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포] 無醫村(무의촌)에 가다
팔자소관으로 돌리는 체념
「아스피린」으로 코구멍 막는 넌센스도
의사 한분에 환자는 6,500명
발행일1960-08-28 [제243호, 3면]
질병과 가난을 구출해야 한다는 것이 위정자들의 한결같은 구호(口號)요 표방이건만 아직도 우리에게는 6백2십5개의 무의면(無醫面)이 있는 서글픈 현실아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환자가 4,5십리를 가도 믿을만한 의사, 말걸 수 있을 시설이 없어 참혹한 형상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오늘의 농촌의 실정으로서 극히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서는 병들면 치료해서 건강을 회복케한다는 생의 마저 못내고 운명소관(運命所關)으로 돌려 체념(諦念)한다는 비참에 저저 있는 것이 농촌의 전반이며 특히 무의면(無醫面)에 있어서 그러하다.
「가톨릭 무의촌 이동진료반」이 출동한 경북 문경군(聞慶郡)의 보건실정을 당무자에게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인구 13만을 헤이는 무경군에는 개업의(開業醫) 6명, 공의(公醫) 3명, 치과의(齒科醫) 4명, 의무실(醫務室) 4, 한의사(漢醫師) 3명인데 반수 가까운 군청소재지에 위집되어 있으며 의무실은 특수사업체 안에 부속되어 있어 군민 전반이 혜택을 입기에는 여러가지의 구애가 있다는데 어떻든 의사분포의 비율을 인구별로 따지면 의사 1인당 6천5백명이라는 엄청난 담당으로서 미국이나 가까운 일본의 750대1에 비겨 국민보건의 후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건강한 것도 팔짜소관이요 병드는 것도 또한 운수소관으로 돌려 자신을 포기한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가운 현실들이냐!
평생에 약(藥)을 써본 일이 없었다는 6십고개를 넘은 노동(老農)이 오랜 체증(滯症)으로 신음하다가 이동진료반이 왔다는 소문으로 달려왔다. 누구가 보아도 소화기 계통의 병임을 한번 보아 알 수 있을만 하다. 『건위정』(健胃錠) 몇십개를 쥐어들려 보냈다. 며칠후 그는 진료반이 이동된 곳으로 찾아왔다. 대수롭지 않은 보통약으로 그는 큰 효험을 얻어 마치 선약(仙藥)을 목용한 듯이 여기며 감사하여 마지않았다. 이것은 이동진료를 통해서 견문(見聞)한 바인데 대단치 않은 경미한 질환을 첫째는 가난의 탓이었겠지만 차일피일 한 것이 마침내 고질(痼疾)이 되어 이것을 운명으로 돌리고 있다.
이동진료란 참으로 고된 일이며 정열 없이는 치루어낼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반면에 그것은 영성적으로 많은 수확과 위로를 얻는 일이다. 『가톨릭 이동진료반』을 맞은 산간벽지의 주민들은 진심으로 병을 고쳐주려는 진지한 태도와 열의에 감복하여 두터운 신뢰를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들의 봉사는 육체적인 질환을 다스리는 한편으로 저들이 겪는 병고를 종교적으로 이끌어 올려 당면한 고통을 참아 받으며 보다 더 고통중에 있는 이를 위하여 또는 절대자인 하느님의 뜻을 거르렸음에 속죄하기 위해 인고(忍苦) 와 희생의 덕행으로 승화(昇華)시키기에 크나큰 도움이 된 것으로 믿어진다.
남에게 도움을 베풀려는 것 그것은 남을 위해 자기를 수고롭게 하는 일이다. 남보다 더 많이 봉사하려는 그 태도! 그 마음! 그 성의는 바로 환자들에게 감득(感得)되어간다. 형식적인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간병필치(看病必治)의 신념에서 병마와 대결하는 자를 종일토록 다룬다는 것이 유쾌한 일일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한결같이 미소 띤 얼굴, 경쾌한 거름새 고분고분한 어조(語調)는 병고에 시달린 환자들에게 약효(藥效)에 앞선 위로가 아닐 수 없다.
무의촌 진료순회에는 한두가지 아닌 넌센스가 있다. 감기에 걸린 환자가 찾아왔다. 코물이 줄줄 흐르나 대수롭지 않은 증후이다. 「아스피린」 두개를 주어 복용방법을 일러주었다. 그 환자는 몇시간 후에 벌겋게 달은 얼굴로 다시 와서는 약을 썼더니 이젠 숨이 급해져서 못견디겠다는 것이다. 영문을 물어보니 『콧물이 흘러서 약을 받았는데 약쓰는 방법을 까마득히 잊어서 할 수 없이 코물이 않나도록 준 약이니 코구멍을 모조리 틀어막았지요』 의사도 간호원도 모였던 사람들 모두가 포복절도했다. 차라이 한개를 주었더라면 고생을 덜 했을껄……
횟배(蛔虫病)를 앓는 노파에게 「산토닌」을 주었다. 한첩의 분량은 다른 약에 비하여 매우 적었다. 환자는 의심을 품고 약봉지를 폈을 때 마침 바람이 불어 적은 분량의 약이 더욱 적게 되었다. 노파는 다시 되돌아와서 약을 주는거냐 주는 척 하는거냐고 악의없는 트집을 부리는데는 고소(苦笑)를 금하기 어려웠다.
「칼슘」주사를 놓았다. 또 다른이에게는 「지아민」주사를! 이 두사람은 주사의 효과를 서로 이야기했다. 『나는 무슨 주사인지 주사바늘이 들어가기가 바쁘게 온몸이 후꾼후꾼하면서 아주 기분이 썩 좋다』는 것. 다른 한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것. 이리하여 나중 사람은 저사람 같은 주사를 놓아달라고 주사를 강요함에 이르러서는 모두가 아니웃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주려볼 때 이동진료는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넓게 깊게 파고들어 저들의 실제에 접촉하고 어려움을 도와주며 영성적으로 연고를 맺는 가장 유효한 애덕사업이며 건교사업에 병행하여 시의(時宜)의 적합한 현대적인 효율적인 양식이라 하겠다.
이리하여 성 <바오로>의 말씀같이 『나는 심으로 아뽀로는 물주고 천주 걷으신다』는 성훈에 부합일치하기를 믿으면서 마음가난한 이 땅 겨레들에게 질병과 가난이 구축되고 영생의 은우가 풍성키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