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모이세> 성조(聖祖)가 「이스라엘」을 이끌고 「애급」 땅에서 떠나온 지 50일째 되던 날 「시나이」에서 공포 속에 십계의 율법(律法)을 받음으로써 구약이 시작되었고 예수께서 부활하신지 50일째 되던 날 「시온」에서 종도들이 평화 속에 사랑의 성신을 통하야 율법을 받음으로써 신약의 교회가 창건되었읍니다. 성탄날은 예수께서 작은 체구를 가지시고 이 세상에 탄생하셨으나 오늘은 그리스도 신비체라는 거대한 체구를 가지시고 재(再)탄생하신 날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성전에 교회의 모든 체제를 다 갖추사 믿을 교리를 계시하시고 지킬 계명을 주셨고 성총 얻는 방법을 마련하셨으나 성신이 오시기까지는 영혼 없는 육체모양 활동을 개시하지 못하였읍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그 영혼이신 성신과 결합하는 순간, 숨을 쉬고 눈을 뜨고 손발을 움직이기 시작하였읍니다. 교회 안에 생명력을 주시는 성신께서는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가 되는 각 신자들의 영혼 안에서도 꼭같은 모양으로 능동하십니다.
이 성신의 능동은 당신의 강림날 가시적(可視的)으로 우리에게 뵈이시던 그 표상(表象)으로 잘 알 수 있읍니다. 종도행전 2장1절부터 4절에 보면 『불혀 모상의 성신이 종도들 위에 강림하실 때 큰 바람과 함께 오셨다』고 기록되어 있읍니다.
「원조」로부터 <카인>과 「소도마」 「고모라」 읍인들과 노예시대의 인종들이 범한 살인과 음탕과 절도와 각가지 교만의 죄를 바람과 함께 나타나신 성신께서 씻어 일신(一新)하셨듯이 우리 안에 있는 모든 죄를 다 씻어주신 성신께서는 뜨거운 불로써 우리의 식어진 마음을 뜨겁게 하시며 불에서 나는 빛으로 우리 명오를 밝히사 진리를 바로 보게비춰주십니다. 그 뿐 아니라 성신의 뛰어난 능동은 불혀로 표상하신 전교열에 있읍니다. 성교회의 반석이 될 <베드루>와 스승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종도들이 수난하시는 예수를 버려둔 채 도망하여 「예루살렘」 누각 안에 숨어살더니 성신을 받자 <베드루>를 선두로 길거리에 나서서 『너희가 죽인 예수는 천주의 성자시라』고 용감히 강론하였읍니다. 그 전까지 두려움의 존재로만 보이던 제관들이 종도들을 엄포하여 복음선전을 금지시켰으나 『우리가 본 것과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노라』고 항변하면서 복음전파에서 오는 모든 박해를 감수하였읍니다.
그리스도를 강론하다가 현장에 잡혀 나가신 <안드레아> 종도께서 당신이 매달릴 십자가의 형틀을 바라다 보며 『오 참 좋으신 십자가여, 열절히 바라고 오래동안 찾던 십자가여!』 하시면서 희열의 눈물도 바로 성신의 특은입니다. <바오로> 종도께서도 그리스도를 세상사람들에게 전하시기 위해 갖은 어려움을 당하셨음을 자랑으로 여겨 말씀하시기를 『우리는 이때까지도 주리고 목 마르고 헐벗고 주먹으로 따림을 받고 정처없이 다니며 또한 손수 일함으로써 노고하노라. 사람들이 우리를 욕설하면 우리는 그들을 축복하고, 우리를 픽밥하면 이를 참아 받으며, 우리를 비방하면 우리는 좋은 말로써 대답하노라 우리는 이날 이때까지 세상의 쓰레기가 되고 모든 이의 찌꺼기가 되었노라』(코전·40장10……)
2천년 전에 <바오로>께서 받으신 같은 그 성신을 우리가 이미 받고서도 전교에 힘쓰지 않고 더구나 자신의 생활조차 복음을 따라 살지 못한다면 우리 안에 계신 성신을, 멸시하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복음을 따라 살고 복음을 전하다가 세속의 이익을 좀 잃는다 한들 성주 예수님께서 언약하신 백백의 보상이 이를 다 기워갚고도 남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이 뜻깊은 성신강림날을 맞이하면서 옛사람을 벗고 새로운 각오를 가진 희망의 사람이 되십시다. 미지근한 신앙생활 위에는 뜨거운 성신의 불을 놓으십시다.
바야흐로 거센 바람이 불어 구름이 가세이고 광명의 태양인 성신이 대지를 비추고 있읍니다. 추수할 것은 많으나 일손은 적습니다. 누렇게 익어 금파도를 치는 대지에 무신론의 우박이 몰려오고 공산주의의 메뚜기 떼가 날아들기 시작하면, 그리스도의 보혈로 거름하여, 순교자들이 피땀흘려 가꾸어 놓은 이땅의 곡식은 순식간에 마른 뿌리밖에 남지 않습니다. 좀 더 교리를 알고 실천하여 그리스도를 남 앞에 증거하십시다. 평신도 사도직을 최대한 필요로 하는 요지음 더욱 분발하여 암흑 속에서 양심의 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있는 외교인들을 천주 성신의 광명으로 끌어 인도하십시다.
『천주 찾는 슬기를 우리에게 주소서 마음의 위로자신 자여』(가톨릭성가집에서)
(대구 삼덕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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