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納凉(납량)] 서투른 풍선 이야기
발행일1960-08-28 [제243호, 4면]
햇살이 두루마리로 말려가듯 하면서 차분하게 발등을 적시는 밀물마냥 감청(甘靑)의 어둠이 모여들면 금시에 가슴둘레라도 부푸는듯 한 시원한 느낌이 들곤한다.
더위에 짓눌린 가쁜숨결들을 고르고 제마다 땀기를 훔쳐낸 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후주군히 더운 대낮엔 아예 눈감긴채 버려두었던 낯익은 사념이며 갖가지 삶에의 궁리같은 것이 눈을 부비고 나선다.
효창공원 기슭, 그래도 나무깨나 있는 동내이고 보니 저녁으스름과 함께 제법 청량한 수목들을 볼 수 있다.
어둑어둑한 길가에서 빨간 고무풍선을 팔고 앉은 수척한 할아버지 앞에서 어린 것은 아주 발길을 멈춰버리고 있었다.
풍선은 여나므개나 되는 것이 실에 매어 하늘에 뜨고 그것이 높이 어울려 예쁘고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속이라야 바람밖에 든 것이 없건만 사뭇 하늘도 추켜올리는 듯한 그 팽팽하고 탄력있는 붉은 풍선이 필시 어린애의 동심에는 하나의 큰 신비였던 모양이다.
나는 그중 높이 매달린 것에서부터 세개의 실을 더듬어 아이 손에 쥐어주었다.
머지않은 거리를 한바퀴 거닐다 돌아온 후 아이는 얼마후에 잠이 들고 잠결에 실을 놓아버린 풍선은 그대로 어린 것이 잠든 머리맡께 천장에 가지런히 올라붙어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답답한 초롱에 갇힌 새를 보는 듯도 함은 웬일일가.
사람의 취미대로의 어설펀 모이를 갖다놓고 그것들의 무변(無邊)의 자유를 결박지어 놓은 새의 모습을 연상했다는 것은 이 역시 부자연한 제약으로 인위(人爲)의 금을 그어놓은데서 매한가지의 미숙한 솜씨를 거기서 보는 것일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