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포] 서울 明水台(명수대)본당
발행일1960-07-10 [제237호, 4면]
『흑석동(黑石洞)에 명수대(明水台)』라는 글자나 이름부터가 퍽 대조적인 느낌이다.
서울 시외(市外) 변두리성당으로서 한국에서는 최초(最初)의 현대식 건물의 성당인데 거기에다 근대 성미술(聖美術) 작품들이 많이 장식되 있는 성당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기자의 흥미를 끌기에 부족이 없다.
『중대(中大) 입구 내리세요』하는 차장의 소리에 뻐스에서 내리는 순간 시야(視野)에 드러나는 흑석동 일대의 광경, 가운데 뿌렷이 오후 세시의 사광(斜光)을 받아 유난히 번쩍이는 흰 십자가.
성당 경내(境內)에 들어서니 『보라! 이 마음을!』하고 당신 성심을 가르키시는 화강석 예수성심성상(聖像)이 내려다보고 서있다.
잠간 그 앞에 머리 숙여 묵념을 하고 본당신부를 찾아 사제관으로 갔으나 때마침 <알렉산델> 이(李庚宰) 신부님은 「레지오 마리에」 일로 출타(出他) 중이시라 뵈올 기회를 얻지 못하고 본당사무실로 가서 찾아온 뜻을 말하였더니 조성희(趙聖熙)씨가 바쁜 가운데서도 반가히 맞아준다.
본시 영등포 도림동(道林洞)본당 소속의 공소로 있던 이 『평화의 모후』성당은 1954년 5월 1일 미술대학의 이(李喜泰) 교수의 설계로 기공(起工)하여 성당 1백20평 사제관 45평의 건물을 만 1년이 지난 이듬해 7월 30일에 준공을 본 것인데 소문에 들은 바와 같이 건물의 우아(優雅)한 모습은 과연 지금까지 흔히 성당이라면 우뚝 솟은 뽀죽 종탑에 궁근 천정집을 연상(聯想)하던 묵은 인식을 시정해주고 있다.
본당으로 출발 당시의 교우수는 4백여명에 불과하였는데 현재는 3천58명으로 큰 본당중에 들게되는 대발전을 해온 것인데 그 이면에 숨은 <알렉산델> 이 신부의 심혈(心血)을 기우린 노고가 얼마나 컷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러기에 이 본당 구내(構內)에 들어서면 벌써 그 근설상(建設相)이 역역히 눈에 뜨이는 것이다.
본당운영은 다른 여러본당에서와 마찬가지로 회장단(會長團)이 있어 모든 면에 신부님을 보좌하고 있는데 현재 남자회장 일곱분 여자회장 한분이라 하며 각 동리에는 구역마다 반장을 두어 본당과 신자들 사이에 유기적(有機的)인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다른본당들에 비해서 여자회장의 수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전교와 그밖에 신부를 도와드리는데 있어 가장 조직적이며 활동적인 『레지오 마리에』 운동은 서울 어느본당보다도 가장 활발하여 「쁘레시디움」이 8개로서 그 성과도 괄목(刮目)할만할 뿐 아니라 이 본당 <알렉산델> 이 신부님은 서울 「꼬미씨움」의 지도자로 서울교구내 「레지오 마리에」운동을 총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본당에는 「레지오」운동외에도 지식층(知識層)의 모임인 「명수회」(明水會)가 있고 가정부인들의 모임으로 「흰나리 클럽」 여학생들의 「가리따스 클럽」 남자대학생들의 「비울라회」 고등학교학생들의 「애덕사도회」가 있어 신심면과 그밖에 교양면에 꽉짜인 활동을 하고있다.
성당 안에 들어서면 정돈된 의자(椅子)와 제대 뒷벽에 그려진 프랑스 성미술가(聖美術家) <마리 바랑제> 여사의 벽화(壁畵)가 눈에 뜨인다. 작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마리 바랑제> 여사는 이 명수대성당을 찾아와 이 건물과 조화(調和)되는 벽화를 자진하여 그려 내한(來韓)의 기념으로 남기고 간 것이라 한다.
이밖에 한국인 두 아이들이 물에 빠진 것을 건져주려다 아깝게도 그 자신이 생명을 바친 고(故) <즈웨버>씨를 추모(追募)하는 성모상과 큰 십자가는 일찌기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대미술품으로 미술대학의 김세중(金世中) 교수의 작품이며 「성모마리아」 모자이크와 성로(聖路) 14처는 김요안 화백(畵伯)의 작품 그리고 이순석(李順石) 교수의 「성수기」 (聖水器) 등 모든 것이 성당건물에 어울리는 미술작품으로 장식되어 있는데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성당을 나와 구내를 들러보았다. 사제관외에도 또 수녀원이 될 1층건물이 있다. 아직 수녀들은 있지 않으나 멀지 않은 장래에 초빙될 것이라 하며 현재는 교우들의 오락장(娛樂場)으로 쓰여지고 있다.
사무실 옆방에서는 남녀중학생 10여병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 방은 고등학교학생들이 창설한 「애덕사도회」의 도서실(圖書室)이라는데 양편력에 꽉차있는 잘 정리된 서적들은 각종 『입시참고서』(入試參考書)와 사전(辭典)을 비롯하여 종교, 문학, 심지어 정치경제서적까지도 구비되어 있어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하는 이 본당 학생들이야말로 부러웁다. 그러기에 해마다 개최되는 서울교구 연합교리대회에서 이 본당이 우승을 한다는 것이 당연한 결과이리라.
이 본당의 앞으로의 계획은 경제사정이 허락되면 강당(講堂)을 건축해야 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그 설계(設計)는 되어있고 강당이 완성되면 그 건물은 유치원, 도서관, 각종 오락실 등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모든면으로 보아 그 규모는 꽉짜여져 있고 앞으로 더욱 발전이 기약(期約)되는 이 본당의 건설자 <알렉산델> 신부는 서독 「뮨헨」에서 개최되는 제37차 『만국(萬國)성체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7월 18일 유렆으로 가시어 서구(西歐) 및 미국의 각 성당들을 시찰하고 돌아오실 예쩡이라는 바 선진(先進)에서 견학(見學)한 본당운영법을 활용하여 이상적인 본당으로 이끌어 나가실 것이 크게 기대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