癩病(나병)은 遺傳(유전) 아니다
早期治療(조기치료)면 完決(완결)
발행일1962-01-28 [제312호, 3면]
『경상도문둥이』 하는 말은 이제는 애칭으로 변하였으나 실지로는 문둥이라면 무조건 증오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증오하면서도 이 병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이와 반대로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는 극히 희소(稀少)하다. 나병이 사회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해결하려며는 무엇보담도 국민의 올바른 지식이 필요하다.
필자는 십수년동안 수많은 경중(輕重) 환자를 진료한 경험을 통하여 볼 때 항상 느껴지는 점은 일반의 인식정도가 우리들과는 거리가 너무나 먼 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중 지금에도 기억에 남는 환자의 일예를 중심으로 하여 간단히 본병(本病)에 대하여 논금하여 볼가 한다.
6·25동란중 신사가 모의사의 소개장을 갖고 내원(內院)하였는데 그의 차림 언어행동으로서 교양이 높은 인격자임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소개장에 의하면 환자의 전박부(前膊部)에 조그만한 붉은 4·5개의 결절(結節)이 발생하였는데 각종 약물이 무효였고 또 매독을 의심하여 이에 대한 시약(施藥)을 하였으나 무효였다는 것이었다. 진찰한 결과 발진수(發疹數)는 극히 적었으나 일견하여 전형적인 결절나(結節癩)이였다. 이 형은 나균이 가장 많은 고로 전염원(源)이 되며 방치하여두면 가장 예후(豫后)가 나쁜 형에 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소에서 균을 염색한 표본을 만들어서 소개하여준 의사에게 보여서 조속히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유하였던 바, 환자는 꼭 필자에게 치료를 받고저하니 병명을 아르켜 달라는 것이었다. 환자의 심경도 충분히 히해하지만 이러한 경우에 경솔히 이야기 하다가는 환자로 하여금 자포자기하여 치료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는 까닭에 주의깊게 치료방법만을 이야기했더니 무슨 불결한 예측이 들었는지 환자는 자기가 오래동안 신앙생활을 하였으므로 여하한 병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이 주신 병이기에 조금이라도 신경에 변동이 생길수가 없다고 여러가지 예를 들어서 애원하기에 그의 지위를 보아 나병이라고 하였더니 얼굴 빛을 붉히면서, 당황하였으므로 본명에 대하여 다각도로 설명을 하고 조기치료를 하면 곧 완쾌된다는 것을 장시간에 걸쳐 설명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자기 가정의 생활수준 혈통을 들어서 이러한 전염병이 생길수가 없고 또 오랜 신앙생활 결과 「주」께서 이러한 천형병(天刑柄)을 주실리가 없다는 등의 말로 자신이 이 병에서 도피하여 자기위안을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조기치료의 효과를 역설하고 후일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였으나 재차 내방하지 않았다. 소문에 의하면 환자는 나의 진단에 지극히 반감을 가지고 오류(誤謬) 운위하다가 병세가 악화하여 불치의 일생을 지냈다고 듣고 있다.
이 환자의 경우를 보면 본명이 어느 특정한 인간에 발생하고 유저적 관계 또는 병을 너무나 흉한 것으로 알고 필요이상의 공포증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병은 어느 사람에게나 감염될 수 있으나 대체적으로 소아사춘기에 빈발하나 고령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순전한 전염병에 속하며 유전이라는 것은 근거없는 낭설에 지나지 않으나 흔히 가족적 발생을 보는 것은 동거함으로 일어나는 가족내 감염의 결과인 것이다. 전염셩로는 외계로부터 나균이 피부면의 소손상구(小損傷口)를 통하여 침입하면 균은 말초신경(末梢神經)에 따라서 피부 심부(深部)가지 파급하여 가는데 이때에 개체의 저항력에 따라서 결절나 결핵양나(結核樣癩)로 변하게 되며 나중에는 대신경을 침범하여 그 신경이 지배하는 모든 기능이 소실되고 많은 조직이 파괴를 초래하는데 조기에는 피부 색소(色素)가 감퇴되는 반점(斑点)이 발생하고 그 부위(部位)에는 통각, 냉각, 온각(痛覺, 冷覺, 溫覺) 등이 탈실(脫失)되는 것이 특징이다 개중에도 결절나는 조직내에 균이 가장 많으므로 이러한 환자는 가족과 격리생활을 할 필요가 있으나 기타 환자는 공동생활을 하여도 무방하나 어린 자녀는 가까이 하지 않은 것이 좋다. 나병의 전염성은 극히 약하다는 것은 인정되어있는 사실이며 환자에서 분만(分娩)된 아해라도 분만직후 환자로부터 격리시키면 천명에 4·5명정도의 환자밖에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므로 나병에 대한 인식이 잘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환자들간에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토록 하고 재가(在家)치료를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어있고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조기발견 조기치료를 하면 반드시 치료되는 것이라고 하여 세계적으로 선전을 하고있는 중이며 현재는 가장 우수하고 염가인 약이 시판(市販)되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매도 불구하고 전기와 같은 환자와 같이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느끼는 것은 불치의 병이라고 단정하고 치료를 받지않고 진행된 용모의 괴악한 것만을 상기하여 환자 스스로가 자포자기하는 결과 일생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만일 우리국민들이 이러한 사실을 잘 인식하고 의사들과 협조하면 멀지않아 이 나라에 나(癩)는 퇴치될 것으로 믿으며 또 일단 감염하여 치료기회를 잃은 환자이라고 할지라도 실망하지 말고 정형수술을 통한 기능회복을 하여 정상적인 일반사회생활을 누릴 수 있는데 힘써야함을 강조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