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6)
발행일1960-11-06 [제253호, 4면]
<데레사>가 <안토니오>를 다리고 성곽(城郭) 모퉁이로 돌라 망루(望樓)를 지나 성내와 「강신」수녀원을 가려는 도랑을 건느면서 현재의 자기와 과거 사이의 심연(深淵)을 느꼈다. 수녀원 밖에서 <안토니오>와 작별할 때 그는 지상(地上)의 혈연(血緣)을 끊었다. 봉쇄의 대문이 유달리 삐걱 큰소리를 내어 열리고 그가 들어서자 뒤에서 다시 덜커덕 닫힐 때 그는 만사가 허무함을 확신하고 홀로 천주만이 전부이신 사실을 단연히 승인했다.
<후아나 수아레쓰>가 젊은 수녀들 가운데 서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데레사>가 꼿꼿이 서서 미소만 했으나 호기심으로 새사람을 맞는 모든 수녀들의 호감을 샀다. 그는 가장 검소하게 차리고 왔으나 그 옷감이 수녀들에게 고와 보였다.
그는 열성에 복받쳐 당장에 수도복을 입혀달라고 졸랐다. 원장수녀는 그의 부친의 승락 없이 어떻게도 할 수 없었다. 아들마저 수사가 될 줄이야 생각도 못했던 그들이 부친이 천주 봉사와 사랑 사이의 갈등에 몸이 떨리면서 「강신」 수녀원으로 먼저 달려왔다. <데레사>의 간곡한 음성과 명백한 변명에 마음이 진정된 그의 부친은 승락할 수 밖에 없었다.
11월 2일에 착복하게 된 그는 그 전날밤을 뜬눈으로 세웠다. 내일이 「추사이망」임을 알리는 원근의 종소리가 그의 영혼을 흔들어 천주의 의노를 연상케했다. 그는 실컨 울었다. 보속해야할 자기 죄를 「영원」히 계속할 연옥과 지옥의 벌을 생각하여 정신이 산란했다. 「갈멜산의 성모」께 의탁함으로써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착복식의 시간이 되자 불면(不眠)으로 창백해야 할 그의 얼굴이 기쁨으로 화내졌다. 며칠사이에 그는 오렌지빛 치마와 조심없는 거동으로 많은 이야기거리가 되었던 처녀임을 아무도 모를만큼 변했다. 얼굴표정을 제어하고 의사표시는 수다스런 말을 쓰지 않고 대답은 짧게 하고 수도복 앞뒤로 드리운 「스카푸라리오」 자락 밑으로 두손을 가리고 눈을 내려 뜨고 일정한 보조로 삼가히 거렸다.
경문을 많이 몰랐고 창(唱)도 서투렀으나 남에게 붙기가 싫었다. 충분한 이유가 없이 견책을 받을 때 그는 못견디었고 만사에 순응하고 만사를 사랑으로 대하라는 수도생활 가운데서 유덕한 수녀들과 자기를 비교할 때 낙심이 되었다. 기도가 참으로 즐겁다는 남들의 이야기를 이해못해 화증이 났다. 그의 영혼이 질서를 잃고 혼란에 빠졌다.
그는 큰힘을 들여 자존심을 꺾었으나 남을 자기보다 사실상 사랑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뉘우쳐 하루는 울음이 터졌다. 세상이 그리운 눈물로 아는 남들의 오해가 서러웠다. 마침 수녀 하나가 소름이 끼칠만큼 흉악한 병으로 누워있었다. 그는 고름과 분뇨(糞尿)가 한꺼번에 처지는 괴양된 그 환자의 복부를 붕대로 감을때 실증이 동정심으로 변했다. 악취와 메시꺼움을 못참고 얼른 밖으로 달려가 토하고 나서 미소를 띠고 다시 돌아왔다.
밤중의 간호는 가혹한 보속에 겹쳐 <데레사> 자신이 건강을 상했다. 시과(時課) 시간에 성당에 들어가면 버려진 천정틈으로 들어오는 눈, 비, 바람에 그는 추워서 떨었다. 그는 열이 나고 몸이 쑤시면서 육신 고통을 견디는 은총을 천주께 빌었다. 『저희들이 여기 온 것은 그리싀도께 응 바치려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위해 죽으려는 것입니다』라고 그는 되풀이해서 중얼거렸다. 보속 중에 살기가 너무도 어려웠다. 어렸을 때 원했던 순교는 천당 가기에 제일 값싼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착복한지 일년만인 1537년 11월 3일에 그는 허원식을 올렸다. 앞으로도 해야할 지난동안의 노력을 헤아려 볼 때 그는 착복식때 빛나던 얼굴이 이제 새파랗게 질렸다. 「베니크라아토트 스피리투스」를 창하는 수녀들이 두줄로 나란히 선 사이를 조심 조심 전진하는 그는 수도복만을 입었다. 그리고 단정히 개인 「스카푸라리오」, 베일, 허리띠, 종신토록 기도에 바칠 생애의 「심볼」로서 천주경을 적은 종의를 포개어 두손으로 받들었다. 이제 지성소 안으로 열린 살창문 앞에 이마를 땅에 다이고 그는 평신부복(平身俯伏)했다.
『너는 무엇을 원하느뇨?』
『나는 천주의 인자와 종신토록 종쇄안에 자매들과 동반을 원하나이다』
회헌(會獻)과 준엄한 규칙 낭독을 듣고나서 그는 힘있는 음성으로 허원을 발했다.
『우리로 하여금 허원을 발하게 하신 오주 천주는 또한 허원의 실천을 우리에게 허락하소서. 페르 크리스룸 도미눔 노스트룸』
모든 수녀들이 일제히 『아멘』하고 응했다.
두 수녀가 그를 응접실로 인도했다. 살창넘어 보이는 친구들 친척들의 모습이 꿈과 같았다. 그의 부친이 잔치를 베풀었다. 노래도 춤도 있었다. <데레사>는 스스로 즐거워 했고 내빈들도 즐겁게 했다. 그의 「내적투쟁」의 고면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여러가지 재조만을 놀랄 뿐이었다. (지난번 끝대문 「11월 2일을 「10월의 마지막날」로 정정-필자)
姜遇文 畵伯 사정으로 「삽화」는 실치 않게 되었으니 양해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