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있는 곳
새 生活(생활)을 指向(지향)하며
사치보다 먼저 살 길을
발행일1960-08-21 [제242호, 4면]
얼마전 명동거리를 지나느라니까 지니가던 여학생 두사람이 분홍색의 명함만한 크기의 쪽지를 하나 주고 갔읍니다. 쪽지에는 『당신의 의상은 좋습니다』라는 말이 인쇄되어 있었읍니다.
나는 미소를 띠우며 내 옷을 한번 다시 훌터보았읍니다. 나는 그때 천오백환을 들여 만든 국산 뽀뿌링의 「원피이쓰」를 입고 있었읍니다.
그 여학생들은 물을 것도 없이 신생활운동에 참가한 국민계몽대의 학생들이었읍니다. 나는 그날 우연히 국산품 옷을 입고 나왔기에 말이지 만약 딴옷을 입고 나왔더라면 그 여학생들로부터 반대의 쪽지를 받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다방이나 「캬바레」거리 등에서도 남녀 대학생들은 양담배를 금하고 관용차의 사용(私用)을 말하고 「캬뱌레」에서 시국을 망각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각성시키고 있읍니다.
즉 그들이 부르짖고 있는 것은 국산품의 애용과 동시에 국가적인 비상시국을 당해 인간적인 또는 국민적인 양심과 반성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외국을 다녀와서 가장 한심한 일은 우리 동포들은 어찌 그리 게으르고 그러면서 또 사치하기를 좋아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떤 부유한 나라를 가보아도 우리처럼 남의 외래품을 빗으로 수입해다 사치하고 흥청거리며 게다가 게으른 백성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진실로 우리 각자가 조그만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너도 나도 솔선해 외래품을 배제하고 국삼품을 애용하며 부지런히 일하고 한덩어리로 뭉친다면 우리들의 두뇌나 재주는 누구보다도 못할 것이 없으며 남과 같이 잘 살 수 있는 국민이 아니겠읍니까.
나는 그 젊은 학생들이 삼복(三伏)에 땀을 흘리며 목이타게 부르짖는 모습을 민망한 마음으로 바라다보며 과연 우리 민족은 각성을 할 것인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것은 물론 나자신에게도 물어보는 말입니다. 같은 피를 받은 내 피 속에도 남이나 다름없이 사치를 좋아하고 현실을 망각하는 버릇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신생활운동(新生活運動)은 생활의 개선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 우리 마음의 개선(改善) 정신의 개혁(改革)이 필시 요구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무슨 일이나 마음을 먹을 탓입니다. 자신의 각오 없이 남의 말에 못이겨 하는 일이란 뿌리없는 나무와 같이 쓰러지게 마련입니다.
새 나라를 세우는데 있어서도 또 새 가정을 꾸미는데 있어서도 더구나 한 인간을 완성하는데 있어서는 물질적인 조건보다도 위선 정신적인 조건이 필요한 것입니다. 건전한 정신과 신념 그것이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되는 것입니다. 건전한 정신과 신념 그것이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몇해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국산품애용을 부르짖은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가 그에 성공을 걷우지 못하고 다시금 부르짖어야 하는 것은 뿌리없는 나무처럼 우리 마음 속에 스스로 솟아나는 각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국민으로서 통탄하는 일은 아무리 국산품을 애용하고 싶어도 그 질이 외래품에 비해 너무나 뒤떨어지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먼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 놓고 쓰라고 해야만 할 것입니다.
각 처에서 신행활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이때 누구나 그 정신에 호응하고 협조해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제각기의 실천과 보다 진실하고 강한 정신적인 각성이 앞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