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納凉(납량)] 웅전우(熊前牛)의 생활
발행일1960-08-21 [제242호, 4면]
S선생댁 대청에는 「웅전우」(熊前牛)라는 현판이 걸려있었다. 아무리 새겨보아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웅전우라…… 저게 무슨 뜻입니까?』
『응 저거 …… 곰웅, 앞전, 소우, 아닌가 첫소리만 따 읽어보게』
『곰앞소』
『바로 그뜻이야 고맙다는 소리야』
S선생은 「고맙소」 너무 노골적이므로 한문글자 석자로 자기만 알아보도록 웅전우(熊前牛-곰앞소)라 써붙여 논것이었다.
그러면 무엇이 그처럼 고맙단 말인가.
방으로 들어가다 탕하고 문설주에 이마를 부딪쳤다. 어이쿠! 그러나 좀 부르텃을뿐 터지지는 않았다. 다행이다. S선생은 입속으로-고맙소.
밥상을 차려 왔다. 반찬이라곤 김치 깍두기에 된장찌게뿐. 그러나 끼니를 거르는 사람을 생각하면 그것도 얼마나 황송한가. 그는 반찬 타박을 하려던 자기를 속으로 나무래며 입속으로- 고맙소.
커졌다 꺼졌다 약을 올리는 전깃불. 그러나 등잔불도 못켜서 밤이면 어둠 속에서 눈만 껌벅거리는 시골사람들을 생생하면 얼마나 대견한다. S선생은 분통이 터질번하다가 마음을 달랜다음 맘속으로- 고맙소.
소극적인 듯 싶은 S선생의 생활태도는 알고보면 매우 적극적이요 낙천적이다. 「미투리」와 「나막신」이라는 노래가 있다.
마나님이 신발장수 아들형젤 뒀는데
비가오면 큰 아들 미투리가 안팔리고
날이 개면 작은 아들 나막신이 안팔리고
마나님은 혼자 앉아 자나깨나 걱정이지
동네사는 영감님이 하도 딱해 하는 말이
「비가 오면 작은아들 나막신이 잘팔리고 날이개면 큰 아들 미투리가 잘팔리지」
그제서야 마나님이 우릎치며 하는 말이 「당신 말이 맞습니다. 괜한 걱정했읍니다.』
- 세상일이란 이처럼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다.
나는 요즈음 삼복 더위와 씨름을 하고 지낸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탁탁 막힌다. 그럴때마다 나는 뙤약볕에 앉아 신을 깁는 신기려장수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지겟군 구멍탄을 굽는 인부들을 생각한다. 그러노라면 내게 대들던 더위도 무안한듯이 물러가버린다.
같은 쓰르라미 소리가 어느때는 무척 서늘하게 들리고 또 어느때는 무척 후덥지근하게 들리는 것은 웬일인가. 그것 역시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8月5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