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포] (79) 「라자로」 요양원
人間以下의 대접을?
『永福은 먼저 누린다고』
발행일1961-09-10 [제294호, 3면]
『미군들이 찾아올 뿐, 친척들도 처음에 찾아오더니 시일이 갈수록 발길이 멀어지는군요』
『어떤 대학생들로부텅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한 적도 있지요, 예컨데 여기도 신문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있읍니까고…어쳐구니 없지요. 여기도 똑똑하고 학식이 있는 분이 있답니다』 이말은 환자인 김 <아오스딩>이라는 분이 찾아간 기자에게 한 하소연의 몇 마디다. 그래서 기자는 시인 한하운(韓何雲)씨 이야길 하면서 위로하느라고 애썼다.
김씨는 다시 묻는 기자에게
『왜 보고싶지 않겠읍니까, 그러나 뼈에 사무치게 사랑하는 내 자식이 우리같은 불우(不遇)한 몸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참아야지요, 병신인 우리 부모들 중 어떤 이는 양계나 산에가서 나무를 해서 격리된 자식들 새활을 도우고 있지요』
정말 머리가 수그러진다.
기자가 찾은 경기도 화성군 일왕면 오전리의 「성 라자로 나환자 요양원」에는 3백명의 양성(陽性) 환자가 우리와 격리된 채 오늘도 묵묵히 그러면서 굳굳히 살고있었다.
1950년 서울교구 「라자로 병원」 부속 요양원으로부터 <케롤> 안 몬시뇰에 의해 설립되여 <아렉산델> 이(李庚宰)·<요셉> 하(河漢珠) 신부에 이어 지금은 <노렌조> 윤(尹乙洙) 신부님이 돌보고 계신다.
300명의 환자들 생활은 우리나라 다른 사회사업체 아래 사는 여러 곳과 같이 그 생활이 빈약하다.
모든 생활필수품이 공급되어야 하니, 하다못해 밥그릇, 새수비누에다 치약, 치솔 소금에다 종이까지…
이런 생활을 모면해서 약도 먹고 생활도 좀 넉넉히 하고자 할 수 있는 일은 개으름을 피우지 않고 일한다. 양계도 하고 나무도 한다.
윤신부님과 그의 전임자들은 환자의 집 55동(棟)에 성당, 수녀원, 병원, 아동 육아실들을 마련해주었다.
연세대학 의대의사가 매주 한 번씩 진료해주는 이곳 환자들 거의가 영세한 자들이라 그들은 조금도 「생」(生)을 저주하지 않고 재생의 길로 매진한다.
홀아비, 과부, 총각 처녀들과 부부들로 분류되는 이들 환자 중에는 장님, 귀먹어리 절룸바리 등 불구자도 있다. 천년지하수를 식수로 쓰는 이들도 연료는 19공탄을 쓰는데 한달에 3,300개를 때니 그 돈도 적은 것이 아니다.
운영비의 절반을 보건사회부로부터 원조받는 이들은 매월 일인당 쌀 한말에 보리쌀 두 말을 배급받아 산다.
독신자 7·8명이 방 하나에 수용되고 가족 환자에게는 마루 부엌, 방 하나씩 이 있는 집이 주어지고 있다.
윤신부 때부터 연애 결혼까지도 허용받은 이들 환자들 사이에서난 미감아동(未感兒童)들은 젖이 떨어지면 곧 부모로부터 격리되어 다른 곳의 미감아들과 교체해서 길른다. 이들 중에 중학교를 다니는 아동도 있는데 이들이 격리·교체되는 이유는 부모와 가까이 있으면 접촉이 잦아 발병가능성이 많으며 사회진출에나 심리적으로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들 중 가장 불행하다고 믿는 이들 문둥병자들도 「천주의 사랑」을 힘입어 실망과 저주를 벗어나 건강·삶의 의욕 얻기에 분심하여 전기 연세대 의대 의사들의 진료를 받는 한편 「메리놀회」의 서 신부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도움을 받고 있다.
나병 중 중병인 양성균을 가진 이들에겐 이와같은 여러 도움을 받으면서도 쉽사리 회유하지 못하고 그 수가 늘고 있따. 게다가 건강인(보통 사람을 이들은 그렇게 부른다) 보다 신체가 약한 탓으로 본병(本病=나병)이외에 객병(客病)에 걸리기 쉬워 이들의 곤란은 중첩한다.
현세에서는 비록 쓸어질지라도 후세의 영복은 기어코 앞서차지 하겠다는 의욕은 기구·묵상, 기구·묵상에로 다름박질하게 한다니………이들에게 강복있을걸 믿지 않을 수 없고 인생의 영웅--이 형제들을 다시 처다본다.
<요안나> 송 원장의 4명 수녀가 돌보는 300명은 부식을 가능한 한도까지 자급자족한다.
마지막으로 전기 김씨는 『정서생활이나 오락시설이 있으면…』라고 소원한다.
우리들 본당에 있는 배구공, 탁구대가 형편대로 보태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미안감(未安感)에 앞선다.
혹은 책상 밑 먼지 속에 덮여있는 책들이라도 이들은 얼마나 반갑게 받아 글자가 지워지도록 나누워 읽을텐데 하고…… 석양을 등지며 나오는 기자의 뇌리는 이런 생각으로 가득차 걸음마저 머뭇머뭇한다. (水原 許南周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