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9)
발행일1960-11-27 [제256호, 4면]
8, 젊으신 「요셉」 성인
갑자기 <데레사>가 큰 힘을 드려(시체의 눈을 감기우기 위한) 밀(臘)이 굳어 붙은 눈시울을 떠들었다. 시체를 염(殮)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동료수녀들과 함께 검은 두건(頭巾)을 푹 덮어 쓴 수사가 보였다.
자기 주위에는 초상준비가 갖추어져 있었다. 그는 손가락 끝으로 염포를 더듬었다. 그의 첫마디 말이 성사를 청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나오는 말 소리가 아주 먼데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는 살았으나 아직 완전히는 지상(地上)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그의 부친이 의아(疑訝)하면서 물었다.
『너 어디 갔더냐?』
『천당…… 지옥에도……』
그의 흐트러진 문구가 흐니낌에 중다되면서 억지로 말을 만들어낸다.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수녀원…… 창립…… 구령……』
마지막으로 문구가 겨우 정돈되었다.
『내 몸이 황금보로 덮이기 전에는 나를 죽었다고 생각마세요……』
이전 어느때 보다도 더 격렬한 고통이 돌아오면서 그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그를 안으려는 부친의 손이 몸에 닿자 그는 앞아서 소리를 질렀다. 그를 새로 꾸민 침대로 옮길 때 온 몸이 산산히 찢어지는 것 같았고 정신이 어지러웠고 바로 눕힐 수가 없었다. 살이 오구라들고 몸이 꼬부라져 무릎이 턱에 닿았다.
옆에서 기가 막혀 말없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표징들을 보고 그는 놀랐다. 자기 몸이 마비된 것이 아님을 알리고 싶었으나 머리 팔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오른 손의 손가락 하나만이 꼼지락 거릴 뿐이었다. 목구멍이 조라들고 자신의 이에 물려 부은 바싹마른 혀가 앞아서 천갈래로 찢어지는 것 같았다. 입시울 사이로 물 한방울을 떨어뜨리자 그는 숨이 막혔다. 이와같이 9개월이나 가까히 앓는 동안 사람이 옆에 없이 혼자가 되면 그때만이라도 고통이 덜리는 것만이 다행이었다. 날마다 「강신」수녀원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졸리다 못한 그의 부친은 영영 절망하여 할 수 없이 허락했다.
피부가 뼈에 찰삭 붙고 극도로 쇠약한 그의 몸이 3년동안을 병실에서 나오지 못했다. 여지없이 병신이 된 그는 이제 자기가 남들의 애덕을 받는 차례가 되었다. 그의 인내성에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그가 비록 불평을 말할 때라도 그의 말씨는 천주께 대한 찬양과 사랑이었다.
『주여 저는 이만큼 바라지 않았읍니다!』
그는 이러한 고통을 어떠한 보배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기 몸이 약간 좋아졌다는 그의 말이야말로 참으로 놀라웠다.
『이제 네발로 기기 시작하오니 천주께 감사드리나이다!』
그는 죄의식을 면할 수 있었던가? 사죄를 받았고 구원을 받았다는 생각이 났었던가? 그는 친 짚북대기요 위에 드러누웠을 때보다 마음이 더 편안한 적은 없었다. 불도가니 속의 황금처럼 고통으로 단련된 그는 자기 짐작으로 자기 건강이 얼마나 허약함을 알았고 자신에 대해 가혹한 자기 심정의 요구에 압도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기상종이 울리는 어느날 새벽, 1시과를 바치러 성당으로 가는 수녀들의 발걸음 소리가 나가 자기도 따라갈 생각이 불같이 일어났고 완치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수발하는 사람들이 곁을 떠나지 않는 병실 안에서는 집념(集念)이 어렵기 때문에 자기 수방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지상의 의사들이 그의 완치불가능을 선언했다. 그는 천상의 의사에게 호소하기로 작정하고 <요셉> 성인을 택했다. 그러나 그의 완치의 청탁을 특히 여교우들이 잘하는 미신적인 신심이 아니었다. 그는 병실에서 당시 신가된 <라례도의 베르나르디노>의 「시온사 등반(登반)」을 읽었다. 그 책에 부록된 <요셉> 성인 신심에 관한 아름다운 경문을 잃으면서 그는 상상했다.
『<요셉> 성인은 한창시절의 젊어 보이는…… 미남자였을 것이다. 천주님께서 당신 아드님과 그 대부인(大夫人)을 20년이나 곁에 모시고 자기 손으로 노동해서 그 두분의 생활을 유지해드려야 할 그 거룩하신 아기의 어머니께-- 어리석은 화가들이 그리는 그런 늙어빠진 영감을 배필로 정해주셨을리가 만무하지 않는가? 그따위 배필을 주셨다면 웃우운 일이야……』
<데레사>는 『예수님께서 지상에서 그의 보호아래 당신께서 아버지라고 불러모시던 <요셉> 성인을 천상에서도 순명하시리라』고 믿어졌다.
하루는 그가 손 바닥을 짚고 무릎을 끌면서 기고 있을 때 문득 이러서질 것 같은 생각이 났다. 주저 앉아 무릎을 세워 발바닥에 힘을 주니 몸에 평균이 잡힘을 느꼈다. 이어서 몸을 위로 불끈 올리자 꼿꼿이 일어서졌다. 걸음을 내딛이니 당장에 걸어졌다. 방금까지 병신이었던 것 같지 않았다. 곁에서 이 광경을 목도한 수녀들이 기적이라고 선언했다. 그 『젊으신』 <요셉> 성인이 바로 자기였음을 뚜렷이 보여준 것이었다. <데레사>가 자기 죄라고 부르던 것이 용서되었던 것이다.
이 놀라운 소문이 온 「아빌라」 장안에 즉시 전파되었다.
『젊으신』 「성 요셉」의 덕으로 활기있는 보조(步調)를 다시 회복한 그의 발걸음이 이 「기적 받은 자」를 구경오는 그의 친구들을 맞으려 응접실로 내왕하기가 바빴다.
격자 뒤에 나타난 그는 어느때보다 아름다웠고 한층 더 매력이 있었다. 가는 배(組布), 맵시있게 접은 흰 모스린의 머릿보, 그리고 그 흰빛갈과 나란히 대조되는 검은 베일. 그는 자기동료들의 대다수가 그렇듯이 수도복 차림을 단정히 하려는 좋은 취미가 너무나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