그대들이 진지하게 주의 모친을 변한없이 공경하고 사랑한다면 그대들을 위해서도 역시 성인의 예언이 실현될 것입니다.
『그의 모친을 공경하는 자는 보배를 쌓는 자와 같으니 전, 3, 18』
너무도 사랑하는 아들들이여 천주는 자비로우시니 종도의 말씀을 따라 서로 형제처럼 사랑하십시오. 이는 천주의 명령이시니- 『선인이나 악인이나 태양으로 다 비치시고 공의한 자에게나 불의한 자에게나 비를 다 주시는 하늘에 계신 너희 성부의 아들이 되게하라 마두 5, 45』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하기를 『인간은 천주의 작품이며 죄는 인간의 작품이다. 그런고로 천주 창조하신 바는 사랑하되 인간이 행한 바는 사랑치 말라』고 하였읍니다.
고난의 땅 위에서 그대들의 긍휼함을 입도록 그대들의 기구에서 가끔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 세상이 존속하며 우리 교구민들이 생존하는 한 천주 그대들을 창조하신 목적에 그대들이 이룰 수 있도록 항상 기구할 수 있는 은총을 천국에 계신 선하신 예수께서 내게 내리시기를 바라면서 -(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