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12)
발행일1960-12-18 [제259호, 4면]
11, 풀뜯기 바쁜 나귀새끼
오주께서 내리시는 성총에 심정이 무너지는 어조(語調)로 지껄이는 이 수녀의 이야기에 놀란 그 신학자는 <다싸> 신부를 시급히 불러왔다.
『그런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수가 없읍니다.』
『그러한 영성적 은총권이란 덕행이 높고 크게 극기하는 사람들에게만 내리는 법입니다.』
이 두 신학자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조심하십시다. …어떤 사실에는 마귀의 작용이 나타나 보입니다…』
결론이 내리자 <데레사>는 눈앞이 캄캄했다. 나중에는 기가 막혀 눈물을 흘릴 따름이었다.
한때 「강신」 수녀원의 응접실에서 제일 말 잘하는 사람이었고 이제가 40에 가까운 한창 때의 여성으로서 기능(機能)이 완전히 발달하여 타고난 천재가 활짝 피어나려고 하는 <데레사>가 이제 신학자의 말에 겁을 집어먹었다. 자기가 체험한 사실이 마귀로부터 오는 환상(幻想)이었던가? 그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기 체험을 만족히 표현할 만한 말을 도무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전신의 감각이 작용을 정지한다는 뜻으로 『기능의 수면』(機能의 睡眠)이라는 말이 이 유식한 학자들에게 큰 수수께끼가 되었던 것이다. 그는 말이 안나와서 애쓰는 어린아이와 같이 「시온산 등반」에서 적당한 표현을 찾아보려고 했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어 알지니 이 무념무상(無念無想) 중에 완전한 관상(觀想-禪)이 포함된 넓은 세계가 들어있그니만큼 이 경지에 이르면 그 나머지는 무(無)로다. 만일 그것이 무(無)라면 그것을 생각하지 말지어다… 오주와 천주의 면전에는 일체의 피조물이 무(無)로다. …그러므로 정적(靜寂)한 관상(禪定) 중에 사랑의 일치로서 천주와 더불어 수작하기 바쁜 영혼은 진실로 무상중에 있노라고 말할 수 있음은 이 무중에 일체상(一切想)의 본질이 있는 연고로다』
이 두 『천주의 거룩한 종』들은 「데레사 사건」의 서류를 작성하여 조사에 착수했다. 만일 필요하다면 심도까지도 그만 둘 각오를 하고 그는 기도와 번민 가운데 그들의 판결을 고대하고 있었다. 20년 동안이나 내성(內省)을 실천한 나머지 마귀에게 속았다면 하필 그러한 모험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마침내 판결이 언도되었다.
『마귀다!』
그러나 <살세도>는 그를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살세도>는 그러한 위경(危境)에서 그를 건져낼 지도자는 「예수회」원이라야 되겠다는 생각이 났다. 「예수회」의 정신은 영성생활과 극기생활을 명하면서도 인간성의 약점을 이해했다. <데레사>는 총고해를 기록하여 그 「회」로 보내게 되었고 그 「회」
에서는 <디에고데 세티나>라는 젊은 신부를 그에게 파견했다. 이것이 또 온 수녀원의 말성거리가 되었고 미구에 <데레사>에게 마귀가 들렸다는 소문이 온 「아빌라」에 퍼졌다.
고해를 듣고 난 이 「예수회」원은 <이냐시오 로욜라>가 내세운 수덕(修德) 방식을 그대로 가르쳐 주었다.
『14처를 순서대로 매일 1처씩 묵상하되 오로지 그리스도의 인성(人性)에다 생각해서느 ㄴ안됩니다. 다만 감각의 쾌락은 어떠한 것이라도 할 수 있는 한도까지 저항해야 합니다.』
자기 취미에 맞지 않았으나 그 신부가 명하는 보속을 그는 달갑게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데레사>는 20년동안 갈망하던 자기 지도신부를 이제야 만났다고 생각했다. 심도의 계속은 10년전 <바론> 신부의 지도와도 일치되는 것이었다.
1544년 봄에 <보르하의 프란치스코> 신부가 「아빌라」에 온 일이 있었다. 이 「예수회」원은 원래가 「판디아」의 공작이었다. 이 분은 자기가 가까히 섬기던 아름답고 위엄있는 <이사벨라> 황후의 국장(國葬) 때에 금빛이 아직도 찬란한 왕후제복 속에 묻힌채 썩어서 흉칙하게 변한 「왕후 폐하」의 존안(尊眼)을 보고나서부터 인생에 정이 떨어져 『죽어야 하는 사람은 다시는 섬기지 않겠다』고 발심(發心)한 다음 상처(喪妻)한 후에 관작(官爵)과 재산을 모조리 내던지고 수도자가 된 사람이었다.
<세티나> 신부가 이 객신부(客神父)에게 <데레사>의 사건을 자세히 이야기 하고 부디 가서 그를 한번 만나달라고 간청했다. 겸손하고 고덕(高德)한 이 옛공작인 사제는 <데레사>의 내적 생활의 고백을 들을 때 자기의 경험을 통해 천주를 위해 일체를 버리는 인간에게 천주께서 내리시는 환희를 얼른 이해했다. 또 <세티나> 신부의 지도를 재확인했다.
『틀림없이 천주의 영(靈)이십니다. 지존(至尊)께서 기쁘세 해주시는대로 당신 자신을 내맡기시고 그 어른께서 당신에게 호나희를 주시려고 원하시느니 만큼 그 어른 안에 환희용약(踊躍)하시오.』
비록 완전히 천주 안에 흡수된 <데레사>이었지마는 이때만은 마음이 가벼히 들떠 일종의 바보처럼 되었다.
『「보르하」의 신부님 이제 저의 영혼이 풀 뜯어먹기에 바쁜 당나귀 새끼 같아요.』
이 회견이 있은 후로 <살레도>나 <다싸>도 비로소 안심했고 「아빌라」 사람들의 촉빠른 혀늘도 그 「공작 신부님」의 위신으로 침묵하게 되었다. <데레사>는 자기의 정당성이 완전히 승인되었고 또 용기를 얻었다. 그러나 그의 문제가 그것으로 아주 끝난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