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일복음에는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가 기록되어 있읍니다. 교회의 신비로운 발전을 설명해주는 비유입니다. 유데아인들은 구세주 오시면 화려한 궁중에 태어나 세속적으로 강대한 정권을 잡으시리라 생각하였으나 그리스도왕국은 그들의 기대와는 전혀 달리 그러나 오히려 더 크게 더 빨리 신비롭게 자라고 발전할 것을 알리는 비유입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적고 비천하게 시작되어 세속의 업신여김을 당하였읍니다. 예수 친히 모으신 양무리는 지극히 적은 것이었읍니다. 그러나 예수 그들을 위로하셨읍니다. 『너의 적은 무리들아 두리지 말라. 대저 너의 성부 천국으로써 너에게 주시기로 즐거워 하심이니라』하셨읍니다.
사실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스도의 교회는 보잘것 없는 형편으로 시작되었읍니다. 권세있는 자와 부유한 자들은 본체도 않고 비천한자, 앞 못 보는 자, 병든이들만이 예수를 따랐던 것입니다.
그러나 겨자씨는 지극히 작지만 땅에 떨어지자 싹이 트고 오래지 않아 빨리 자라서 동산의 큰 나무로 변합니다. 이와같이 예루살렘 한구석에 심겨진 겨자씨 그리스도의 교회가 로마대제국을 교화하기에 긴 세월이 필요치 아니하였읍니다.
벌써 예수 승천하신지 십일밖에 안되는 성신강림날에 수천명이 세를 받았고 얼마후에는 외교인들의 종도 성 바오로께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 구라파에 전파하였읍니다. 마을에서 마을로 도시에서 도시로 급속도로 전파하였읍니다. 로마 황제는 이것을 막으려고 수십만 수백만의 교우들을 삼백년동안이나 잡아 죽였읍니다. 그러나 아무소용이 없었읍니다. 오히려 순교자들의 피는 새로운 겨자씨로 새로운 나무들이 무성하기만 하였읍니다. 드디어 313년에 <콘스탄틴> 대제는 교회에 자유를 허락하였고 교회는 이같이 칼도 없고 돈도 없이 최후의 승리를 차지하였읍니다. 교회의 유일한 무기는 굳은 신앙과 착한 생활에 재포된 불꽃같은 사랑 뿐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겨자씨는 큰나무로 자랐고 그 가지는 천지를 뒤엎었으며 새들이 사방에서 날아들었읍니다.
백인종이나 흑인종이나 황인종이나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각종인간들이 이 교회의 그늘 밑으로 찾아들어 행복 지극한 안식처를 얻었읍니다.
겨자씨의 비유는 또한 개인의 신앙생활에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주의 제자 되려면 먼저 귀화하여 어린애와 같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지식과 능력만을 믿던 교만의 왕자에서 내려와 겸손되이 머리를 숙여야만 천국의 문을 들어설 수 있는 것입니다. 교만한 자를 내치시고 겸손한 자를 받아들이시며 높이는 자를 낮추시고 낮추는 자를 높이시는 것이 천주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누룩의 비유도 우리에게 큰 위안을 주고 있읍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세상을 발표시키는 누룩과 같습니다. 비참한 노예제도를 고집하던 구라파의 비인간성을 거스려 노예들에게 자유를 부여한 것이 그리스도의 사랑이었고 부인들과 어린이들을 천대하던 구습을 타파하여 남녀평등권을 부여하고 어린이들을 인류의 보물로 보호하게 한 것도 그리스도교 문화의 덕택이었읍니다. 외교인들의 잔인성을 사랑으로 바꾸고 외교인들의 음행을 수도자들의 정결의 표양으로 견제한 것도 그리스도교의 공헌이 아닐 수 없읍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세속은 다시 옛 야만성에로 후퇴하고 있읍니다. 참혹한 전쟁과 육체적 향락에만 눈이 어두운 이 세대를 다시 건전한 상태로 복귀시키는 길은 오직 그리스도의 근본사상을 인류전체가 받아들이는 길 뿐입니다.
누룩의 비유는 또한 각 개인의 신앙생활에도 적용시켜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가르치심이 우리 각 영혼 안에서 누룩의 역할을 하며 인간전체가 그리스도교화 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교우들은 형식상으로만 그리스도의 제자노릇을 하고 있읍니다. 실생활 자체에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하는 믿음은 허식이오 위선인 것입니다. 성당에서는 지극히 열심한 척하고 성당 밖에서는 외교인과 꼭같은 실생활을 한다면 그의 말로는 가련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간혹 이런 가짜 교우들이 있기 때문에 가장 성스러운 성교회까지 욕을 먹게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일단 욕을 먹게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일단 교우가 되었을 진대 그리스도의 정신이 누룩과 같이 우리의 영혼과 육신, 우리의 안과 바깥을 교화하여 우리의 일거일동에서 그리스도의 고결한 향기가 풍겨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우리 자신이 겨자씨 노릇을 하고 누룩역할을 하여 우리민족을 그리스도교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金南洙 神父(부산 西面본당 주임. 大洋中工業高等學校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