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11)
발행일1960-12-11 [제258호, 4면]
10, 재회심(再回心)
<데레사>는 부친의 임종을 도와준 <바론> 신부에게 고해를 했다. 침착하고 자상한 이 「도밍고」회원의 지도사항이 명의(名醫)의 처방처럼 지체없이 내려졌다. 1, 두주간마다 영성체하라 2, 어떠한 경우라도 심도를 다시 계속하라는 것이었다. 그후로 그는 죄의 기회를 피하지 않으면서도 심도를 꾸준히 계속했다. 기도중에 자기 과오가 더욱 두렷이 드러나는 것이 괴로웠다. 천주의 부르심을 느끼면서도 그는 여전히 세속을 따랐다. 천주께서 주시는 은총이 즐거우면서도 세속을 놓지 못한 그는 서로 상반되는 영성생활과 세속적 만족을 화해(和解)시켜보려고 했다. 「성총의 모후」수녀원에서 천주의 부르심이 있은 이래 세속과 천주 사이에 갈라진 심정으로 갈팡질팡 지나온지 약20년만인 그리고 <바론> 신부의 지도를 받은지 10년이 되늰 1553년의 일이었다. 어느날 그는 기도실을 지나다가 「이 사람을 보라」라는 흉상(胸像)이 눈에 띄었다. 온 몸이 상처 투성이가 되어 시퍼렇게 멍이 든 그리스도의 웃통이었다. 어떤데는 살이 벌겋게 버리졌고 어떤데는 피가 영켜붙어 아무럿고 자관의 가시밑에서 솟는 피가 얼굴을 흘러내리고 있었다. 힘없이 바라보는 눈초리의 표정에 그는 가슴이 찢어졌다. 회한(悔恨)에 심정이 무너졌다. 자기도 모르게 무릎이 꿇리고 눈물이 돌았다.
『저희들을 위해 수난하시는 오주여 다시는 당신을 거스리지 않도록 저에게 굳센 힘을 주시옵소서…… 』
영성체를 하고나서 그는 자기가 마치 그리스도의 발아래 있는 <막달리나>처럼 생각해 통곡했으나 그러한 통회의 충동은 얼마 안가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아직도 천주를 천적(全的)으로 신뢰하지 않았고 자아(自我)에 대한 자신(自信)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 그는 처음으로 심경이 무너짐을 경험했다. 그후로 그는 응접실을 피했다. 심도의 시간과 결심히 배가(倍加)되었고 애덕의 겸손과 인내가 더해졌다. 1554년초에 신간(新刊)된 스페인어 역의 「독백」(獨白)을 읽으면서 그는 세속을 해탈하기가 그처럼 어려웠던 <아오스딩> 안에 자기를 발견했다. 과수원안 대화의 대문에 이르러 그는 천주께서 부르시는 자가 바로 자기임을 느끼자 눈물을 것잡을 수 없었다.
『<데레사> 수녀가 이제는 아주 딴사람이 되었어……」 이렇게들 쑥덕어렸으나 사실은 이번의 재회심(再回心-회두)을 계기로 순교까지 각오하고 집을 탈출하던 초회심(初回心)의 어렸을 적의 자기와 한사람이 된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제야 자아(自我)로부터 구출된 그의 안에 천주께서 거(居)하셨다. 정도(靜禱)가 잦아졌고 (천주와의) 일치(一致)가 으래 계속되는 때가 많았다. 말 할 수 없는 법열(法悅)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그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없었다. 『경박』(輕薄)하던 그 당시가 졸지에 통회한다는 것?> 정말로 경박한 나머지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고발하기나 다름이 없었다. <데레사>가 보이면 모두들 삐죽거리다가 나중에는 뒷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온 수녀원에서 그를 밉살맞게 보는가 하면 가려히 여기기도 했다.
『<데레사> 아가씨께옵서 자기를 성녀라고 생각하시나바……』
『아니야 자기가 무슨 신발명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가 최초에 세운 공노가 남들에게 환영을 덜 받으려는 겸덕이었으나 그것이 그의 불안감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하루는 시과중에 그는 오주의 말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나를 섬겨라. 그러한 모든 일에 너 자신을 관련시키지 말어라!』
<데레사>는 그 거룩하신 말씀에 위안을 받기는 커녕 몹시 황급했다 자기 영도자(領導者)가 없는 것이 더욱 답답했다. 그는 생각다 못해 자기를 특별히 사랑하는 <돈 페드로> 삼촌댁 숙모의 친정사람인 <돈 프란치스코 데 살세도>를 찾아갔다. 그가 나중에 「거룩한 신자」라고 부를만큼 성덕이 높은 <살세도>는 「아빌라」에서 박사모(博士帽)를 쓸 자격이 있는 신학자이기도 했다. 자아 극복이 어렵다는 이야기밖에 못한 그는 자신이 처한 「心情」____수덕(修德)_____ 명령해줄 영도자를 구했다. <살세도는 그를 당대 명설교가 <다싸> 신부에게 데리고 갔다. 이 신부는 전교에 바쁜 시간을 수녀 하나의 지도에다 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고해성사까지도 거절했다. 그러나 <다싸>는 <데레사>가 도달한 심도의 경지를 짐작했고 무엇이든지 박차고 나갈만한 굳센 성격을 알아보았다. 타협성이 일게 보이는 <다싸> 신부가 자기를 지도해준대도 연약한 자기로서는 그 무서운 명령을 감당 못할 것만 같았다. 그는 낙담했다. 그러나 <살세도>는 고맙게도 <데레사>를 자주 방문했다.
서로 신임이 두터워졌다. 어느날 그는 <살세도>에게 초자연적 기도 법열감을 고백하게 되었다.
『아무리 억지로 해보려고 해도 재주의 근면으로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읍니다.』 이어서 그는 천주께서 자기 안ㅇ ㅔ임재하시는 느낌을 이야기했다.
『순전히 감각적인 것도 아니고 완전히 영성적인 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말할 수 있는 통고와 환희를 초월합니다. 일체의 비교를 무시하는 달가움과 즐거움입니다. 세속일체의 쾌락에 죽고 자기 환희를 천주 안에 발견하는 순교입니다. 괴로우나 행복감이 지극한 순교입니다. 이 사랑에 취해서 마치 정신이 나간 것 같습니다. 즐거움이 충만한 괴로움입니다. 영광스러운 정신이상입니다. 천상적(天上的)인 바보입니다……』
이 선량한 신사는 완전히 당황하여 눈이 휘등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