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서울 흑석동(黑石洞)의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 수녀 두명이 「로오마」의 「레지나 문디」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 10월말 이곳을 떠났다.
한국인 수녀로서는 「로오마」 유학의 특전을 처음 입은 이들 두 명 수녀는 10월 28일 전 주한교황사절이던 <람벨띠니> 대주교의 환대를 받았고 대주교 승품식에 참석했으며 교황 <요안> 23세를 뵈옵는 꿈같은 은혜를 입었다.
나라를 떠나 <람베르띠니> 대주교의 환대를 받고 교황님을 알현한 벅찬 감회를 적은 글이다.
사랑하올 어머님!
저희는 지금 「코펜하겐」으로 가는 도중입니다. 어머님의 눈물겨운 사랑의 포옹을 담북안고 떠난 저희는 하늘을 날고 있읍니다. 「동경」까지의 항공노상에서는 약간 속이 흔들린듯 하였으나 지금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비행여객인듯 싶습니다. 「동경」에서 내리자 여기서 짐을 「노스웨스트」네서 SAS로 옮겨 맡긴 후 「바오로 수녀원」에 잠간 들려 이야기하고 나서 다시 9시15분 비행장에 돌아와 SAS비행기에 올라탔는데 SAS에 타고는 잠이 쏟아져서 신공도 못할정도이다가 미국 「알라스카」에 도착하고야 좀 정신을 차렸읍니다. 여기서 한시간 머문 후에 저희는 「코펜하겐」으로 향해 출발하였읍니다. 「동경」서 저희는 시계를 30분 돌렸는데 「알라스카」에서는 5시간 돌렸읍니다. 그런데 「동경」서 「알라스카」로 오는 도중에 아침을 맞이하고 조식을 했는데 「코펜하겐」으로 떠난지 얼마 안되어 또 아침이 되고 지금은 캄캄한 밤중입니다. 시간은 「알라스카」에서 돌린 시간으로 5시입니다. 어머님 조금 후에 또 쓰겠읍니다.
어머님 지금 6시20분 「코펜하겐」에 도착하였읍니다. 으리으리한 대합실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이 편지를 계속하고 있읍니다. 어머님 여기서 떠나면 그 다음은 「로오마」입니다. 어제 한시까지 한국에 있었던 것이 하루 사이에 북극을 지나 이 「코헨파겐」 비행장 대합실에서 편지를 쓰고 있다니 그다음은 또 『볼 수 없는 교회』의 으뜸이 계시는 「로오마」에 발을 디디게 되다니 어머님 「코펜하겐」을 떠나 지금 저희는 「로오마」로 향해 나르고 있읍니다 흰구름 사이에 엿보이는 아름다운 지상을 찬탄하며 일로 남으로 남으로 이제 「밀라노」에 도착하였읍니다. 여기서 약 30분간 쉬고 다시 비행기에 올라탔읍니다. 아이구 어머님 저기 저기 「로오마」가 보입니다. 『볼 수 있는 으뜸』이 계신 「로오마」가 바로 눈 아래 전개되고 있읍니다. 「코펜하겐」부터는 동양인이라고는 <글로리아> 수녀하고 저밖에 없읍니다.
「코펜하겐」서부터 보통표를 가지고 모르고 그러니까 무죄하게 일등실에 내 그저 어쩐지 대우가 다르더라고 「로오마」에서 내리니 짐을 찾으려 하는데 『안녕히 오셨읍니까』하는 생전 처음 듣는 것 같은 그리운 모국어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백신부님이었읍니다.
어머님 얼마나 고맙고 기쁘고 반가웠는지요! (여기 또 <안드리아> 최신부님도 또 어떤 <말가리다> 정여사도 마중나왔더라고 백신부님이 전해주었읍니다. 예비하신 「택시」에 몸을 싣고 저희는 마침내 저희 숙소인 「승천 수녀원」에 도착하였읍늬다.
