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29) 이(虱)의 그리스도
발행일1961-05-07 [제277호, 4면]
<멘도 싸> 주교가 선사로 받은 등신대(等身大)의 고상을 점점 자기 마음에 들게된 「성 요셉」 수녀원에 가져다 놓은 것은 무슨 영적이 일어날 줄 믿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그가 그 고상을 찾으려 가서 <데레사> 도모(道母)와 응접실에서 이야기하고 있을 때 난데 없는 도문의 영창(映唱)이 들렸다.
『주여! 주여!』
『우리에게 머무소서!』
『못박히신 예수여!』
『우리에게 머무소서!』
소리가 가까이 오자 그 고상을 두 수녀에게 들려 앞세운 수녀들의 행렬이 응접실 안으로 들어섰다.
『자관을 쓰신 예수여!』
『우리에게 머무소서!』
그 영창은 정성이 어리어 그들의 연극적 거동에는 삼가롭지 못한 빛이 조금도 없었다. 당황하여 얼굴이 빨개진 <데레사>가 저 수녀들을 용서하시라고 그 주교에게 빌면서 그 자리에서 그들을 꾸지졌다. 그 주교는 마음껏 웃었다.
『괜찮아! 그럼 저 사람들 보고 그 고상을 가지라고 하오』
그 수녀들 가운데 제일 천진하기로 이름난 <마리아 데 산 호세>가 그 고상을 보고 물었다.
『주여, 당신 이름이 무엇입니까? 당신을 「통고의 그리스도」라고도 부르고 「우리 구세주 그리스도」라고도 부르는데 이 고상을 저희들이 무어라고 불으오리까?』
『나를 「거룩한 사랑의 그리스도」라고 불러다오……』
어린애 같이 순진한 사람의 벗인 그리스도께서 이렇게 대답을 하셨을 때 <마리아>가 제일 놀랐다.
어느날 밤 조과 후에 <데레사>가 기도하려고 혼자 남아 있는데 수녀들이 괴상한 성가를 합창하면서 제일 젊은 수녀에게 그 고상을 들려 앞세우고 손에 손에 촛불을 켜들고 행렬을 지어 영도소 안으로 조심 조심 들어왔다. 그는 자기 딸들의 얼굴을 한 사람씩 주시(注視)했다.
『하늘의 왕이시여! 당신께서 우리에게 새 옷을 입히시다 구원을 주옵소서 더러운 벌레들이 나사 옷에 들끓으면!』
그들이 보다 큰 극기가 되리라는 생각으로 가장 거치른 옷을 맨살에다 입는 허가를 아주 큰 은혜로 방금 받아갔던 것이었다. 그들은 다시는 「린네루」의 내의를 안입을 것이었고 손수건까지도 툭툭한 천으로만 들 것이었다. 그러한 꺼끄러운 모직천에 이(虱)가 끓을까바 그러한 추악에서 구원을 받고자 깊은 집념(集念) 가운데 十자가 고상을 모시고 기구하러 온 것이었다. 감동하고 또 재미가 난 <데레사>는 직흥시로 그들의 계(啓)에 응(應)했다. 성당 안에서 이 무례한 벌거지들을 배척하는 야릇한 음악회가 벌어졌다.
<데레사>
『이 귀찮은 벌레들이 신공 때 큰 방해라 천주의 일을 잘 못하는 이들에게』
합창
구원을 주옵소서 더러운 벌레들이 나사 옷에 들끓으면!
<데레사>
죽음을 각오하고 여기 모인 너희들 조금도 양보마라! 그까짓 더러운 것들 크거나 작거나 조금도 무서워 마라
합창
하늘의 왕이시여! 당신께서 우리에게 새 옷을 입히시다 구원을 주옵소서 더러운 벌레들이 나사 옷에 들끓으면!
그런 뒤로 그들의 수도복에나 「베일」에나 그러한 벌거지가 단 한 마리도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기적을 행한 그 고상을 그들은 그때부터 『이(虱)의 그리스도』라고 불렀다. 이런 이야기를 그들은 오락시간에 마음대로 지껄였고 안 그러면 기쁨이 솟구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피리를 불고 「탐보린」을 흔들었다. 이곳의 은수자(隱修者)들은 조금도 음울(陰鬱)하지 않았다. 만사에 스며든 시(詩)와 음악이 그들의 생활 분위기에 활기를 주었다. <데레사>는 언제나 자기 딸들이 노는데 참례했으나 자신은 물레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는
『이런 것이 다 우리 생활을 견딜 수 있게 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야』
라고 말했다. 응접실의 살창에 검은 포장을 치고 그는 손들과 이야기할 때도 물레를 자았다.
밤 열한시 경에 조과와 찬가(讚歌)를 마치고 수녀들이 수방으로 쉬러 갈 때 아침과 마찬가지로 자기 방의 문턱 위에 장궤한다. 제일 나이가 어린 수녀가 그날 밤의 묵상거리를 두 음정으로 창(唱)한다.
자매들이여!
너희들은 오직 한 번 죽느니라
네가 만일 떨어지면… 너에게 앙화로다!
자매들이여!
죽음을 피할 자 하나도 없느니라
빈자도 제왕도 교황도 피할 수 없도다!
자매들이여!
깊고 어두운 무덤 속에서
이 세상의 환락이 마치리로다!
그 원장수녀가 봉쇄 안을 돌면서 수녀들의 앞을 지날 때마다 발을 멈추고 강복을 준다. 갈색, 청색, 적색은 물론 백색 조차도, 이 모든 「갈멜」의 색채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원장수녀의 수방에서 새어 나오는 끄림이 오르는 기름 등잔의 불빛 이외에는 이 작은 수녀원이 완전한 어둠과 고요 안에 잠긴다. <데레사>는 방바닥 위에 앉아 돌덩이를 책상 삼아 자기 딸들을 위한 『완덕의 길』을 쓰고 있었다. 이것도 <봐네쓰> 신부의 명령 때문이었다. 그는 순명을 일체의 덕행 앞에 두었다. 자기의 노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그는 잠자는 시간을 덜었다. 그는 자기 생각에서 늘 떠나지 않는 그리고 이 밤에도 자기 가까이 잠든 딸들에게 종이 위에서 묻는 것이었다.
『자매들아 이런 경우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나?』
『자매들아 너희들이 알아 차리고 있는가?……』
흐르듯이 써내려가다가 문득 멈춘다.
『……이 모든 천사들 가운데 있는 불쌍한 죄인이 바로 나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