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좌(宗座)와 상통(相通)하고 화목(和睦) 중인 나의 경애하는 형제들, 총대주교·수좌(首座) 대주교·주교, 그리고 가톨릭 세계의 모든 성직자 및 신자에게

교황 <요안> 23세

경애하는 형제들 및 사랑하는 아들들이여 인사와 교황 강복을 보내노라.


만민의 자모이며 교사인 공번된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심은 여러 세기의 오랜 동안에 교회로와서 그 사랑하는 품에 안기는 모든 사람이 보다 높은 생명의 충만과 구원의 보장을 얻게코자 하심이다.

교회의 가장 거룩하신 창립자께서 「진리의 기둥이오 기초」(디모데오전·3·15)인이 교회에게 자녀를 낳고 또 저들을 가르치고 다스리는 두 가지 임무를 맡기셨으니 그것은 개인과 국민 양자의 생명을 어미다운 걱정으로 인도함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 양자의 생명 존엄성을 항상 최고도의 존경으로 유지하며 정신차려 보살핌으로 지켜왔다.

그리스도교는 참으로 하늘과 땅을 함께 맺음이니 영혼과 육신, 지성과 의지의 인간을 구체적으로 다루어 저의 생각이 지상적(地上的) 존재의 범천하는 조건을 넘어 마침 없는 행복과 평안으로 보낼 영생의 높이까지 드높이도록 인간에게 권한다.

그러므로 성교회는 영혼을 성화(聖化)하여 저를 초자연 질서적 선(善)의 참여자(參與者)로 만드는 특수임무를 가졌을지라도 인간의 일상생활상 급수(急需)를 또한 걱정하니 그것은 육신상 영양과 생활상 물질적 조건에 관한것만이 아니라 생활상 일체의 양상과 단계에 있어서 번영과 문화에 관한 것이다.

이 활동에 있어서 교회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라』(요왕 8·12)라고 말씀하실 때 먼저 인간의 영원한 구원에 언급하시는 교회 창립자이신 그리스도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경우에 굶주린 무리를 보시고 그 어른께서 마음이 아프사 『나 백성을 불쌍히 여기노라』(말구 8·2)라고 부르짖으셨으니 이것이 그 어른께서 인간의 지상적 필요에도 관심하였음을 보이심이다. 이 거룩하신 구속자는 이러한 걱정을 말로만 보이지 아니하시고 당신 생애의 행동으로 보이셨으니 여러 번 빵을 영적으로 불리사 무리의 굶주림을 덜어주셨다.

육신의 영양을 위하여 주신바 이 빵이라는 방법으로써 당신의 수난전야에 인간에게 주신바 영혼의 천상적 양식을 미리 알리고자 원하셨다.

그러므로 교회가 그리스도를 본받음과 당신 명령의 수행에 있어 초대의 부제(副祭) 제도로부터 현시(現時)에 이르기까지 2천년 동안 교회의 교훈과 교회의 후덕한 실례(實例)로써 애덕의 횃불을 높이 들었음을 이상히 여길바가 아니다. 교회의 후덕한 실례가 서로 사랑하라는 법령과 실천을 조화로이 한데 융화시키는 그 애덕의 횃불을 높이들어 사회교훈과 교회의 활동을 요약하는 말과 행위로써 주는 두 가지의 계명을 놀라운 모양으로 실천하고 있다.

여러 세기를 통하여 교회가 수행한 이 교훈과 행동의 탁월한 예(例)가 나의 선임자 <레오> 13세 교황이 70년 전에 반포한 의심없이 불멸의 회칙 『레룸 노바룸』으로서 그 원칙에 의거하여 노동자의 문제가 그리스도교적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선포는 행복된 추억이다. 그 입론(立論)의 깊이와 시야와 날카로움 때문에 그만한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교황의 말은 드물다. 이 모든 지침과 호소는 한시라도 망각에 빠질 수 없는 정도의 중요성을 지녀왔다. 교회의 행동을 위한 한 새로운 길이 열려 교회의 지상(至上) 목자가 압박받는 하칭의 고통과 절규(絶叫)와 갈망을 자기 것으로 삼아 저들의 권리 수호자로 다시 한 번 자처(自處)하였다.