곧 백신부님과 함께 <람벨띠니> 주교님을 뵈오려 갔읍니다.
내일 그 양반 대주교 축성식 후에 뵈오려했으나 그 양반이 한국수녀 <엠마누엘라> 등이 「로오마」에 도착하면 곧 데리고 오라하시며 내일 축성식 후 점심에 초대하신다고까지 하셨기 때문에 「로오마」로 옮긴 <벨라뎃다> 성녀가 계시던 수녀원에 계시는 <람벨띠니> 주교를 저희는 잠간 인사만 드리고 올 생각으로 갔읍니다. 어머님 주교님이 얼마나 반가워 하시는지 정말 감격했읍니다. 이 못난이가 그러한 환영을 받다니. 더구나 대주교님께! 하고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읍니다. 그때마침 주교께서 「바티깐」에 꼭 가셔야 할 시간이므로 갔다오실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셔서 (주교님이 친히) 원장수녀님을 불러서 당신이 오실때까지 쉬게하라고 하였읍니다. 얼마나 황송한지 6시가 넘어서야 주교님이 오셔서 뵈었읍니다. 내일 28일 축성식을 위해서 제일 좋은표(지정석표)를 두장 주셨읍니다.
28일 8시입니다. 저희는 곧 「베드루 대성전」으로 향하였읍니다. 8시25분에 도착하니 벌써 만원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지정석표가 있어서 앞으로 갔읍니다. 어머님, 교황청부께서 벌써 나와계셨읍니다. 꿈에도 뵙지 못하던 그분을 지금 눈앞에서. 예식이 시작되었읍니다. 늠늠한 자태의 8명 성직자가 이제 대주교님으로 축성되는 것입니다. 「미사」 끝에 성경을 읽으시기 전에 축성된 대주교님들이 다같이 성전을 한바퀴 돌으시면서 모든 이에게 강복을 주실 때는 진정 눈물겨웠읍니다. (예식은 4시간 걸렸읍니다)
<베드루> 종도 무덤에 참배하고 싶어서 다행히 무덤 참배도 하고 또 <비오> 10세 성하의 존체도 직접 보고 참배하였읍니다. (그때 마침 「울바노」대학에 재학중인 한국신학생이 와서 사진까지 찍어주었다오) 그리고나서 초대받은 「벨라뎃다수녀원」을 도착하여보니 사람도 많고 해서 차안에서 (백신부님차) 우물거리고 있었더니 <람벨띠니> 대주교님께서 친히 나오시면서 『<엠마누엘라> 수녀』하고 찾으시기에 빨리 딸아갔더니 거기 모인 모든 수도자 성직자 일가친척에게 한국서 온 수녀라고 소개하시면서 한국사절관에 있던 당신 일등비서라고 소개 선전을 해주셔서 그 모든 이의 환호 속에 저희는(오늘) 축성받은 것이 마치 저희인 것 처럼 대인기의 물결 속에 있었읍니다. 빨리 들어가자고 대주교님께 다른사람 다 버려두고 저희를 인도하시니 너무 황송하고 기뻐서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식당으로 따라들어갔읍니다. 대주교님이 그많은 손님 가운데로 뚫고 갔더니 추기경께 저희를 소개해주시면서 요리도 참 잘 한다고 칭찬해주셨읍니다.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와 앉으니 조금있다가 또 한 주교님이 오셔서 선물바치라고 하셨읍니다. 그 큰 상자를 둘이서 들고가서 추기경과 대주교님 앞에서 풀어드리니 장내가 떠나갈만한 박수가 터져나왔읍니다. 모두 얼마나 감탄하시는지 정말 한국이 모든 이의 입에 오르게 되었읍니다.
