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7)
발행일1960-11-13 [제254호, 4면]
6, 먼저 마음을 비워(空)라!
이 수녀원은 식구가 너무 많았고 그 안의 생활수준이 자기 친정의 빈부에 따라 달랐다.
<데레사>는 잘 꾸며진 방 두 칸을 차지했다. 그는 그러한 세도에 불공평을 느낄 여우도 없이 다만 영가소(詠歌所)에서의 분심잡념과 심적건조(心的乾燥)만이 서러웠다.
베일을 쓰는 순간부터 그는 자신에 대한 요구를 배가(倍加)하여 자기 의지를 바짝 졸라 심약해질 때마다 스스로 꾸지졌다. 『나는 천사가 아니다. 나는 성인이 아니다!』
어느 동료의 엄청나게 장관(壯觀)스러운 고행(苦行)을 보고 극도로 흥분한 그는 비중(比重)의 센스도 과장(誇張)의 공포도 정상적인 상직도 잊었다. 하루는 그가 자기 등에 돌을 잔뜩 실은 나마(노세) 안장을 얹고 자기 목에 둘러멘 곱비를 잡은 한 수녀에게 짐승마냥 끌려 식당으로 기어 들어왔다. 그의 허영심에 대한 투쟁이 이만큼 힘드는 일이었다. 이런 종류의 지나친 짓이 그의 기절발작을 더욱 잦게했으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치료마저 거절했다. 겨우 걸을 수 있는 그의 영가소에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비틀거리다가 또 벌떡 뒤로 자빠졌다. 볼 때마다 놀라는 동료들이 휴향을 권하면 그는 『죽는게 무슨 상관입니까? 신병과 죽음을 한목음에 삼킬 결심이 없으면 아무일도 못하지요. 이렇게 해서 우리가 이 몸뚱이를 차차 이기게 되었지요』라고 대답했다. 그가 그처럼 큰 고통을 견디는 것을 보고 수녀들은 『저 수녀 안에 반듯이 천주님이 계실꺼야……』라고 속삭였다.
그의 부친이 문병왔을 때 그는 격자(格子-살창)까지 남에게 떠메여 가기도 했으나 대개는 아픈 다리를 질질 끌고 갔다. 자기는 아무런 불평이 없었으나 그의 얼굴이 핼쑥해지고 원래 약간 나온듯한 눈망물이 이제는 아주 빠져나올 것 같았다. 그의 부친은 인근 도시에서 명의란 명의는 모조리 청해다가 수녀원으로 보냈다. 그러나 그의 발병 원인을 몰라 의사마다 제소견대로 내리는 방문이 하나도 효험이 없었다. 길어지는 실신때문에 <데레사>가 죽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그의 부친이 최후의 수단으로 <데레사>를 어느 이름난 여자성령치료사(神靈治療士)가 사는 「베세다스」마을로 데려다 놓기로 작정했다.
「완율(緩律율) 갈멜」의 회칙(會則)은 봉쇄가 엄격하지 않으므로 <데레사>는 자기가 원치 않는 치료를 받으러 <후아나>의 안동으로 「강신」을 떠났다.
<데레사>는 모친이 전용하던 가마를 타고 아직도 망처(亡妻)의 복을 안벗은 그의 부친은 말을 타고 <후아나>는 나마를 타고 종들을 거느리고 「베세다스」가 가까운 「카스벨라노스」로 가는 도중에 「호르티고사」에 들려 그의 삼촌댁에 쉬었다. 초최해진 질녀가 안타까운 그의 삼촌은 점심 준비가 될 때까지 그들 자기 서재로 대리고 드어갔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ㄷ. 화롯불에 비쩍 마른 두 손을 녹이면서 <데레사>는 아무에게도 퉁정아니하던 자기 내적생활의 비밀을 삼촌에게 처음으로 고백했다. 자기가 간호하던 그 수녀가 그러한 중병의 고통을 하도 잘 인내함을 보고 자기에게 시련을 줍소사하고 천주께 밀었던 그는 자기 병의 원인도 솔직하게 말했다. 그의 삼촌은 머리를 흔들었다.
『기도가 제일 요긴하다. 기도를 많이 해야지!』
『기도하고 말고요!』
『어떻게 기도를 하느냐?』
『큰 소리로 합니다. 천주경을 몇번이고 염송하는 동안 분심이 나도 그렇게 하면 주의력이 고정됩니다. 이제는 심적 건조도 없고 고상을 바라보면 눈물도 납니다.』
『내가 말하는 기도는 심도(心禱-默想기도)다. 내성-집념(內省-集念)이라는 것이다』
심도! 그는 심도에 실패했던 것이다. 내성은 그 방법조차 몰랐다. 삼촌은 이번에도 커다란 책 한권을 꺼내주었다. 그가 들고 보니 『「오수나」의 <프란치스고> 수사신부 저(著)……』
『거기 네가 알아야 할 내성론(論)이 있다. 「제3 영성생활지도서」!』
<데레사>가 되는대로 펼치니 『…… 성도(聖禱)는 우리에게 필요한 바를 천주께 청원함이오…… 기도의 제2방식은 언어를 입시울로써 발음함이 없이 오로지 마음만이 천주께 담화하도록 자유로 방임함이오…… 제3은 이른바 심도 혹은 영도(靈禱)이니 기도 중에 영혼의 최고점이 사랑의 부축을 받아 원의(原意)의 날개를 펴 가능한 한도의 가장 청정(淸淨)하고 가장 앙모(仰慕)의 날개를 펴 가능한 한도의 가장 청정(淸淨)하고 가장 앙모(仰慕)하는 방법으로 천주를 향하여 하늘 높이 솟아 오르느니라……』 앗~ 이것이 바로 그가 원했던 것이었다. 내성이란 『너의 마음에서 일체의 피조물을 비워 너의 마음을 가벼히 하라……』는 것이었따.
그는 책을 덮었다.
『<데레사>야! 그 책을 네게 주마. 가지고 가거라.』
그의 일행은 삼촌댁을 하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