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13)
발행일1960-12-25 [제260호, 4면]
12, 최초의 탈혼(脫魂)
<기오마르>라는 스물다섯살의 아름다운 부자집 과부가 아직도 호사와 호강을 계속하고 있었으나 신덕만은 고해신부를 모시는 정도였다. <데레사>와 알게된지 얼마 안되어 복잡한 「강신」 수녀원에서는 내성과 독처의 규칙생활이 어려운 것을 눈치채고 <기오마르>는 그를 자기집으로 청해다가 고요한 방을 제공했다. <세티나> 신부가 「살라만카」로 떠난후 <데레사>는 집주인 친구의 고해신부인 <푸라다노스> 신부의 지도를 함께 받았다. 이 「예수회」원은 이해성이 있었으나 엄격한 고행을 부과했다. 즐거운 것은 전부 피하라는 것이었으나 원래 애정이 많은 그는 이 고마운 친구와의 교분을 즐거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신부의 지도대로 어느날 「베니 끄레아또르」(성심강림송)을 열심히 되풀이 하고 있을 때 문득 탈혼상태에 빠졌다.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었다. 그러자 천주의 말씀을 들었다.
『이제부터 네가 사람들이 아니라 천사들과 대화함이 나의 의향이다』
그는 크게 두려웠다. 정상적 의식으로 돌아왔을 때 곁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는 것을 보고 그는 더욱 두려워졌다.
『죽은 사람 같았어!』
『사지가 뻗뻗하고 온몸이 얼음같이 싸늘하던데』
『맥이 거의 뛰지 않든걸!』
『탈혼한 얼굴이 아니던데……』
그는 무척 애를 썼으나 움직임이 없었다. 영혼이 육신의 힘을 앗아가는 것 같았다. 이 삼일동안이나 육신의 기능이 작용을 잃고 온 감각이 천주안에 없어진 것 같았다. 그는 <기오마르>에게만 자기 비밀을 통정했다.
『이 불쌍한 영혼이 탈혼상태에서 무엇이 일어날는지 도무지 깨닫지 못합니다. …… 탈혼 상태 안에 황홀하게 되는 것은 자기 영혼의 가장 깊은데서 지존(至尊) 편에서 갑자기 부르시는 형태를 취합니다. 이 일이 어찌도 신속히 닥쳐오는지 영혼이 육신을 거의 떠날만큼 영혼을 그 절정에까지 들어 올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 때는 자기를 오주의 품안에 맡이고 지존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최고의 계시를 감통(感通)하도록 우리를 이끌어가고 싶으신 곳에 우리를 평안히 안정케 하시는 순간까지 황홀상태에 있도록 자기를 내맡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어떠한 저항도 불가능합니다.』
그가 육신 기능을 완전히 회복했을 땐 「강신」수녀원에서 이 『신기한 사건』에 대한 소동이 약간 숙졌다. 그는 세속의 집착을 단절(斷切)할 만한 힘을 얻었다. 그는 <기오마르> <칸세도> < 푸라다노스> 신부와 같은 천주를 사랑하는 사람만을 벗했다. 이 신부가 중병에 걸렸을 때 <기오마르>는 시골 별장으로 모셔다가 그와 둘이서 간호부 겸 종노릇을 했다. <데레사>의 간호가 너무 극진해서 그 신부는 당황했고 <데레사> 자신은 그것이 웃으웠다.
그 신부의 지도는 1958년까지 계속했다. 그동안 <기오마르>는 <데레사>가 정신이 앗질하는 음성으로 『일체가 허무합니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자기 정신과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데레사>가 대재를 지키지 않는날 약간의 채식을 자기방에서 혼자 먹은 후 잠시동안에 스미였다. 그는 하루에 장시간의 편태를 여러번 하고 거칠은 털 샤쓰를 입고 살았다. <기오마르>는 자기의 호화로운 생활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미구에 이 부자집 과부는 가난한 옷차림으로 종도 안대리고 방석을 손수 들고 성당에 다니면서 누구에게든지 공손한 태도로 대했다. 어느듯 이런 소문이 퍼졌다.
