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33) 신비한 혼인
발행일1961-06-04 [제281호, 4면]
<데레사>는 취임 첫날에 자기 손으로 원장 자리에 모셔 놓은 「인자의 모후」 앞에 밤마다 수녀원의 열쇠들을 바쳤다. 그리고 부원장 자리에 모신 「성요셉」을 수녀들이 「고자질 쟁이」라고 __음은 자기들의 사소한 부덕(不德)을 그 착한 성인이 원장에게 일러 바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 「천주의 모친」은 항상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살배 레지나」의 합창 가운데 서 있었다.
<10자가의 요왕> 영도사(靈道師) 신부와 <예수의 데레사> 원장 도모(道母)는 수녀들의 개성을 존중했다. 심도와 사랑, 겸손, 순명, 침묵 이러한 기본적인 실천사항 이외에는 집단적으로가 아니라 개인별로 세미한 지도방법을 했다. 그리하여 「강신」의 수녀들은 완전한 자유 가운데 천주와의 일치상태로 불려들어 갔었다. <데레사>는 이 상태의 환희를 보여주었고 <요왕>은 그 상태에 이르기가 어려움을 가르쳤다. 심도에 이르는 단계를 <요왕>이 이렇게 분류했다.
『1. 명상하려는 현의(玄義)를 상상재현(想像再現)하라.
2. 상상으로 재현된 비사를 지성적(知性的)으로 관찰하라.
3. 사랑하는 심정으로 천주 안에 안식(安息)하여 천주께 향하여 정신을 차려라. 여기서 심문(心門)이 초자연적 광각(光覺-Devine Illumination)으로 열린다. 영혼이 화평하고 사랑하는 심정이 있는 동시에 증정(證靜)한 이 안식상태로 들어가는 때 인간의 지식이 자연으로부터 초자연으로 건너간다.』
<데레사>는 이렇게 말했다.
『마치 어느 임금이 자기가 입은 호화찬란한 비단을 어느 목동(牧童)이 소박한 눈초리로 들여다 보면서 도대체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이게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하고 놀라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듯이 우리가 오 주의 행실과 말씀을 명상하면서 즐거움과 위로를 느끼는 것을 오 주께서 나쁘게 역이지 아니하실 줄 나는 확신한다.』
그러나 좋은 기분과 답답한 마음에서 오는 환상(幻想)이 명상을 혼란케 하지 않도록 상상을 엄격하게 제이(制咿)하라고 <요왕>이 주장했고 감각의 쾌락을 구함을 나무랐다. 심도 가운데 쾌락을 발견함이 완덕의 증조는 커녕 약점의 증조이기 때문이었다. 이점에 있어서 그 창립자까지도 예의가 아니었다. <요왕>은 그 원장에게 특별히 엄격했다. <데레사>는 자기 영도사 신부의 명령으로 시과 후 영도소에 남아 여러 시간 동안 장궤하여 오 주의 사랑 안에 과도한 즐거움을 경험한 것을 보속했다.
어느해 성지주일에 <데레사>가 성체를 삼킬 수 없을 만큼 황홀한 상태에 들어갔다. 의식을 회복했을 때 그의 입 안에 찼던 피가 얼굴에 흘렀다. 그것은 오 주의 구속성혈이었다. 그는 압도적으로 달가움을 느꼈다. 오 주의 말씀이 들렸다.
『딸아, 나의 피가 너에게 유익하기를 원한다… 내가 큰 고통 중에 흘렸던 이 피가 이제 너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준다. 이것이 이 날에 네가 나를 초대하는데 대한 나의 보답의 길이다.』
하루는 그 어른께서 이전과 같이 그러나 이번에는 <데레사>의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심상(心像-Imaginary vision)으로 나타나사 그에게 당신의 오른손을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이 못을 보아라. 이것이 오늘부터 네가 나의 신부(新婦)라는 표적이다. 이제까지는 너는 그러한 공로가 없었다. 내가 너의 창조자요 너의 왕이라는 이유만으로서가 아니라 너는 나의 참신부로서 장차 나의 영광을 부러워하리라. 나의 영광이 너의 것이오 너의 영광이 나의 것이다.』
이날 <데레사>가 온종일 도취한 상태로 지날 만큼 이 성총의 작용이 강력했다. <예수의 데레사>의 이 신비한 혼인이 일어난 후로 그 성체 난간에 수녀들이 송구해서 감히 접근할 수가 없었다.
오 주의 명령과 청죄사(請罪使-Confessor)의 허가로 그는 「아가」(雅歌)의 해설인 「신애단상」(神愛斷想)을 저술했다.
『……이 천상적인 도취가 즐거우면서도 두려워…… 이 신성한 미침(狂)…… 「그대의 가슴은 술보다 좋도다」……천주의 언어도단(言語道斷)한 위대성(偉大性)에 흠빡 젖어…… 나의 「신랑님」이 내게 주시는 보주(寶酒)의 한방울이 나로 하여금 일채의 피조물을 잊게한다…… 나로 하여금 나의 「신랑님」을 응시(凝視)케 하시고 그로 하여금 나를 응시케 하소서…… 오 천주여 간구하오니 당신 성자의 피로써 이 성총을 내게 주소서 「그대 입술의 친구로 내게 친구하라!」…… 그런데 나는 나의 「신랑님」께 무엇을 할 수 있으리까?』 젊은 수녀들이 사랑의 참뜻을 오해하고 웃는 것을 <데레사>가 상당히 노한 일도 있었다. 그는 오 주의 말씀을 이해하고 그 사랑에 취해온 동내의 거리를 큰 소리로 웨치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은 「사마리아」의 여인과 같았다. 그러나 <요왕>은
『영혼이 이러한 사랑의 일치 상태에 도달했을 때 비록 천주께 봉사하는 일일지라도 외적(外的) 행동에 분주함은 마땅치 못하다…… 그러니까 <마리아 막다리나>가 이 사랑에 자신을 송두리채 바치고자 30년 동안이나 사막에 숨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그 두 사람의 신비_의 사이에 동(動)과 정(靜)의 차이가 있었다. 사랑이 <데레사>에게는 행동이었고 <요왕>에게는 완전한 명상이었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의 사상 사이에는 깊은 공감(共感)이 갈수록 깊어졌다. 모든 사상적 사물에서 다같이 해탈한 이 두 사람은 「강신」의 붉은 벽돌바닥의 응접실에서 가끔 도담(道談)을 나누었다.
어느 「성3」 주일의 일이었다. 그 둘이 다달흔 상태에 있다가 <요왕> 수사의 몸이 천정에까지 떠 올랐다. 그러나 완덕이 그러한 기사이적(奇事異跡)에 있지 않고 겸손에 있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