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4)
발행일1960-10-23 [제251호, 4면]
<마리아 데 부리세뇨>라는 중년 수녀가 그의 담임선생이었다. 그 수녀는 학식이 높았고 가문도 높았다 그의 능숙한 이야기 특히 천주의 아름다우심에 관한 설명이 <데레사>의 흥미를 끌었다. 개성에 따라 지도를 달리하는 그는 얼마 안가서 <데레사>의 비밀한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자기도 속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난 소녀시절에 「부르신 자는 많으나 간선자는 적도다」라는 말씀을 읽고 수녀될 생각이 났었다』의 다정하고 귀족다운 태도가 <데레사>의 수도생활에 대한 밤감을 약간 덜었다. 그러나 <데레사>의 자존심이 응낙하지 않았다. 가정에서나 사교장에서나 그는 여태까지 호강만 했다. 그의 불같은 성미도 부모의 자랑거리였으니까. 그가 지닌 멋과 총명, 기지(機智)와 글재주, 우아한 춤맵시, 장기수법(將棋手法), 대담한 말타기, 예술적인 자수도안, 그리고 식구들이 놀라는 음식솜씨!
『<데레사> 아가씨는 자기가 골라야만 결혼할걸!』
이것이 그에 대한 「아빌라」사람들의 정평(定評)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곳에 들어온 이래 자기에게 없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수난(受難)복음을 다 읽어도 남들이 흘리는 눈물이 자기에게는 없었다. 겸손 안에 환희가 있다는 것도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마리아> 수녀가 그에게 『신공을 훨씬 높은 소리로 염하라』고 충고하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천주께서 <데레사>에게 당신을 가장 잘 섬기는 법을 보여주시라』는 기구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는 그 법이 수도생활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결혼은 겁이 났다. 남편 앞에서 자기 의견이라고는 한마디도 발언을 못하는 가정주부의 노예상태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곳에서 수녀들이 실천하는 대재, 침묵, 가혹한 고행도 소름이 끼쳤다. 해외로 떠나는 오라비가 작별하러 왔을 때는 남자로 태어나지 못한 것이 한이 었다. 어려서부터 귀에 익고 커서도 잊히지 않는 옛 이야기 마다 나오는 『언제까지라도 언제까지라도』라는 말이 이곳에 와서도 언제나 염두에서 떠나질 않았다. 『언제까지라도 언제까지라도 행복했다』던가. 『언제까지라도 언제까지라도 사랑했다.』던가.
과연 인생에 있어서 『언제까지라도 언제까지라도』가 사실일 수 있을가? 짧은 사랑의 경험은 기쁘게 생각됐고 아름답고 행복했던 자기 모친의 청춘의 죽음은 허무하기만 했다. 잠시일 수 없는 『언제까지라도 언제까지라도』를 추구하여 마지 않은 그가 발견한 것은 그 『영원』을 이해하고 느끼는 능력이 없는 내적자기(內的自己)었다. 그럴수록 그는 높은 소리로 신공을 염했다. 수도생활로 들어가볼가 하는 생각이 날때도 있었으나 될수만 있다면 이 세상의 인연을 아주 끊고 싶지 않았다. 그의 마음 속에서 벌어진 영혼과 관능(官能)의 투쟁이 날이 갈수록 격심해갔다.
1년반만에 그는 병이났다. 열일곱살 되던 해 늦은 겨울 드디어 부친의 슬하로 돌아왔다. 계속된 신경의 긴장, 낙심과 흥분의 헷갈림으로 그는 날로 쇠약해갔다. 그립던 집에 돌아왔으나 별로 반갑지도 않았다. 침대 위에 드러누워 몇시간이고 벽만 바라보았다. 거기엔 「사마리아」여인의 그림이 있었다. 『주여 생명수를 주소서』 계속해서 중얼거려 보아도 진정한 사랑을 일깨우지 못했다. 한편 자기 동기들과 사촌들은 그와 함께 놀지못해 하가 났다. 바로 그 사촌은 <데레사><가 피하고 싶은 인물이었다. 그는 언니가 시집가서 사는 시골로 전징양을 떠났다. 그 도중에 삼촌되는 <돈 페드로>의 집에 들렸다. 장서가(藏書家)인 그는 유덕한 학자였다. 병으로 초최한 질녀를 위로하려고 <호르게 만리쿠>의 시집을 읽어 주었다.
인생은 냇물인가? 바다로 흘러드는 죽음의 바다로!
<데레사>는 갑자기 일체에 대한 허무감에 사로잡히자 사랑의 추억은 수치스럽기만 했다. 질녀의 이해하는 눈치가 기특해서 그 학자는 두터운 책 중에서 「성 예로니모 서간집」을 꺼내어 그에게 좀 더 큰 소리로 읽어보라고 말했다. 그가 얻은 감명은 『일체가 허무하다』는 것이었다.
공기가 맑은 언니네 마을은 전원풍경이 다시없이 아름다웠다. 하루는 그가 바위틈에서 흐르는 작은 샘물이 위로 폭폭 솟으면서 물거품을 일으키는 것을 오랫동안 물그러미 들여다 보노라니 한번 뒤집혀 흔들린 모래가 끊임없이 되솟구쳐 오름을 보고 놀랐다. 아마 이와같은 모양으로 천주의 사랑이 장차 자기의 창조원료인 흙을 또한 위로 오르게 하시지 않겠나?
또 그는 물을 주었을 때 메마른 땅의 기쁨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자기영혼의 무미건조함이 딱했으나 그리스도께서 『착하신 정원사』이심을 상기했다. 이 세상은 허망하고 인생은 짧다. 죽어서 지옥으로 갈가봐 두려웠다. 수녀될 생각은 없었으나 그는 수도행활이 가장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수도 생활이 가장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수도 생활로 들어가도록 자기자신을 강제할 결심을 차차 하게되었다. 장차 자주 거듭할 이 『결심』이라는 말을 그는 이때 처음으로 했다. 병이 거이다 나아갈 무렵에 집으로 돌아오니 한해가 넘어 그는 18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