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37) 사필귀정(事必歸正)
발행일1961-07-02 [제285호, 4면]
<요왕>이 「아빌라」로 돌아와 <데레사>를 다시 만난 것은 9개월만의 일이었다. 그는 옥중에서 지은 시를 부드럽고 단조한 소리로 읊었다. 수녀들이 그것을 필기했다. 그는 자기의 체험을 말했다.
『축복된 무(無)와 축복된 은심처(隱心處)…… 천주의 풍성한 신익(神益)이 오로지 공(空)하고 고독한 마음 속으로 내립니다』
피골이 상접한 그의 몹씨 상한 얼굴에는 아직도 죽음의 그림자가 서린듯 했다. 그래도 그는 불평이 없었다.
『내게 관한 한 아무런 걱정도 마시오. 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데레사>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항의가 퉁기처 나왔다.
『천주께서 그런 일을 어떻게 그냥 내버려두시는지 나는 몰라!』
<요왕>은 <데레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라시안>의 명령으로 「알모도바르」의 대회에 참석해야 할만큼 1578년은 다사다난했다.
<요왕>수사의 탈출 며칠 전에 <세가>가 <그라시안>의 순찰사직을 파면하고 「선족 갈멜」의 행정권을 자기가 쥐었다. <데레사>에게는 <그라시안>과의 통신 연락을 금지했다. 또 그는 다른 수녀원으로 옮겨 여생을 보내라는 암시를 받았다. 그는 위신과 평정(平靜)을 잃지 않았으나 패배(敗北)를 승인했다. 그는 묵묵히 머리를 수그리고 자기 수방으로 들어갔따. 문을 잠것다.
<아나 데 산 받도로메>가 먹을 것을 들고 갔을 때 문밖에서 한숨과 오열(嗚咽)로 중단되는 <데레사>의 기도 소리를 들었다. 그는 모든 분규의 유일한 기인이 자기에게 있다고 자책하는 것이었다. 시과의 시간이 되자 그는 꿈속에서와 같이 걸으면서 성당으로 들어갔다.
그는 뻣뻣이 무릎을 꿇었다. 그의 얼굴이 돌로 변했다. 그리고 그 회색의 얼굴로부터 줄줄 흐르는 눈물이 땅바닥에 고였다.
그날 저녁에 성탄대(大)시과를 창하게 되어 그 도모가 지치지 않도록 「아나」가 식당에 가벼운 식사를 준비했다. <데레사>는 안 먹겠다고 머리를 흔들다가 「아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 식당으로 따라갔다.
그는 자기 접시 앞에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었다. 「아나」는 감히 더 권할 수가 없었다. 문득 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식탁 옆에 서 계심을 <아나>가 보았다. 그 어른께서 <데레사>에게 마치 어린애에게처럼 친손으로 먹여 주셨다.
『딸아, 먹어라. 네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견디고 있는가를 내가 보고있다…… 용기를 내라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자정미사 때 온 「아빌라」의 종이 울리면서 「성 요셉」수녀원 성당으로 들어오는 <데레사>는 딴 여인이었다. 아까까지 수녀들을 놀라게 한 그 도모의 회색 얼굴이 성신 7은의 빛을 발했다. 그는 평상시에 창하는 소리가 똑똑하지도 않았고 바르지도 않았으나 「성 요왕」 복음을 천사같은 소리로 창했다. 조과경의 웅이 울릴 때 잃어버린 그의 용기가 어쩌면 그렇게 속히 회복되었는지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오늘 참다운 평화가 하늘에서 우리에게 내려오도다. 오늘 온 세상에 하늘이 꿀을 내리도다…』
1579년의 새해를 맞이했다. <렌딜라>자작을 포함한 거두들이 <필립 2세>에게 나아가 <예수의 데레사> 도모와 「개혁 갈멜」이 입은 모든 중상에 관한 진상을 밝혔다. <세가> 교황대사는 이전 「스페인」의 주인에게 복종 아니할 수 없었다.
1579년 4월1일 날자의 명령장으로 <세가>가 「개혁 갈멜」을 「완율 갈멜」의 지배로부터 해방하여 비록 자신은 「완율」수사였을 망정 <데레사>와 그 「개혁」운동의 지지자인 <살라싸르>신부의 권하에 두게 했다.
이로써 박해가 끝났으나 「선족 갈멜」의 수사 수녀가 독리보딘 관구를 설립하는 것이 남은 문제였다. 숨었던 수사들과 갇혔던 수사들이 자유를 회복했고 <요왕>신부는 「베이싸」대신학교의 학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1578년 이래 집필 중이던 「어두운 밤」(暗夜)과 「영시」(零時)로 원장수녀들의 질문에 응했다.
박해 중 박탈되었던 수녀원장직으로 복직하기를 사양하는 <마리아데산 호세>에게 <데레사>가 서신을 보냈다.
『딸이어 존자(尊慈)는 어리석은 덕행을 옆에 치워두고 원장수녀 복직 거부를 중지하오…… 그대는 어린아이같이 행동하고 있오. 이것이 존자만의 사무가 아니라 전 「회」의 사무이오』
천주의 신익과 즐거움과 감사를 받는 것이 또한 천주의 성의에 복종하는 것이니 즐거움을 슬프게 받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 <데레사>의 사고방식이었다. 시련을 받을 때와 환희용약할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환희는 <데레사>가 10자가 나무에서 따 모은 과실이었다.
지난 4년간 특히 박해의 수난 가운데 그는 자기의 말과 모순된 행동이 없었다기 보다 언제가 말보다 행동이 앞섰다 영혼의 궁전 안에 일곱 방이 있고 그곳에서 지존께서 즉 인간 존재의 최심처에서 인간을 기다리신다는 이 위대한 사상이 그의 위대한 행동을 낳았다. 만사가 행동에 메인 것처럼 정력적으로 행동하고 만사가 기도에 메인 것처럼 열심히 기도하라는 것이었다. <말다>와 <마리아> 이 둘이 그에게는 분리될 수 없었다.
『자매들아 기도로! 기도로! 모든 중대한 결심은 먼저 기도의 제목으로부터! 우리가 가장 친한 친구에게 하듯이 우리는 천주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자. 그 어른의 뜻대로 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그 어른을 연약하시고 통고하시고 또 우리 동반이 되시는 인간으로서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습관을 드리면서 그 어른을 우리 곁에 찾아 뵈옵기가 대단히 용이하다.』
이 좋으신 친구께서 그를 떠나시는 일이 없었으므로 그가 가장 강한 때가 이성(理性)이 모든 희망을 금지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가견(可見)의 현실과 불가견의 현실 즉 자연과 초자연이 그에게 완전히 균형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