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38) 심궁칠실(心宮七室)
발행일1961-07-09 [제286호, 4면]
「심궁칠실」(心宮七室)은 <데레사>가 62세 때 그의 생애 중 가장 암흑하던 기간 중 한밤중에 돋보기를 쓰고 끄럼 나는 등잔불 밑에서 기록한 최후의 저술이다.
천주께서 그에게 궁전 모양의 수정 덩어리를 보이셨다. 그 안에 방이 일곱인데 한가운데 있는 제7실에 영광이 혁혁하신 왕이 계셨다.
<데레사>는 영혼을 금강석이나 가장 맑은 수정을 다듬어 만든 궁전으로 보았다.
『각 감각들은 거기서 사는 백성들이다…… 우리 각 기관(器官)들은 대신(大臣), 수령(守令), 서리(胥吏)들이다……』
그 궁전으로 들어가는 문이 기도다. 제1실 안에서 돌아다니는 영혼에 성총이 닿았으나 왕이 계시는 방으로부터 오는 빛을 보지 않을 만큼 많은 「독충들과 사갈(蛇蝎)들」이 그의 주위를 기어 돌고 있다. 마귀가 자기 뱀들을 내놓기 위해 그 어둠을 이용한다. 그 영혼은 오로지 기도와 자기인식과 그 왕의 인자에 신뢰를 견지(堅持)하므로써 험난을 모면한다.
제2실 안으로 들어가려면 자기 생활에 필요치 않는 사물에서 손을 때야 한다. 그 방안으로 뚫고 들어가는 영혼은 이미 기도를 충실히 실천하는 영혼이다. 천주께서 그 영혼을 앞으로 나오라고 어찌 친절히 물으시던지 이 가련한 소인(小人)이 얼른 순명을 할 수 없어 실망하고 있다.
『그는 물으시는 소리를 듣기 전보다 당황하고 있다』 그는 겁이 나서 몸이 싸늘햊니다. 그 빛이 아직 희미하다. 유혹이 독사처럼 그를 고역한다. 그는 자기 의지(意志)를 천주께 순명하도록 훈련하되 강제로가 아니라 유순하게 집념(集念)의 실천을 시작한다.
적(敵)이 제3실의 문 앞에 있다. 그놈이 그 문을 강제로 막는 경우에 그 영혼은 무장한 체 먹고 잘 필요가 있다. 그 영혼은 악을 피하고 천주의 찬양을 듣기 좋아하고 선에 대한 경향을 훌륭히 보이나 허영심과 목전에 요구되는 세속적 이해를 초월할만한 자랑이 없다. 그는 왕의 방으로 가는 문이 닫힌 것을 보고 초조한다. 그 왕의 방안으로 들어간 성인들과 우리 사이의 차이를 발견한다.
『사소한 신심 실천을 초월하라…… 너의 사랑이 너의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세속에서 해탈되고 욕정을 제어하고 순명에 신속하고 자기 과오만을 생각하고 남의 판단에 상관 않는 제3실의 영혼들은 침묵과 희망 가운데 생활한다.
제4실에서 큰 모험이 시작된다. 여기서 그 왕께서 『당신이 원하시는 때에 원하시는 대로 원하시는 사람에게』 은총을 아낌 없이 분배하신다. 영혼들이 그 기회를 놓지지 말고 언제라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서는 흉맹(凶猛)하고 유독한 동물들이 용감한 승리의 기회를 줄 따름이다.
『이 방안에서 중요한 일은 많이 생각하기가 아니라 많이 사랑하기다』
만일 행동이 따르지 아니하면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이유가 안선다.
집념과 정적(靜寂)의 방들. 여기서 영혼들이 보다 밝은 빛을 깨닫는다. 그 왕의 부르시는 소리 고요하나 어찌 사무치는지 자기 과거의 과오를 잊고 그 방으로 더 들어갈 생각이 날 뿐이다. 그 영혼이 제5실 안으로 들어가면 그 왕과 약혼을 한다.
『…… 그(약혼이라는) 비교가 아무리 서툴망정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혼배성사 이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 우리가 말하는 일의 일채가 영계(靈界)의 일이나……… 이 경지는 전부가 사랑, 말할 수 없이 맑고 미묘하고 달가운 사랑이다』
그것은 마치 누에가 나비로 재생(再生)하려고 자체를 봉하는 고치를 짜듯이 영혼이 자기가 변형하려고 애쓰는(천주와의) 일치의 기도다.
『그러한 일치는 아직도 영성적 혼인의 일치가 아니라 세속에서 혼인 문제가 났을 때 양편이 알고 서로 사랑함이 바람직 하듯이… 이 초자연적 약혼을 깰 수 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 영혼이 자기 힘 닿는데로 무슨 일이라도 할만큼 사랑에 빠졌다.』
제5실 안에서는 즐거움이 전부가 아니다.
『사랑은 게으른 수가 없다』
『오 주께서 일을 원하시다.』
제6실 안에서는 그 영혼이 처주와 밀접하게 생활하나 아직도 천주를 갈망하기를 그치는 일이 없다. 천주께서 그 영혼에게 말씀하시고 그 영혼은 탈혼하여 황홀하다.
『천주께서 그 영혼에게 영혼이 낫지 않기를 원할만큼 달가운 상처를 주신다』
그 왕께서 당신 약혼자에게 당신 보석의 선물을 주신다. 천주의 위대성의 인식, 완전한 자기 인식, 완전한 겸손 제7실 안에서 그 영혼이 천주 안에 있고 천주께서 그 영혼 안에 계심이 『두 개의 창을 통해 한 방으로 들어오는 광선과 같이 들어올 때는 나누어졌을지라도 오직 하나의 빛이 되는 일』과 마찬가지다. 지존께서 군림(君臨)하시는 밀실(密室)에서 이루어지는 영성적 혼인의 친밀한 일치는 『그 영혼과 천주께서 강렬한 침묵 안에 서로 즐기는 것이다.』
「롤레도」에서 그가 이 저술을 쓰기 시작했을 때 어느날 저녁에 ,마리아 델 나시미엔토>가 그에게 전할 말이 있어 그의 수방으로 들어갔다. 그 창립자는 긴깃펜(羽筆)을 쥐고 낮은 책상 앞에 앉아 방금 새 원고장(原稿帳)을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마리아>가 들어오자 그가 고개를 돌려 안경을 벗었으나 그 손을 내리기도 전에 탈혼상태에 빠져 오랫동안 그대로 있었다. <마리아>가 경외와 경이(驚異)에 충만하여 그의 옆에서 기도하면서 있었다. 그가 의식을 회복했을 때 그 백지가 그의 글씨로 완전히 까맣게 덮여 있었다. <마리아>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것을 그가 다정히 나무랐다.
『조용히! 이 바보야!』
그는 그 책을 설합 안에 던지고 열쇠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