그다음 교황성부의 알현이 있다고 저희를 다시 「바티깐」으로 데리고 가셨읍니다. 교황 성부의 알현이라니? 어제 한국서 온 놈이 오늘 벌써 교황 성부를 뵈옵게 되다니? 하고 생각하니 「베드루 대성전」에서 축성식 때에 뵈옵는 것만도 너무나 영광이요 다시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이 참 이것이 정말 「감개무량」이라고 생각했읍니다. <람벨띠니> 대주교님은 저희가 어디 다른 곳으로 가서 일행에서 떨어질까바 잠시도 마음을 높지 못하시는 것 같읍니다. <람벨띠니> 대주교님의 사촌누님 <피에라>는 저희를 꼭 붙잡고 알현장소에 가서도 꼭 옆에 앉아주셨읍니다. 교황 성부의 미소하시는 성안(聖顔)이 나타나시자 일동은 감격의 환호소리를 내였읍니다. 어머님 어쩌면 그렇게도 정정하시고 좋으신지 주름살도 잘 보이지 않았읍니다. (바로 옆으로 지나가셨는데도) 성부께서 자리에 앉으시자 대주교님 대표께서 오늘의 감격을 말씀하셨읍니다. (보통으로 이런 축성식은 교황 성부 직접 하시는 일이 드물고 대리가 하시는 것인데 이번에 이렇게 성부께서 직접 해주신 것은 특전 중의 특전이란 말씀이었읍니다) 그다음 교황 성부의 열렬한 말씀이 계셨읍니다. 말씀도 얼마나 기운차게 하시는지 80 노인이시면서 하고 생각하니 참 감탄스러웠읍니다. 이태리 말씀이어서 알아듣지는 못하고 다만 「몽시뇰」 <람벨띠니>라는 말씀만 알아들었읍니다. 성부께서 <람벨띠니> 대주교님을 저윽이 기특이 여기신다고 모두가 말합니다. 말씀이 끝나자 한 대주교님이 영어로 대략 통역해주셨읍니다. 답답하던 차에 영어가 들려오니까 마치 저를 위하여 하시는 듯이 고맙고 반가웠읍니다.
<람벨띠니>대주교님께서 이제 다시 가족 알현이 있으니 <피에라> 하고 꼭 붙어있으라고 이제는 저희도 당신 가족이라고 말씀하셨읍니다.
꿈같은 현실을 직면하고 보니 무감각 상태가 되어 목석이 되고 만 것 같읍니다. <피에라>부터 차례로 하나씩 성부께 반지 친구를 하였읍니다. 한국 사절관에서 비서로 있던 수녀라고 크게 소개해주셨읍니다. 성부께서 무슨 말씀해주셨는데 한말씀도 못알아들었읍니다. 성부께서는 얼마나 다정하시고 자연스러운지 오히려 다른 주교님들 보다 친밀감을 느꼈읍니다. 자애하신, 부드러우신 분이십니다. 대주교님하고 무슨 말씀을 길게 하시더니 성부께서는 대주교님께 기맥히게 훌륭한 반지를 주시고 저희에게는 묵주를 하나씩 주셨읍니다 교황성부께서 친히 주신 묵주 저희는 너무 감격해서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나오다가 다른 새로 대신 대주교님을 만나게 되어 <람벨띠니> 대주교님께서 또 소개해주셨읍니다. 그랬더니 그 대주교님은 웃으시면서 사절관에서 잘 참고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특전을 입는다고 하시니까 모다 대소하였읍니다. <피에라> 할머님은 눈물이 다 글썽해지셨읍니다. 밖에 나와보니 날은 벌써 저물어 사방은 어둠에 쌓여있었읍니다. 어머님 오늘은 29일 토요일입니다. (람벨띠니 대주교님의 정다운 강요로 당신 고향 「볼로니아」로 다녀오겠다는 말을 쓰고)… 어머님 공연히 긴 편지를 써서 시간만 허비한다고 나무래실 줄 알면서도 그래도 한편으로는 기뻐하시리라고 믿고 이렇게 순서없는 난필을 올렸읍니다. 어머님 안심하십시요 기구해주십시요 다른 수녀에게도 문안부탁합니다.
엠마누엘라 수녀 올림
엠마누엘라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