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깰 시간이 이미 왔나니라』 (로오마서 13장 11절)
장림수주일
구세주의 선구자이신 <요안> 세자께서는 광야에서 사람들의 회개를 소리높이 외쳤읍니다. 그때에 사람들은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과 같은 심정에서 자기들의 죄악에 대하여 새삼스러히 공포를 느끼며 무엇을 했으면 좋을지 물었읍니다. 우리도 그리스도의 성탄을 앞두고 천주님의 풍부한 성총을 받기 위하여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각자가 자신의 마음에 물으며 <바오로> 종도의 말씀을 듣기로 합시다.
<바오로> 종도께서는 초대 「로오마」신자들에게 신자된 자는 신앙생활에 온갖 무기력한 태도를 버리고 죄악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의 덕행을 가저 어두움의 권을 거스려 자신을 방호(防護)할 것을 강조하시며 『잠에서 깬 시간이 왔다』고 경고하셨읍니다. 구세주의 성탄을 앞에 놓은 우리도 마음이 좋은 사람들에게 평화함이 되는 구세주의 성탄이 평화의 성탄, 구원이 성탄이 되도록 어느때보다도 잠에서 깨어 기구해야 될 줄 믿습니다.
잠자는 자는 그 생명이 죽지는 않았지만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이 결박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읍니다. 우리가 영세한 후 비록 신앙을 보존하고 또는 천주의 마음을 상해드리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해도 만일 우리의 하는 일이 세속일에 점령되어 구령에 대하여 너무나 등한시 한다면 이는 잠자는 자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기를 밀지말고 지금부터 잠에서 깨어나야 하겠읍니다. 우리의 영생은 가까이 왔읍니다. 우리가 몇십년 몇백년 더 살 것 같지만 우리에게 죽음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르고 비록 오래 산다해도 성조 <야곱>이 『내가 나그네 생활한 햇수는 1백삽십년이오나 나의 생명이 햇수는 짧고 불행하였다』라고 말씀하셨고 성 <욥>은 1백년을 훨씬 넘는 장수를 하엿지만 『나의 날은 베틀의 북보다 빨라 가고 소망이 없이 흘러간다』고 말씀하신 것을 볼 때에 잠간사이에 보이다 사라지는 연기와 같은 이 세상에 애착하여 잠만 자는 것은 그 말로(末路)가 대단히 위험합니다.
그러므로 하루바삐 잠에서 깨어나 구령사정에 전력을 기울여 죄악과 허물을 버려야겠읍니다. 특히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과음과 음란의 죄를 멀리하고 또한 평화를 파괴하는 분노와 질투를 삼가야겠읍니다. 이와같은 죄를 위시하여 모든 죄악인 어두움의 행실을 경계하고 멀리하기 위해서는 격렬하고 민속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잠자는데 적이 처들어 오거나 불이나면 이불을 차내고 뛰어나와 싸우거나 또는 도망하여야 생명을 건질 것입니다.
회개하기를 하루바삐 서둘지 않고 밀기만 하는 행동은 매우 위험합니다.
어두움의 허물을 용맹히 버려도 아직 우리에게 대적하여 남아있는 것이 있으니 이는 어두움의 두목 마귀입니다. 검은 세계에서 날뛰는 이 마귀를 이기기 위해서는 마치 군인이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하여 갑옷을 입고 무기를 갖추듯 우리도 광명의 갑옷을 입어 무장해야겠읍니다.
광명의 갑옷은 정의와 사랑입니다. 천주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자들에게 모든 것을 선으로 유도하십니다. 사랑은 관인하여 자기가 가진 것을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눠 줄줄 압니다. 사랑은 무례하거나 사익을 도모치 아니하여 무엇이나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아 인내로써 견디어 나갑니다.
성인들과 치명자들은 이와같은 사랑을 가짐으로써 모든 원수와 싸워 승리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같은 사랑이 행동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이 있으니 이는 온갖 죄악의 근원인 자애심과 사욕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욕망을 전부 채우려는 것은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 아니고 자애심에서 나오는 사욕에 따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바오로> 종도께서는 육신을 다루는데 있어서 즉 먹고 마시고 재산을 모르고 명예를 얻는 등등 육신의 욕망을 만족시켜 주지 말고 육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족시켜 주라고 말씀하셨읍니다.
이는 가축을 주인이 잘 다룰 때 쓸모가 있지만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두면 일을 시킬 수 없어 아무 가치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바오로> 종도께서는 초대 열심한 「로오마」 교우들에게 게으름의 잠에서 깨어나라고 권유하겼읍니다. 만일 현시대에 <바오로> 종도께서 우리에게 편지를 쓰신다면 어떻게 하실까요?
李啓重(요안) 神父(서울 鐘路본당 主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