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능히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하나니 너희도 천주와 다못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리라 (마두 6,24)
예수께서 말씀하신 두 주인이란 「천주와 재물」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천주님을 섬길 것이냐? 재물을 섬길 것이냐? 하는 문제를 목전에 놓고 냉정히 생각하면 누구나 천주님을 섬겨야 한다고 하는 신자들중에도 재산과 천주님을 함게 섬기려고 하는 신자들이 많은 것은 뚜렷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아무도 능히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하느니라』는 경계의 말씀을 하십니다. 돈이나 세속영화에 애착하여 그것을 누리고자 하는 욕망에서만 움직이는 사람들은 천주님을 섬길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왜 우리는 천주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는가?
천주께서는 『네 주 천주께 경배하고 다만 저를 섬기라』(마두 4,10)고 명하십니다. 즉 천주께서는 우리의 나누어지지 않는 사랑 전체를 요구하십니다. 또한편 세속재물 전체를 흡수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재물에 대한 애착심을 가진 사람은 신앙생활에 게을러질 뿐 아니라 마침애 불의 부정한 죄악까지 범하게 됩니다. 구약에 <달리라>가 <삼손>을 배반했고 신약에 <유다스>가 자기의 스승 예수님을 팔아넘긴 것은 돈때문이 아니였읍니까? 재물이란 이와같이 최대의 악을 감행할 수 있도록 사람의 마음을 남김없이 점령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성 <바오로> 종도는 『온갖 악의 한가지 뿌리는 재물에 대한 탐욕이니라』(티 전 6,10)고 말씀하셨읍니다.
친애하는 교형여러분! 서로 반대되는 『천주와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면 그중에 하나만을 선택하여 섬겨야 하겠읍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천주님을 섬기기로 선택하시고 계십니다. 다행한 일입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부정축재자들을 모조리 감옥에 잡아 넣고 그 부정한 재산을 몰수정리하는 한편 그들에게 처벌을 내리고 있읍니다. 그들은 과거에 천주님 대신 재물을 섬겼읍니다.
과연 그들은 한때 이 부정재산 위에서 흥청대며 세속을 즐겼고 약자 앞에 권세를 떨쳤던 것입니다. 그들은 이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참된 행복을 그 재산에서 찾아 얻었던가?
그들이 섬기던 재물은 지금 그들을 떠났고 한평의 감방안에 단벌 수의(囚衣)의 신세가 된 오늘에 있어서 그들은 과연 또다시 재물을 섬길 용기를 찾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러한 운명을 눈앞에 보고 계신 여러분들도 이에 참고할 바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다음으로 우리의 의식(衣食)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물에 대한 개념은 어떻게 가져야 하며 어떤 방법으로 그 제물을 얻기로 노력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봅시다.
육신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는 확실히 재물은 필요합니다. 육신에 필요할뿐 아니라 잘 이용하면 구령사업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읍니다. 그리고 천주께서 우리의 육신과 만물을 창조하신 목적으로 보아서도 우리는 세상 재물을 이용하여 육신생활을 도모하고 유긴생활의 걱정이 없으므로써 구령사업에 안전을 기하도록 해야 하겠읍니다. 천주께서도 『너는 큰 수고를 함으로써 거기서 먹을 것을 얻으리라』(창세기 3,19)고 하셨읍니다.
따라서 유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지니라』하는 것은 공산주의자들만이 부르짖는 말이 아니고 본시는 우리 교회의 주장인 것입니다. 성분도께서는 『기구하며 노동하라』는 「모또」를 내세우고 노동을 신성화하는 동시에 근면하게 일하는 정신을 널리 전달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맡겨진 일을 천주님의 계명 안에서 충실히 함으로써 육신 생활에 필요한 재물을 얻을 것이며 또한 이런 정신으로 열심히 일하는 그에게는 천주께서도 강복하실 것입니다. 『너희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을꼬 하여 걱정하지 말라. 생명은 음식보다 더 중하지 아니하냐…… 』(마두 6,25)
그러므로 재물 그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이것이 인생의 첫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예수께서 경계하십니다. 즉 천주님 보다 재물을 더 섬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천주님을 위한 인생을 돈을 위한 인생으로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육신생활에 필요한 재물을 벌기위해서 노력하되 천주님의 계명 안에서 할 것입니다.
누가 만일 자나깨나 돈만을 생각하고 걱정한다면 돈을 벌기 위해서 「주일미사」나 파공을 지키지 않는다면 돈을 차지하기 위해서 남을 중상모략한다면 남의 재산을 불의하게 횡취한다면 돈때문에 거짓말을 한다면 이는 죄를 범하는 것이며 따라서 천주님보다도 재물을 섬기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먼저 천주의 나라와 그의 덕을 구하라 이 모든 것은 더음으로 주시리라』
현세 재물은 어디까지나 인생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방법이나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수단 방법을 최후목표로 삼는다면 그의 일생은 불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도 능히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하느니라』
李갑열 神父(金泉 黃金洞本堂 主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