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34) 어머니와 딸들
발행일1961-06-11 [제282호, 4면]
<데레사> 도모는 자기 입이 촉 빠른 탓으로 어찌다가 비꼬는 말이 풀숙 나와 남의 속을 상해주었을 때 그는 그 자리에서 그 수녀의 발아래 엎드려 용서를 청했다. 그는 자기 딸들의 의견을 묻기를 잊지 않았고 또 존중했다. 자기가 양성한 각 지방의 원장수녀들에게 보내는 편지 끝에 그는 자기를 『존자(尊慈)의 무가치한 비자(婢子)』라고 썼다. 그러나 일이 「회」에 관련된 한 그는 추호의 용서가 없이 분농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에게 충만한 용서성이 모든 반감과 노감(怒感)을 씻었다. 그는 강유를 결전했었다.
인간의 본ㅅ어을 다루는 그의 기술과 가장 복잡한 성격의 이해가 평행선(平行線)이 아니었다. 그의 딸들은 영성(靈性)의 가장 깊은 데를 설명하는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기에 실증이 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비록 탈혼상태에 생소한 터가 아니었으나 그러한 경지(境地)를 추구하는 위험을 경계했고 거짓 모방을 배척했다.
『실신(失神) 상태와 황홀의 경지가 그 외관(外觀)이 같다. 그러나 천주와의 일치 즉 황홀 상태는 짧은 동안이며 그 신익(神益)이 크다. 또 그 영혼이 내적광명(內的光明)에 쪼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인식이 없다. 오 주께서 그 의지(意志)에만 작용하신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체가 아주 다르다. 육신이 부자유하나 인식과 기억이 자유롭게 남는다.』
기도의 결과 그러한 장시간의 무의식 상태가 발작하는 수녀에게는 대제와 보속을 금하고 다른 일을 맡겨 본인의 마음을 돌리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여성의 허영심으로 천주 대전에 또는 동료들의 눈앞에 잘 보이고 싶어하는 경우에 봉쇄수도원 안에서도 고상하나 병적(病的)인 그러한 상태가 집단적으로 일어날까바 그는 걱정이 되었다.
『너희들 가운데서 가장 겸손하고 가장 극기하는 사람이 가장 영성적이다.』
그는 우울증을 경계했다.
『우울증이란 사람의 이성(理性)을 흐리게 하는데서 시작된다. 이성이 통제상태에 있지 않을 때 우리 욕정(慾情)에 무슨 제안이 있겠는가?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자기가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자기 원장수녀를 자기 보다 더 병들었다고 역인다… 우울증에 걸린 수녀 하나가 온 수도원을 뒤집어 엎을 수 있다.』
자기 자신이 명랑한 그는 남들이 명랑한 것을 좋아했다. 그의 모든 딸들은 「어리석은 신심행위」나 「우울한 성인들」을 그가 싫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한 번 웃으면 온 수녀원이 그와 함께 웃었다.
휴양시간의 종이 울릴 때 만일 <데레사>가 자기 수방으로 바삐가면 그의 딸들이 그의 길을 가로막았다.
『어머님… 우리와 함께 계시지 않으시렵니까……』
그들은 지꺼리면서 대구(對句)를 지어 읊기도 했고 듣기 좋게 노래도 부르기도 했다. <데레사>가 직흥시를 지어 낭송하는 동안 그들이 외었다.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추는 민속무용의 박자를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피를 흘리면서야 <도밍힐로>야! 왠 일인지 몰라 야
양반 집 딸로 나타난 <동정 마리아>의 그림에 붙인 노래도 있었다.
저 색씨는 삿도님집 안이신가
저 아씨는 도대체 누구이실까
저 색씨는 천주님 딸이시라네
저 별처럼 환하게 빛이 나시네.
<아나 데 헤수스>가 『신랑님』이라고 부르면서 「아기 예수」를 안고 있었다.
이 양치기 처녀는 복도 많고나
왕이시며 이어서 다스려 가실
양치기꼐 제 몸을 바쳤아오니
나로서는 <힐> 황송만 해서
어찌 감히 눈을 떠쳐다 보겠나
왕이시며 이어서 다스려 가실
낭군님을 뫼시고 있으시오니
<데레사>의 자애(慈愛)와 명랑성은 신명이 나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는 일어나서 손뼉을 치고 춤을 추면서 빙빙 돌았다. 여러 해가 지나서 <아나 데 산 바르톨로메>가 「프랑스」에 가서 「갈멘」 수녀원을 창립했을 때 그가 영도소 안에서 노래 부르면서 손뼉을 치며 춤을 추는 것을 보고 「프랑스」의 수녀들이 놀랐다. 그러나 그 춤이 존엄과 달가움과 운치(韻致)에 신성한 경외감(敬畏感)이 충만하여 그들의 심정을 천주께로 들어 올렸다.
어느 부활 축일의 저녁이었다. 석반(夕飯) 후의 휴양 시간에 그가 <이사벨 데 헤수스>에게 한 곡조를 청했다. 천사와 같은 목소리였다.
내 눈으로 당신을 뵈올 수 있으련만 착하시고 달으신 우리 주 예수님 내 눈으로 당신을 뵈올수만 있다면 그 때에는 이 몸이 죽어도 좋으리
그 어른의 응시(凝視)를 즐겁게할 사람은
자스민과 장미로 그 앞을 막으리
내가 만일 당신을 뵈옵게만 된다면
일천두럭 꽃밭이 눈앞을 가리리
가사와 곡조의 조화, 검은 베일 밑의 청정(淸淨)하고 단정한 수녀들, 비둘기 날개같은 머릿보를 쓴 「노비시아」들, 아름다운 4월의 저녁, 참다운 부활의 예찬(禮讚). 이 모든 조건이 <데레사>를 깊이 감동케 했다. 그는 탈혼 상태에 들어 갔다. 의식을 잃은 그를 <마리아 데 산 프란치스코>가 부축했다. 그가 의식을 회복했을 때 그의 양팔이 늘어진 것 같았고 전신에 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시가 솟았다.
나는 자기 안에 살지 않고 사노니
나는 죽을 수가 없으므로 죽음을
나는 자기 안에 안 살면서 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