『그 과부가 이제는 수녀나 「베아타」(在俗童貞女) 외에는 응접을 않는다나!』
<기오마르>의 집에 「아빌라」에서 성녀라고 장담하는 <마리다쓰>라는 여자가 유숙한 일이 있었다. 그 여자는 미천한 집의 딸이었다. 그 집 종들의 말을 들으면 그 여자는 내의(內衣)를 안입는다는 것이었다.
『그 댁 종들이 그까짓 비천한 것에게 수종들기가 실증이 나서 굶겨 놓고서 그 내의를 벗겼다는 거에요. 그 바보가 종들의 눈에 날까바 무서워 감히 대꾸도 못하나바요.』
한 독신여인이 제가 바로 어른인 채 하면서 <마리다쓰>의 편을 들었다.
『아냐 그게 애덕이야. 「마리다쓰」는 만사를 천주께 바쳤거든. 마지막엔 만또 하나만이 남었는데 그것마저 바쳤거든요. 천주께서 그를 소시때부터 당신께로 이끌어 당겨오셨지요. <기오마르> 부인이 그의 수방을 마련해주기 전까지는 「산 에밀리아노」 성당의 복도에서 밤낮을 보냈어요. 그는 쉴새없이 신공을 바치지요. 그야말로 성인입내다』
영성생활의 가장 높은 단계를 자기가 안다는 한 여인은 「마리다쓰」가 광각파(光覺派)의 기미가 있고 십리 밖에서부터 이단의 냄새를 풍긴다고 말하면서 존대(尊大)한 머리를 흔늘었다.
『신비사상도 한 유행이야. 여러모로 연ㄱ해보았지만 나는 믿을 수 없어요. <마리다쓰>를 보아요. 그가 성녀란 것은 사실일지 모르나 천주를 위해서 바치는 보속을 안갚아준다고 불평을 한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무서운 무미건조한 심리상태로 지내고 있단 말예요.』
『<마리다쓰>가 불평을 하다니!』
『물론 신덕이 두터운 모양으로 -주여 내게서 세속의 일체를 걷어가신 다음에도 나를 이 꼴아지로 버려두시나이까? 이렇게 한다는걸. <기오마르> 부인이 가까이 하는 다른 친구 <데레사> 수녀와 같이 이랬다 저랬다 하기보다는 정직한 일상(日常) 경문을 염하면서 아무라도 할 수 있는 덕행을 닦는 것이 되려 더 나을 것이 아니겠나요?』
한 「두에나」(家庭女敎師)가 가장 아는채 하면서 나섰다.
『그런 인물은 성인이 안닙니다. <데레사>를 <마리다쓰>에게 비교하다니! 나는 그 수녀를 어릴적부터 잘 아는데 남의 마음을 끌기를 좋아했지요.
그의 자친이 별세했지만. 그 딸아이를 어떻게 실을 들여야 할 지 몰랐거든요 그애가 다섯살인가 여섯살 먹었을 때 제 오라비 <로드리고>를 꾀여가지고 「터키」인 나라로 간다고 집에서 도망쳐 나갔을 때 모친으로서 어쨌겠어요 글쎄!』
귀족들의 저택, 이층 「발코니」, 여기선 유한 마담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쑥덕거렸다.
『<데레사>의 탈혼상태란 어떤 걸까요?』
『자기더러 천주께서 이야기를 하신다나요』
『발현도 목도한다나바요.』
『<데레사>가 통정하고 지내는 <칼세도>씨를 내가 만났는데 그 양반이 우구보다 큰 걱정을 하시더군요.
<다싸> 신부님도 그 사건 조사 때문에 잠을 못주무신다고 합니다. <데레사>의 탈혼은 천주께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귀의 작난이랍니다…… 』
고귀한 부인들은 이마와 입술과 가슴에 십자를 긋고난 오른 손을 밑으로 척 내려 뒤로 당기더니 일제히 휩쓰는 시늉을 했다.
「발라돌리드」 「톨레도」에서 종교재판의 불이 타오르던 그 시절에 이 「갈멜」 회원에 관한 이야기는 그들을 떨리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살세도>는 <칼세도>로 訂正-筆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