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포] 國立(국립) 칠곡病院(병원)
國庫金(국고금) 1억5천만환이 살려
癩兄弟(나형제) 訪問記)방문기)
1월 28일은 세계 나환자의 날
그들은 再生途上(재생도상)에 있다
발행일1962-01-21 [제311호, 3면]
천형(天刑) 받은 죄인처럼 냉시를 받는 나환자들은 오늘도 썩어가는 내 몸을 부들부들 떨며 실망과 자학 속에 헤메일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나환자를 도우는 세계구라기념일이 올해도 다가와 그날인 1월 28일은 돼지국물이나 제대로 얻어먹고 하루는 허리를 펼른지?
10만인지 50만인지 조차 알 수 없는 겨레중의 환자들 그마저도 2만5천이 겨우 수용의 혜택(?)을 받고 있으니 재건의 해를 맞는 정부나 국민은 멀리만 하려들지 말고 치료를 도와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漆谷서 本社 梁世權 記者】 오르막 5리, 내리막 5리의 험준한 「신동」 고개 바로 골짜기에 자리잡은 「국립칠곡병원」(구명=애생원)은 대지 6만5천여평에 나환자 6백85명의 대식구를 거느리고 있는 산간(山間) 요양지이다.
수목이 비교적 우거지고 네갈래로 갈라진 골짜기줄기에 따라 산재해 있는 요양원 건물들은 백색 벽에다 검은 지붕 일색이지만 그안에 거주하는 환자들의 병상은 가지 각색이다.
천형병(天刑柄)이니 불치병(不治病)이니 하여 세상에서 거의 버림받은 이 땅의 고독(?)들은 이 산꼭대기의 6만5천평이 그들의 유일한 낙원이며 또 전부이다. 그러나 아예 사회에서도 버림받고 길거리에서 헤메고 있는 같은 동료들에 비합면 그래도 이들은 행복이라할까
일년에 소비되는 총 예산이 국고금 약1억5천만환, 노동하고 싶어도 할 수도 없는 이들이 생명을 이어나가는 단 한줄기 생명의 샘이 바로 이것이다.
주식은 백미 3홉에다 잡곡 일홉, 일당 부식비가 87환83전이 지급된다.
가족별 살림집과 독신료(獨身療)로 구부되어 있는 병사(病舍) 옆에는 으례이 닭장이 붙어있기 마련이나 그러나 전부 합해봐야 고작 1천5백수 남짓이란다.
지난번 병세가 호전되어 음성환자(陰性患者)로 승격(?)된 약 2백명 환자들은 경주 희망촌으로 이주하여 현재 남아있는 환자는 대부분이 양성(陽性) 환자뿐이다.
병원시설이 말할 수 없이 부족한데다 의사 1명 세균검사원 1명 뿐으로는 도저히 이 많은 환자를 돌볼 수가 없어서 경험많은 환자 자신들이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래도 국립병원으로는 세번째 간다는 이곳이 이런대야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을거라는 것이 짐작되나 그러나 그들은 무언지 모를 희망이 있었다.
조금 높은 언덕에 예수교 예배당이 제법 크게 서있고 밑에 평평한 곳에 조그마한 성당이 있어 오르갠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장로교 신자수는 약4백50명 천주교신자수는 약1백여명이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건강인들이 자기네들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안타까우리만치 간절하다고들 말하고 있다.
이곳이 병원체재로 인정받기는 불과 얼마전의 실제면에서는 완전한 병원으로서의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ㅎ보다도 영양은 충분히 섭취해야하는 환자들이지만 어쩌다가 돼지고가맛을 볼 정도이니 충분한 영양섭취에는 아직 요원하다.
게다가 쥐꼬리만한 부식비도 때로는 시급한 시설비에 부득이 얼마를 떼어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하니 가히 생활상태를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병원당국은 금년도 목표로 첫째 목욕탕의 신설과 병실의 증설 다음으로 식수난 해결을 위한 더많은 우물을 확장할 계획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