오늘에까지 장구한 시간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이 회칙의 힘이 <레오> 13세 교황의 여러 문헌에 아직도 살아움직이며 그들의 사회교훈에 있어 「레오 회칙」으로 돌아가기를 거듭하여, 어떤 때는 그로부터 영감을 꺼내며, 또 다른 때는 그의 응용면을 밝히나 항상 그 안에 가톨릭 활동의 자극으로 발견한다. 그 힘이 각국의 입법 자체에도 살아 움직인다. 이야말로 나의 선이자의 탁월한 회칙 안에 포함된 그 토대가 견고한 원칙, 역사적 지시, 자부(慈父)적 호소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가치를 지속(持續)하며 새롭고 싱싱한 규범까지도 암시하는 징조라 사람들은 오늘날 사실 그대로 제지되는 사회 문제의 성질과 범위를 판단할 수 있고 또 각자의 책임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


■ <제1부> 회칙 「레룸 노바룸」의 교훈과 <비오> 11세 교황 및 <비오> 12세 교황의 교훈에 있어서의 그 적시(適時)적 발전

회칙 「레룸 노바룸」의 시대

<레오> 13세 교황은 급진적 변혁과 즈앧하는 대립과 가혹한 반항의 시대에 말하였다. 그 시대가 던지는 어두운 그림자가 이 교훈에서 방사(放射)된 빛을 더욱 정확히 감득(感得)할 수 있게 한다.

잘 아는 바와같이 당시 가장 광범히 보급된 바 경제계의 관념은 경제 활동과 도덕 사이에 어떠한 관계도 부인하는 자연주의적 관념이었다. 경제활동의 유일한 동기가 개인적 이득이라고 주장되었다. 경제 활동가들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최고 규칙은 제한 없는 자유 경쟁이었다. 자본의 이식(利息), 재물과 근로의 가격, 이익과 임금이 순전히 기계적으로 시장 규칙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국가는 경제분야에 이씨어서 일체의 간섭을 제지해야 한다고 주장되었다. 노동조합이, 서로 다른 국가의 조건에 따라, 금지되기도 하였고 묵인을 받기도 하였고, 사법(私法)상 범인격으로 생각되었다.

이와같이 구성된 경제계에 있어서는 가장 강한 자의 법이 이론적 토대에서 전적(全的)으로 정당화되었고 실천에 있어서도 인간들 사이의 여러 가지 구체적 관계를 지배하였다. 그리하여 근본적으로 광란(狂亂)한 경제 질서가 생겼다.

소수인의 손에 방대한 재산이 축척되는 반면에 노동계급의 곤경은 점점 증가되었다. 임금은 부족하거나 기아선상에 있었고 노동 조건은 강압적이며, 보건, 덕육(德育), 종교상 선양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아동과 부녀에게 강요되는 노동조건은 특별히 비인도적이었다. 실업의 공포가 항상 현존하여 가족은 이산(離散)의 과정에 놓여있었다.

그러므로 노동계급 사이에 불만이 널리 퍼지고 항의와 반항의 정신이 스며들어 더욱 강하게 자라났다. 모든 이러한 사실이 치료되어야 할 폐단보다 더 나쁜 치료법을 제안한 극렬분자의 이론이 방법한 찬성을 받은 이유를 설명하였다.


■ 재건의 길

그렇게 곤난한 시대에 바로 인간의 천성에 기초를 두고 복음의 원칙과 정신으로 활기를 띤 사회 교훈을 선포한 것은 <레오> 13세 교황이었다. 바로 그 교훈이 나타나자 일부의 기대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범한 찬동과 열성을 일으켰다.

빈궁자를 방위하기 위하여 종좌가 지상적 이해관계의 투기장(鬪技場)에 내려 선 것은 확실히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레오> 13세 교황의 다른 문헌이 미리 이 길을 가르켰었다. 그러나 회칙 「레룸 노바룸」이 경제 사회분야에서 가톨릭 정신의 요약이 될 만큼 넓은 역사적 투시(透視)에 연결되는 모든 원칙의 유기적 종합을 이룩하였다.

