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36) 박해
발행일1961-06-25 [제284호, 4면]
그 해(1577)에 「강신」 수녀원에서 50명의 수녀들이 <데레사>를 지지한다는 탓으으로 파문당했다. 「톨래도」에서 온 「말족(말足)」 수사원장 <발도나도> 신부가 1575년에 「피아센싸」에 소집된 「갈멜」회 총회의 명령을 내세워 무장경찰을 대동하고 와서 「선족(선足)」 수사들을 잡아 갔다는 소문이 났다. 온 「아빌라」가 격분했다.
『…그 수사들이 무슨 죄인이나 되는 듯이 감옥으로 끌려갔데……』
『……세 번이나 두들겨 맞고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고문을 당했다는 걸……』
『……<말도나도>가 <요왕> 신부를 「톨레도」로 끌고갔다면서……』
『……<요왕> 신부가 고양(고羊)처럼 순순히 잡혀 갔다는걸……』
그것은 1577년 12월3일 밤중의 일이었다. <데레사>는 자기도 모르게 탄식했다. 그해 성탄 전날밤에 62세가 된 그가 실족하여 왼팔을 부러뜨렸다. 그는 그 고통을 <요왕>을 위해 참아 바쳤다. 그 외의 수사들은 숨어야 했다.
비록 「개혁」수도원 창립을 중지시키고 <데레사>를 은퇴시켰을 망정 그에게 처음으로 호의를 가졌던 <루베오> 총장이 1578년에 죽었다. 전임자인 <오르나메토>와 달리 「개혁」을 싫어하는 <세사> 교황대사가 「선족 갈멜」을 「말족 갈멜」의 권하에 두라는 명령을 내렸다. 「선족」과 「말족」을 관구적으로 독립시키려는 <데레사>의 포부가 깨졌다.
「강신」수녀원 안에 은퇴당한 그는 <요왕>의 소식을 못들은 지 벌써 여러 달이 되었다.
<요왕>은 자기 소원 데로 『침묵에 쌓여』 세인의 눈에 안 뜨이는 곳에 있었다. 그것은 「톨레도」에 있는 「말족 갈멜」 수사원의 캄캄하고 비좁은 지하실 감방 속이었다. 식사는 맨 빵과 맨 물만을 주었고 날마다 그곳 수사들이 번갈아 매질을 했다. <요왕>의 옷이 어깨의 상처에 말라붙었다. 그는 사랑과 인내로 갖은 고통을 견디었다. 다만 <예수의 데레사>의 고민에 대한 생각이 그를 슬프게 하는 단 한 가지 일이었다. 이 조고만한 사나이가 보이는 힘과 마찬가지로 극히 유준하고 순결한 그의 얼굴이 그의 포자(浦者)들을 격노케 했다. 그곳에서 제일 가는 웅변가 수사가 그에게 「개혁」을 버리고 「완율」을 택하라고 촉구할 때마다 침묵하고 완전히 고요한 그의 습관이 그들을 격분케 했다. 그들은 약속이 소용 없음을 알자 구타와 욕설로 협박했다.
그는 침묵을 깨뜨렸다
어디로 그대 사라지셨나
「사랑」아 나를 슬프게 두고?
가시기 전에 상처를 주고
숫사슴처럼 달아나셨네
제마다 더 깊은 상처를 주고
저들의 고함이 나로 하여금
좋아서 죽도록 황홀케 하네
오 맑은 수정의 샘이어
이제 너의 은빛 바닥에
문득 나타난 그 모습
내 혼에 아로 새겨 간직한
언제나 못잊을 보귀한 그대들
<요왕> 수사의 주위에서 이 세상이 무너지고 그는 침묵 속에 묻혀 천주만이 이해하시는 말로 즉 침묵의 사랑으로 천주께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에게 등잔을 주지 않았는데 그의 지하실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그들이 들어가자 마자 그 초자연적 빛이 꺼진 일이 있었다. 그는 탈출할 생각이 없었으나 성모몽소승천축일 7부 기간의 어느날 성모님이 그에게 나타나 「타구스」강이 바라 보이는 어느 방의 높은 창을 영적(靈的)으로 보여주시고 그리 탈출하기를 도와주마고 말했다.
수사들이 식사하는 동안 그가 변소에 가는 시간을 이용하여 그가 성모님이 보여준 그 창을 살펴보니 그리로 가려면 온 수도원을 횡단해야 되는 곳이었다. 바로 그 날 밤에 그는 잠을통의 못을 돌려 빼놓고 모든 사람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첫문은 단번에 열렸으나 그 이웃 방에 객수사 둘이 자고 있었다. 그는 머뭇거렸으나 성모님의 명령을 거스릴 수가 없었다. 빗장을 벗기고 문을 잡아 당길 때 철판이 떨어지는 소리에 그들이 잠을 깼다.
『거기 누구야?』
성모님이 그들의 눈과 귀를 막아 <10자가의 요왕>은 그들을 타넘었다.
두 벌의 헌 담요와 자기 옷을 찢어 바를 꼬아 창에 비끌어 맸다. 마음 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그 줄을 타고 내리라고 명령했다. 그는 순명했다. 그러나 그 줄이 적어도 열 자는 모자랐다. 그는 「타구스」강의 바위 언덕 위에 디룽거리면서 어디로 떨어질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성모님만을 신뢰하고 눈을 감고 뛰어 내렸다. 그곳은 「프란치스칸」수녀원의 뜰이었다. 그러나 봉쇄의 밖이었다. 그 담 너머는 장터였다. 그 담은 높아서 도저히 넘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자기 몸이 공중으로 들리는 것을 느끼자 그 너머 편의 땅에 서 있었다.
사방은 아직도 어두었다. 새벽에 일찍 나온 장군이 특히 여인들이 떨어진 수도복을 입은 그 수사의 꼴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그는 집들의 사이를 다름질쳤다. 3종이 울리는 다섯시에 그는 그곳의 개혁 「갈멜」수녀원 문을 두드렸다. 그때 마침 <아나데 로스안헬레스> 원장수녀가 중태에 빠진 <아나 데라 마드레 디오스> 수녀의 머리맡에 있었다. 만일 「말족」 수사에게 다시 붙잡히면 그를 갈기 갈기 찢을는지도 모른다. 임종하는 수녀에게 종부성사를 주는 경우 이외에는 신부가 봉쇄 안에 들어갈 수 없었으나 병든 그 수녀를 위해 수녀원의 문이 열렸다.
얼마 안 되어 「말족」 수사들이 무장경찰을 데리고 이 수녀원에 몰려와 응접실, 성당, 제의방을 샅샅이 뒤졌으나 봉쇄 안으로는 감히 들어갈 수 없었다. 온 수녀원이 눈물과 기쁨이 섞인 감사의 기도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