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서양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음악을 연주한다면 덮어놓고 훌륭한 것일테지 하여 과거에 몇번 쫓아다니다가 몇몇 연주를 제외하고서는 다 실망을 했었던 관계로 이제부터는 서양사람들의 연주도 골라서 듣기로 마음먹었었다.
「로오마」에서 수차 각국 합창단의 경연대회에 가서 여러 합창을 들은 일이 있는데 그때 이 합창단이 참석하였었는지는 내가 기억못하겠으나 어째든 유럽의 합창단 실력은 놀라운 것이다. 따라서 「뷔엔나 아카데미」의 실력도 상당할 것이라는 것 쯤은 미리 짐작한 바이다.
내가 이번 이 합창단의 공연을 들은 것이 제2일 즉 4월 5일의 것이다. 우선 전체적으로 보아 이 합창단의 연습이 충분하여 기분을 완전히 바꾼 다음곡이라도 넉넉히 거기에 응하여 거의 완전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지휘자 <다비드>씨는 그의 지휘가 반드시 정확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나 곡 해석에 있어서만은 절대적인 찬사를 아기고 싶지 않다. 왜 그런고 하니 그는 어떤 곡을 대할 때에 자기의 주관(主觀)은 멀리 제쳐놓고 무엇보다도 그 곡 속에 있는 음악을 파악하기에 힘썼고 또한 그 결과 옳게 파악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휘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다만 지휘자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은 성가라면 비록 수천의 청중을 뒤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마치 성당 안에서와 같은 그런 마음으로 지휘하여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사실상 「빨테스뜨리나」의 미사곡은 비록 장소는 무대였을지라도 그 미사곡이 요구하는 바와같이 좀 저 거룩하고 숭고하고 신비로운 그런 효과를 낼 수가 있었을 것이다. 성가는 일종의 기도인데 무대나 강당이나, 극장 같은데서는 기구를 해선 안된다거나 못한다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단원들의 멤버로 말하자면 각자의 발성이 정확하고 섬세한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훈련이 잘된 합창단이라면 능히 백명이 한사람의 소리를 낼 수 있고 열명이 백명의 쇠리를 낼 수 있다. 누구든지 이 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 단원의 총수가 지휘자와 반주아를 합쳐서 25명이라고 느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 마치 잘 훈련된 현악사중주가 필요한 때는 수십명으로 된 관현악과 같은 힘있는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과 같다. 구태어 흠을 잡아낸다면 남성(男聲)의 거의 완전무결한 발성과 표현력 또한 박력에 비하여 여성(女聲)이 빈약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른때에도 그러하거니와 특히 합창에 있어서는 고운 소리도 필요한 그만큼 때로는 박력있고 윤택한 소리도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날밤에 「솔로이스트」로 나온 사람들에 대하여는 그들이 「솔로이스트」로 사는 사람들이 아니고 오직 일개 합창단의 단원으로서 그만큼 했다면 넉넉히 칭찬해줄만한 일이다. 더욱이 「알또」는 「솔로이스트」로 방향을 바꾸어 공부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람을 따라서 말해보자면 처음 두 개의 곡 즉 「빨레스뜨리나」의 마르첼로 교황미사곡 중 「기리에」와 「상뚜스」 또한 「가브리엘리」의 「무서움과 두려움」을 기교적으로 또한 좋은 해석으로 불렀다. 그러나 이곡들은 본시 소년소쁘라노를 위해 작곡된 것인데 소년의소리를 여성(女聲)으로 대신한 것은 매우 편리하기는 하나 소년소쁘라노에서와 같은 청아하고 윤택한 음색을 못들은 것은 좀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 곡 즉 <안톤 브뤀너>의 「의인의 입」도 역시 비록 근대의 곡이기는 하지만 소년소쁘라노를 위해서 쓰여진 것이다. 다음에 <바하>의 「성신은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신다」는 남녀혼성곡이므로 비로소 제대로 이 합창단이 부를 수 있는 것이어서 작곡자의 뜻이 청중에게 잘 전해졌다. 「모짜르트」의 합창곡 몇에 뒤이어 「오스트리아」의 민속음악 몇가지를 연주했는데 이것이 그 지방 민속과 그 음악을 우리에게 소개하기 위한 것이라면 별문제거니와 본시 음악회 프로에는 올리지 않는 것이 올다고 본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감탄해야 할 것은 그들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늠악이 침투하였는가- 이것이다. 그들은 이런 쉬운 음악으로(그러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누구든지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재미있게 놀고 있으나 그것은 절대로 장난이 아니오 오히려 고상한 취미로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각 개인의 기술연마를 위한 것이 아니고 여럿이 모여 합주 또는 합창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자들 사이뿐만이 아니라 일반사회인들과의 사이도 많은 융합을 쉽게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한번 본받아 볼만한 일이다.
다음 「뷔엔나」의 고전(古典)이란 이름아래 <브람스> <슈만> <슈베르트> <스트라우스> 등의 작품이 불리워졌는데 같은 피가 흐르는 자기나라 사람의 작품이고 또한 가사(歌詞)도 그나라 말의 시(詩)이기 때문이겠지만 가장 성공적으로 연주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곡에는 조금이라도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없고 아마 그 이상 더 잘 부르기도 좀 어려울 것 같다. 그중에서도 특히 <브람스>의 「사랑의 원무곡」이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서도 한번 말하거니와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주최자측에서 장소 정리에도 좀더 힘을 써주기 바라는 바이다. 연주 도중에 사진사들이 청중 앞을 왕래하거나 무대위에 서성거리는 것도 보기 싫거니와 연주자 자신도 재삼 부탁하였었다. 또한 앞으로 정식 음악당이 건설되면 자연 없어질 폐딴이지만 연주장소 밖이 너무 요란하였다. 대부분이 아이들로서 떼를 지어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는 소음 더구나 몰상식하게도 자동차의 클락숀 소리가 나는데는 우리끼리야 넉넉히 참을 수 있겠지만 외국인들 앞에서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여하간 이번에 이런 훌륭한 합창단을 우리나라에 초대해준 주최자 측에 깊이 사례하며 앞으로도 이런 좋은 사업을 우리나라 음악문화와 문화교류를 위하여 더욱 많이 해주시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번에 학생을 제외하면 예기했던 것 보다 입장자의 수가 적었는데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그런데에 실망치 말것이다. 이번 「뷔엔나 아카데미」 합창단의 내한은 확실히 우리 악단에 풀러스를 가져온 것이다.
李文根(筆者 가톨릭大學 敎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