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入門(입문) 講座(강좌)] (7) 가톨릭은 무엇을 믿는가?
발행일1962-03-11 [제318호, 2면]
진화론
『원숭이들이 인간의 직접 조상(祖上)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 이것은 독일의 한때 저명하던 생물학자인 동시에 철학가 였던 <엘네스트 핵켈> (1834-1919)이 한 말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가톨릭은 그러한 주장은 비이론적이고 잠고대 같은 소리라고 지적하였다. 이때로부터 그들의 교회는 『과학의 원수』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불완전한 인간의 기억력은 논제의 촛점을 잊어버리고 교회가 언제 한번 「과학」을 거역하여 「펜」을 들었다는 것만을 기억하고 있다.
사실에 있어서는 이 기억마저 정확한 것이 되지 못한다. 어떠한 새로운 발견이 있을 때 그 발견에 대하여 학자들이 개인이 자격으로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소리를 높여 가면서 논쟁한 일이 가끔 있었다. 그러나 종교와 과학 그 자체가 상쟁(相爭)한 일은 전연 없었다. 사람들이 진리를 확인하는데 어떤 때 의혹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그들이 아는 바를 더 넓히고, 더 깊게 하고,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논법을 쓰고 토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그들이 회원으로 있는 단체들의 대표자 혹은 대변인의 자격으로서 그렇게 한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종교와 과학은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 절대로 상반(相反)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둘은 다같이 동일한 주인인 진리에 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말에 「배」라는 말이 있다. 이 말마디는 「몸의 일부. 척추동물에 있어서는 가슴과 골반 사이의 부분」, 「사람이나 물건을 싣고 물 위에 다니게 된 것의 통칭」, 「배나무의 열매」 등등의 여러가지 뜻을 가진다. 이와같이 「진화론」의 원어인 <에볼루씨오>(EVOLUTIO)도 여러가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뜻에 따라 가톨릭 교회의 태도도 다른 것이다.
A, 어떤 학자들에 의하면 「진화」라고 하는 것은 물질(혹 육체)적 구조에 있어 존재의 하급상태에서 상급상태에로의 변화의 과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들에 의하면 현재 우리들이 보는 어떤 종류의 동물이나 식물은 다른 종류에서 발전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은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것으로 이제는 토론할 여지 조차 없는 명확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가톨릭교회는 부인도 논박도 하지 아니한다. 진화론이 이러한 내용을 가지는 한 가톨릭교회가 그의 진리성을 인정하지 아니할 수 없다.
B, 어떤이들에 의하면 「진화」가 『이 우주가 저절로 있게 되었다. 이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모든 질서가 혼돈(混沌)에서 순전히 우연한 기회에 세워졋다. 인간 생명을 포함하는 모든 생명이 제삼자의 아무런 간섭이 없이 무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의미의 「진화론」은 과거에 증명된 일이 없고 또 현재나 미래에 있어서도 증명될 수 없는 순전한 가설이다. 왜냐하면 무(無)에서 우주와 질서와 생명이 제삼자의 간섭이 없이 우연히 저절로 있게 될 수 없는 때문이다. 아무도 제게없는 것을 다른이에게 줄 수 없는 법이다. 우주가 있게 된 것은 우주 이전에 이것을 창조할 수 있는 존재를 전재하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다.
질서와 생명이 있기 시작한 것도 역시 이것들이 있기 던에 이것을 가지는 전재존재(前在存在)를 전재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이 우주에게 존재를 주었고 이 우주와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것에 질서와 생명을 준 이를 천주라고 믿기 때문에 천주의 간섭을 부인하는 이 진화론을 종교와 이성(理性)의 이유에서 배격한다.
C, 어떤 이들에 의하면 「진화」란 인간의 기원이 어떤 하급 원시동물의 발달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설에 대하여는 대단히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일 진화론이 신이 어떤 동물의 육체를 토대로 해서 사람의 그것으로 형성하고 거기에다가 이성적(理性的)인 영혼을 넣어 첫 사람을 만들었다고 본다면 가톨릭교회가 믿는바에 반대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영혼이 육체의 복잡한 구조의 자연적 발전에서 신의 간섭이 전연 없이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면 가톨릭교회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다. 하급의 단순생명의 「자연발생」설은 이미 오래 전에 <루이 빠스털>의 실험의 결과로 패배되고 말았다.
최단순생명(最單純生命)이 그러하다면 하물며 지극히 복잡한 유기체인 인간의 정신과 의지가 어찌 제절로 발생할 수가 있겠는가? 만일 그들이 인간의 이성(理性)과 정신이 「진화」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들이 「신」을 「진화」란 것으로 대치(代置)하는 것 밖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한 주장은 신을 부정하려는 역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가톨릭교회가 『과학의 원수』라고 하는 것은 너무 과한 말이라기 보다 언어도단이다. 가톨릭교회는 『과학의 원수』가 아니라 『과학의 어머니』이다.
이것을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과학이 서양문명의 특정이라고 한다면 서양역사에 관한 서적을 한번 들쳐 보라. 세계의 첫 박물관이 「바티깐」에 설립되었다. 세계의 첫 식물원이 1543년에 한 신부에 의해 「삐사」에 개원되었었다. 세계의 최초의 과학회가 1560년에 「나포리」의 한 가톨릭교회 안에 조직되었었다. 과학하는 길과 방법을 가르친 거의 전부의 구라파 대학교가 가톨릭교회에 의해 경영되었다. 그 예를 들면 「옥스포오드」, 「캠푸릿치」, 「하이델벨그」, 「솔본」, 「비엔나」, 「루벤」, 「꼴론」, 「드블린」, 「볼루냐」, 「세빌」 등등이다.
가톨릭교회가 과학발전을 장애했다는 것은 전연 무근지설이다. 그의 자녀중에는 역사를 통한 위대한 과학자들이 많다. 천문학자 <꼬벨니꾸스>, 자연과학자 <파벨>, 물리학자 <갈바니>, 식물학자 <라말크>, 생리학자 <슈반>(Schwann), 화학자 <라봐지에르>, 해부학자 <판로삐오>, 전기공학자 <꿀롬브>, <볼타>, 그리고 <말코니> 등등은 가톨릭교회의 자녀였었다. 그리고 진화론의 사상의 대두는 한 가톨릭 신부의 연구에서 발상했었고 저 유명한 식물학자 <멘델> 역시 가톨릭 신부였었다. 이런 것을 볼 때 가톨릭교회가 『과학의 어머니』라고 불리워서 마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