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존경하올 담당 선생님! 그리고 교형 여러분. 지상으로나마 이렇게 인사를 여쭈게 되오니 한 교우의 울타리 안에 있는 흐뭇한 정을 느낍니다.
저는 그때 집안 사정으로 실은 제가 자타난 반촌의 인습이기도 했읍니다만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결혼했읍니다. 제 나이 만19세가 채 못된 때였읍니다. 그후 군복무도 마치고 어려서부터 바라던 대학과정까지 끝내었읍니다.
학창시절 진실한 한 여학생 신자의 권유로 영세입교하여 가톨릭액숀에도 남밑지 않게 참가하였읍니다.
저의 경우 군에 복무한 2년6개월 그리고 대학 4년간 그러니까 근근 7년동안 사실 아내와는 별거생활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듣는말에 의하면 아내는 아내대로 영세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내가 신자가 되더라도 동거할 생각은 꿈에도 없고 그렇다고 달리 이중으로 결혼할 것은 물론 생각지 않고 있읍니다. 이런 저의 착잡한 환경을 어찌 처리하면 좋겠읍니까. (南海岸消極生)
【해답】 이 땅의 묵은 인습으로 인하여 귀하와 같은 괴로운 처지에 있는 분이 적지 않으리라고 봅닏. 동정스러운 귀하의 경우에 대하여 이런 말씀드리기는 거북합니다만은 이 나라의 폐습이나 부모에게만 그 책임을 돌릴 수는 없읍니다.
가톨릭교회는 다른 조당(阻擋)이 없는 한 만16세 이상인 남자와 만 14세 이상인 여자에게 통혼능력(通婚能力)을 인정하고 있읍니다. 그러기 때문에 귀하가 부모의 권함을 따라 소극적인 태도로 결혼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혼인 의사가 있었다고 간주됩니다. 또 부인께서 귀하의 신앙생활을 방해하기는 고사하고 본인이 입교준비중이라고 하니 『바오로의 특전』도 입을 수 없읍니다.
교회는 성소를 받아 수도자가 된다거나 또는 교회가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독신생활이나 별거생활을 권하지 않습니다. 부부생활이란 천주께서 인류를 창조하시면서 정하신 생활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피조물(被造物) 안에는 천주의 신비(神秘)가 숨어있읍니다. 이 신비를 통하여 조물주를 인식한다는 것은 우리 인간이 가진 의무의 하나가 아니겠읍니까. 아름답다거나 행복하다거나 사랑스럽다거나 하는 정서(情緖)는 남이 주는 것이라기보다 자기 스스로 느끼는 것이 아닙니까. 남의 잘못이나 아름답지 못한 것을 너그러이 보고 용서하는 것이 덕(德)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합니다.
귀하가 생각하는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기에 미흡한 점이 무엇인지를 찾아 보인과 함께 의논하며 같이 걱정하도록 하십시오. 부부생활이 아무리 현세적으로 행복한들 그것이 인간의 목적이 아니오 그를 통하여 천주께로 나아가는데 우리의 목적이 있다는 것과 우리가 현세에서 천주를 위하여 참아받는 모든 괴로움은 천주께서 백배천배로 갚아주신다는 것을 명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