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듸오 講座(강좌)] 科學(과학)과 宗敎(종교)
科學(과학)의 價値(가치)는 相對的(상대적)인 것
宗敎(종교)는 先天的(선천적) 哲學(철학)의 原理(원리)
創造(창조)와 模倣(모방)은 區別(구별) 돼야 한다.
발행일1960-04-17 [제225호, 2면]
우리들 주변에는 과학과 종교를 원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학이 발전하면 종교는 자멸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학적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종교를 신봉할 수 없다든지 혹은 종교를 신봉하는 것은 과학적 무지의 소치(所致)라고 단정(斷定)해버리는 사람도 가끔 눈에 띄인다. 이들은 분명코 종교와 미신(迷信)을 혼동하고 있다.
미신이 과학적 진리(眞理)를 무시하고 과학발전을 오히려 두려워하는 것이므로 과학적 지식이 널리 보급되면 미신이 머리를 숙이게 될 것은 사실이다. 미신자체가 비과학적 기초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신을 많이 숭상하던 종교체계가 있다면 과학발전과 더불어 정화(淨化)되어 미신적 부분을 제거(除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종교에 공통되는 종교의 근본이 과학 발전으로 말미암아 뒤흔들리지도 않으려니와 뒤흔들릴 가능성도 없다. 그것은 종교가 철학적 기초(基礎) 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미신은 비과학적이로되 종교는 비과학적이 아니라 초과학적(超科學的)이라 함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종교와 과학의 대상(對象)이 전혀 다르고 각각 고유한 영역(領域)을 가지는 것이다. 종교는 인간과 신(神)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며 종교적 진리의 가장 기초적인 것은 신(神)의 존재(存在) 인간의 영성(靈性) 후세(後世)의 존재(存在) 등이다. 그런데 신(神)이나 인간의 영혼(靈魂)이나 사후(死後)의 세계같은 것이 망원경(望遠鏡)이나 현미경(顯微鏡)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따라서 과학의 대상범위(對象範圍)를 온전히 초월(超越)하는 것이다. 그러니 종교의 근본인 초물질적(超物質的) 세계를 과학의 힘으로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존재 자체를 부정(否定)하려 드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과학적 사실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이미 발견한 것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 훨씬 더 많을 진대 하물며 과학의 대상을 온전히 초워하는 종교적 진리를 과학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부정해 버리려는 것이 타당(妥當)할 까닭이 없다.
과학은 그 자체가 벌써 제한된 물질과 물질간(間)의 법칙(法則)마을 고유대상(固有對象)으로 삼는 것이며 따라서 현존(現存)하는 물질세계를 전제하는 것일진대 그 전제된 물질세계의 기원(起源)과 목적같은 물질이전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철학이나 종교의 분야(分野)를 침범(侵犯)할 자격(資格)조차 없는 것이다.
과학이 우주(宇宙)의 비밀을 점차로 발견하는 것은 사실이로되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존(旣存) 하던 물질과 기존하던 물질간(物質間)의 자연법칙을 발견하는 것뿐이지 그 물질이나 물질간의 자연법칙을 창조한 절대자를 창조주(創造主)로 믿고 그를 신으로 공경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이 비록 극도로 발전했다해도 그 결과는 무한한 지혜자이신 창조주의 지혜를 부분적(部分的)으로 인식하는 것 밖에 못될 것이다. 더구나 인간의 지능이 아무리 위대하다 할지라도 유한(有限)함을 면치못할진대 조물주(造物主)의 무한(無限)한 지혜(智慧)를 끝까지 탐지(探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때문에 종교인으로서의 과학자들은 우주(宇宙)의 비밀을 새로이 발견할 때마다 이 비밀의 창조주를 더한층 높이 찬미하는 것이다. 새로운 비밀을 발견할 때마다 신앙이 더욱 굳어지고 조물주 천주께 더 가까이 접근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때문에 일찌기 화학자 Pasteur은 『과학은 사람을 천주께 접근 시킨다』말했고, 물리학자 Max Planck는 『과학연구에 깊은 사람일수록 종교적이 되는 것은 당연지세(當然之勢)이다』 말했으며 수학(數學)의 왕(王) Cauchy는 『천박한 과학은 천주를 멀리하지만 심오한 과학은 천주께 접근한다』 하였던 것이다. 사실 과학의 미명(美名)으로 종교를 반대하려는 자는 언제나 어디서나 반숙과학자(半熟科學者)들 뿐인 것이다.
과학의 힘은 기존하는 물질과 물진간의 법칙을 이용하여 새로운 결합체를 만들거나 새로운 분리작용(分離作用)을 일으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無)에서 전우주(全宇宙)와 물질간(物質間)의 자연법칙을 창조하신 조물주의 능력과 과학의 힘을 동일시(同一視)하려는 일부 과학자들의 태도는 가소롭기 짝이 없다. 창조와 모방의 구별조차 모르는 무지의 발로(發露)인 것이다. 과학적 발명제작은 아무리 기묘(奇妙)한 것일지라도 거기에 이용된 자연법칙의 발견이 선행하는 것일진대 그 법칙을 창조하신 조물주의 기술을 극히 불완전하게 모방하는 것밖에 못되는 것이다. 요컨대 인간의 지력이 조물주의 창조결과를 부분적으로 탐지 이용하는 것이 과학의 사명 전체인 것이다.
또한가지 중대한 사실은 과학의 원리(原理)가 경험(經驗)을 통한 후천적(後天的)인 것이므로 과학적 진리는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서 변할 수 있으되 종교의 근본진리는 선천적 철학원리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영원불변의 진리라는 사실이다. 그럴진대 상대적(相對的) 가치(價値)밖에 지나지 못한 과학적 진리를 유일한 진리라고 말하는 것도 주제넘는 일이겠지만 과학 이외의 철학이나 종교의 진리를 전혀 무시하려 드는 것은 진정한 과학자의 태도가 아니다. 그러니 진정한 과학자는 오히려 종교적 인물이 안될 수 없을 것이다. 또 무한하신 조물주의 전능하심을 인정하는 과학자만이 영원에 가까운 과학발전의 가능성을 보유(保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