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8)
발행일1960-11-20 [제255호, 4면]
7, 해탈(官能·有相·思議로부터 解脫)
일치(天主와 一致)
<데레사>는 끄덕 끄덕 흔들리는 가마속에서 시린 손가락으로 그 책을 무릎위에 펼쳤다.
『「조과경」의 다음 시간을 착하게 쓸지니 대기 수면이 육신보다 오히려 영혼을 위함일세니라. 졸면서 자리에 들어가지 말지며 마땅히 오주께 대한 원의로 깨어있을지니라. 자려고 누울 때는 밤시간의 신부와 같이 천주를 구할지니라…… 숙수(熟睡)하기 전에 자기를 신공(神工-기도)에 바치다가 깨자마자 당장에 신공으로 돌아오는 자들은 참으로 행복되도다. 그러한 자들은 <엘리아>와 같이 어미의 품안에서 젖을 먹고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 또 먹고 다시 잠드는 어린아이들처럼 천주의 품안에서 먹고 자고 또 먹으면서 항상 안기어 있느니라. 그러한 영광의 간격이 있는 수면시간은 수면중이라 하기보다 신공중이라 생각할 수 있으리니…… 그런고로 비록 깊이 잠들었을지라도 다시 깨면 자기 영혼이 그 거룩하신 「사랑하는 이」의 품안에 숙수했음을 완전히 잘알리로다.』
「거룩하신(超自的) 사랑」이란 이처럼 자애(慈愛)롭고 친밀함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그는 한없이 고요한 감격에 정신없이 잠겼다. 다시 정신을 차리니 자기도 그런 경험이 없지 않았고 사실상 무의식적으로 「심도」를 실천한 적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의 부친은 그를 자기 큰 딸의 손에 맡기고 「아빌라」로 돌아갔다. 그는 <수아레쓰> 수녀와 <마리아> 언니의 동반으로 해동(解冬)한 다음에 「베세다스」마을로 떠났다. 길이 꼬불꼬불하고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고 반월형의 개울에 앞을 들리운 작은 마을이었다. 잔잔히 흘러가는 얕은 물소리에 짙은 호도숲속을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소리가 대조되었다. 온 들에서 부엌마다 마늘국을 끓이는 시간이면 말린 포도넝쿨을 때는 불꽃에서 향기로운 연기가 올랐다. 땅거미 지는 무렵 그 병인은 <오수나>의 책을 덮고 짙어가는 어둠 속에서 기도를 올렸다.
그의 자기포기가 진보되어 인간본성의 저항이 격심해지는 동시에 기이 잠든 그의 영혼이 서서히 깨었다. 비록 「성모경」 한번 가량의 짧은 동안이었으나 그는 감각(센스)과 형상 (이메이지)과 지식(언더스탠딩)으로부터 해탈(解脫)되어 다만 천주만이 지각(피씨브) 되는 경지에 오르는 정도(靜祈-禪定)의 성총을 받았다. 더러는 자기도 모르게 일치(유니온)의 기도에 잠겨 겨우 20세의 처녀로서 그는 전우주가 자기 발밑에 놓인 듯한 느낌으로 체험하는 때가 있었다.
만병을 통치한다는 그 「신령」(神靈)치료사」 노파는 그를 자기 감시하에 두고 「신령」하다는 치료법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견딜만 하다가 점점 혹독하게 되어 극도로 쇠약한 그의 몸과 그의 신경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러한 고통을 받아가면서도 천주의 계속적 현전(現前-푸레전스)에 살려고 자신을 강제하는 그의 영혼안에서 「투쟁」 「전투」 「노력」 「번민」이 계속되었다.
그때 한 남자, 젊은 남자가 <데레사>의 앞에 나타났다. 그 사람은 그의 고해신부였으나 오랫동안 파계중에 있는 그 마을의 본당신부였다. 비록 수척했으나 「갈멜」의 베일을 쓴 그처럼 순결하고 아름다운 그의 용모와 현세적이 아닌 사랑과 성실로 빛나는 표징적인 그의 눈을 들여다 보면서 어린아이처럼 사심없이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그 남자의 심중에 새로운 느낌이 일어났다. 회두한 그 남자는 며칠 후에 그의 앞에서 통곡했다. 그도 또한 통곡했다.
그는 남의 영혼병을 고쳐주었으나 7월 말경에 이르러 자기 육신병이 위중해졌다. 그 노파가 설사약을 함부로 썼기 때문이었다.
그의 속이 불이 붙은 것 같았고 열이 내리지 않았다. 그는 신경 경련의 순교자이었다.
온 마을이 당황했다.
『<데레사> 수녀가 다 죽어간대……』
『<데레사>는 참 미인이라는데……』
『또 참 성인이래……』
그의 부친이 부랴부랴 그를 「아빌라」의 본집으로 대려왔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신이 안앞은 데가 없었다. 이번에는 여러 의사들이 한데 의논했으나 폐병이라는 오진을 보탤따름이었다. 그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
『천주님의 손에서 복을 받거늘 어찌하여 화를 안받을 수 있을까?』
8월 15일에 마지막 성사를 청했다. 바로 그날밤에 종부성사를 주러 온 신부가 임종이 아니라 이미 종명(終命)이라고 판단했다. 그 다음날 거울을 입술에 대어도 김이 서리지 않았다.
그의 부친이 더 자세히 살피려고 손에 켜든 초끝에서 촛똥이 한방울 그의 눈시울에 떨어져도 이식이 없었다. 셋째날에는 「강신」 수녀원 안의 묘지에 무덤을 팠다. 넷째날에는 동료의 시체를 운상해 가려고 일체의 준비를 갖춘 수녀들 여럿이 들여박쳤다. 거지반 미쳐버린 그의 부친이 자기 딸의 몸 가까이 얼신거리지도 못하게 거절했다.
『안돼요! 안돼! 아직도 맥이 뛰는걸. 내 딸을 파뭍다니?』
그의 부친이 울부르짖다가 때로는 진정하여 딸의 맥을 짚은 채 침내 옆을 떠나지 않았다.
어찌할 줄 모르는 수녀들은 아무말도 못하고 멀지기 침대 주위를 둘러싸고 장궤하고 합장한 채 오래동안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