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정치는 분리(分離)돼야한다. 혹은 그것은 철저히 구분(區分)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한 통념인상 싶다. 신자들의 신앙생활(信仰生活) 그 자체는 정치생활이나 사회생활과 분리된 것이요 구분돼야 할 것임은 명백하지만 사회 또는 정치의 영향을 직접 간접으로 신앙생활에 받게될 때도 그러한 분리론(論)만을 고집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교회는 자모(慈母)로서 그 자녀들(신자들)의 생활에 미치는 모든 사정에 결코 무관심할 수 없고 더욱 적극적인 태도로 나와야 할 일이 허다한 것이다. 교회가 정치에 간섭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런 말은 한편으로는 교회의 초자연적 사명을 강조한 뜻으로 받아서 들일 수도 있지만 가령 최근의 「나치」독일에서라든지 그리고 저 공산치하에서 또한 지난 이 정권 아래서 어떤 처지에 있었다는 것을 참으로 뼈저리게 느낀다면 우리는 정치에 대한 가톨릭의 태도 특히 그 최근의 경향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생활은 일면 기술적인 것이며 일면은 도덕적인 것이다. 기술적인 것이라 함은 정치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행정, 입법의 구분 및 지배당이 행정부를 구성한다든가 하는 극히 기술적인 그 방면에 있어서도 도덕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허나 적어도 정치행동(行動)에 있어서는 일일이 또 결정적으로 도덕의 명하는 바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정치적 경합(競合)에서 상대방(政敵)을 권력으로 투옥(投獄)시키고 그중에서도 부정선거 도표(盜票) 등 정의(正義)를 거스리는 일이 흔히 있고 또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노릇이다.
이렇게 되고 보면 앞서 말한대로 정치의 기술면과 도덕면을 철저히 구별할 수 있느냐 하는데 많은 의문을 남기게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극(極)을 달리해야 할 것이 오히려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해서 과히 무리한 말은 아닐 것 같다.
지난번 인도 「케랄라」의 총선거와 같은 것은 좋은 실례(實例)인 것이다. 그때 만일 가톨릭측에서 철저히 선거전에 나서지 않았다면 공산입법부를 새로 구성케 해주는 것이 되고 공산당 수중에 모든 정치를 맡기는 거와 다름없는 결과를 빚어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톨릭신자로서 투표에 임할 태도는 앞서 말한대로 독재를 견제하고 공산주의를 배척하며 모든 정치행동에서 부정을 막는 길이 곧 이 투표로서 이루어진다고 자각해야 한다.
여기에는 이 투표가 천주의 법(神法)을 실천하는 신성한 것으로 행사돼야 하는 길 밖에 없다. 정치생활이 바로 신앙생활은 나이면서 후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교회는 항상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