이 행동에 위험이 없지 않았음은 일부에서, 교회가 사회 문제를 직접 대면할 때, 빈자에게 체념(滯念)을 설교하고, 부자에게 후덕을 권고하는데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대하여 <레오> 13세 교황이 노동자의 합법적 권리를 선언하고 옹호함에 망서리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었다.

사회문제에 관한 가톨릭 교훈을 내놓는데 당하여 그는 엄숙히 선언하였다.

『나는 신념을 가지고 나에게 속하는 권리 행사로써 이 문제 앞으로 나아간다. 그 이유는 이 문제의 실지적 해결이 종교와 교회의 협력이 없이는 결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애하는 형제들, 그대들이 잘 아는 바, 인간 사회의 경제 사회면의 재형성이 쫓아야 할 그 모든 기본 원칙을 이 불멸의 교황이 명확성과 동량(同量)의 권위로써 선명하였다.

이 원칙은 먼저 무엇보다,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인격의 표현으로서 평가되어야 하고 다루어져야 하는 노동에 관심을 갖는다. 인류의 대다수에게, 노동이 저들의 인용을 꺼내는 유일한 원천이며, 그러므로 노동의 보수를 시장 세력의 기계적 놀음에 맡겨둘 수 없다. 그 대신에 그 보수는 정의와 평형으로써 결정될 것이니 안그러면 쌍방이 자유의지로 체결한 노동계약일지라도 심각한 손해를 입을 것이다. 생산재(生産財)를 포함하여 사유 재산은 국가가 탄압할 수 없는 자연권이다. 그 권리 안에 있는 것이 사회적 기능이며, 따라서, 그것은 자기의 개인적 이익과 남의 선(善)을 위하여 행사되는 권리이다.

국가는 그의 존재이유가 현세적 질서에 있어서 공동선의 실현이니 경제계에서 멀리 떨어질 수 없다. 국가는 『덕의 실천을 위하여 필요하게 사용된』(성 도마스 아퀴나스·군주정치론·1·15) 물질 급량의 생산을 적절한 방법으로 촉진시키며 모든 시민의 권리, 특히 노동자, 부녀, 아동과 같은 약자의 권리를 감시하기 위하여 임(臨)해야 한다. 또 노동자의 생활 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공헌할 사양할 수 없는 임무가 있다.


■ 노동자의 생활 조건

더 나아가서 국가의 의무는 노동 규칙이 정의와 평형에 따라 제정되고 또 노동환경에 있어서 인간의 존엄성이 심신 양면으로 침범 당하지 않도록 보살피는 일이다. 이 점에 있어서 주의할 것은 현대 국가의 사회입법이 본을 뜬 「레오회칙」의 지도 노선인바, <비오> 11세 교황이 회칙 「과드라제시모 안노」에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법리학상 새롭고 가장 바람직한 분야 즉 노동법의 대두(擡頭)와 발전에 효과적으로 공헌한 일이다.

이 회칙엥서 단결하기 위한 노동자만의 권리 또는 노동자와 소유자로 조직된 단체의 권리가 자연권이라고 선언되었고, 노동자가 그들의 합법적인 경제적 입적 이익을 달성하는데 가장 적당하다고 여기는 조직상 구성을 채용하는 권리와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그 조직 안에서 자치적으로 그리고 개인적 창의로 행동하는 권리도 자연권으로 선언되었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자기들의 상호 고나계를 인류적 연대성과 그리스도교적 동포성의 원칙의 정신으로 규정하여야 할 것이니 그 이유는 자유 사상의 경쟁과 <맑스> 사상의 계급투쟁은 쌍방이다 자연과 그리스도교적 인생관과 반대되기 때문이다. 경애하는 형제들이여, 이 모든 것이 건전한 경제 사회 질서가 그 위에 건설될 기본적 원칙이다.

그러므로 보다 유능한 가톨릭 신자들이 그 회칙의 호소에 호응하여 이 모든 원칙을 현실화하려고 많은 활동을 시작한 것은 놀랄 것이 없다. 참으로, 동일한 성질의 객관적 필요의 충동으로 지상만국의 선의인(善意人)들이 또한 동일한 방법으로 활동하도록 감동을 받았다. 이러한 모든 이유로 이 회칙을 현대 경제사회 재건의 대헌장으로 보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