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 주교들은 특히 최근에 인간의 존엄성과 건전한 가정도덕에 대하여 도전해오고 또 날로 확대되어가고 있는 흉악한 공격에 자극되어, 자기들에게 맡겨진 신자들로 하여금 일반적 추악(醜惡)에 연루(連累)되거나 휩쓸림으로써 마침내는 질식되고 마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그들에게 경고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현금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문제, 즉 앞으로의 수년 내지 수십년 내에 전 세계와 우리의 조국을 협소하게 만들 것으로 예견되는 비상한 증가율로써 증가된 인구가 어떻게 그 생존을 계속할 것인가 하는 무제에 대하여 교회측의 가르침과 정신을 밝히려고 하는 바입니다.
자모이신 교회는 결코 문제 자체나 그 중요성을 무시할 의도는 전혀 없는 것이며, 또 자기 자녀인 신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당면 문제에 대하여 무관심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가끔 현대의 역대 교황 및 현 교황 <요안> 23세께서도 최근에 이 문제에 관한 여러 가지 권고와 규정을 발표하신 바 있었거니와, 우리 한국 천주교회 주교들도 교회의 이러한 가르침에 입각하여 신자들의 정신 안에 다음의 몇 가지 주의사항을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의 인구가 근년에 이르러 이상한 증가율로써 증대되어감에 따라, 현재의 증가율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다음 세대에 가서는 2배의 인구증가를 보게 되리라는 주지(周知)의 사실에 비추어, 동일한 기간 내에 2배의 인구를 지탱할 만큼의 경제 성장과 식량 증가를 이룩하기는 매우 힘든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우리는 이 중대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서는 온전히 천주의 의지발로인 자연법(自然法)과 인간의 품위에 적합한 방법들에 의거해야만 된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는 동시에, 인간을 금수와 동등시하여 순전히 유물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더욱이 그것을 입법화하려는 동향을 보이는 그런 사람들의 오류를 단언코 지적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유물론자들에 의해 제창된 여러 가지 해결책, 예컨대 인공유산(人工流産), 단종법(斷種法), 「오나니즘」(중단성교) 및 피임을 목적으로 한 여러 가지 기구와 약물의 사용 등은 다음에 지적하는 바와 같이 다 천주의 법과 자연법에 위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유산 또는 임신중절(妊娠中絶) 즉 속칭 낙태는 모체 내의 태야에 대한 직접적인 살해이거나 또는 모체 밖에서는 아직 살 수 없는 태야에 대한 고의적인 축출인 것으로서 그것은 절대로 불가한 것이다. 그것은 고의적인 살해, 즉 무죄한 인간에 대한 계획적인 살인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어떠한 논거로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며, 경제적 이유로나 모체의 생명보존이라는 이유로도 감행될 수 없는 것이다. 무죄한 인간 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살인행위는 그것이 건장한 사람에게 대한 것이거나 미구에 죽을 노인에게 대한 것이거나 또는 모채 내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태아에게 대한 것이거나를 막론하고 다 중대한 죄악이 되기 때문이다.
단종법 또는 거세는 그것이 아니고서는 전신(全身)의 건강 내지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는 허용되는 것이다. 그것은 전신 또는 생명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병든 지체의 수술 또는 방사선에 의한 물리요법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종이 만일 피임 또는 유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일 때에는 역시 엄금되는 것이니, 이런 경우의 단종은 창조주에 의해서 섭리된 성행위의 결과를 없애버리려고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은 천주의 뜻에 대한 직접적인 반역이며 천주의 주신 은전에 대한 고의적인 배척인 것이다.
「오나니즘」 즉 성행위의 중단은 임신 방지의 인공적인 한 방법인 것으로서 역시 자연법에 직접 위반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성행위 자체를 자연의 질서에서 벗어나게 하는 남용인 동시에 자기 자신을 타락시키는 것이며, 배우자를 성욕적 쾌락의 도우로만 생각하는 모욕적인 행동인 것이다.
이러한 모든 오류들은 정신적인 요소들을 부정하거나 멸시하고, 오직 인간의 온 행복을 현세의 쾌락 속에만 두는 일종의 유물론적 사상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것은 창조주이신 천주의 모든 법을 무시하고 또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지극히 고귀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며, 그 결과로서는 일부 지방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은 사회적 타락과 야수적인 부도덕을 가져오는 것 뿐이다. 진실로 낙태 또는 임신중절 등의 이름으로 불려지는 인공유산은 일부의 여러 나라에 있어서는 진정 민족말살의 방향으로까지 나아간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제한 성행되고 있는 실정이며, 또 그에 못지 않게 다른 여러 가지 피임방법에서 나오는 파멸적인 결과도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경험과 통계에 의해서 증명되는 바와 같이 이러한 피임 방법들을 사용하는 민족은 오래지 않아서 인공유산과 단종법 등의 죄악에까지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 가지 성생활의 악용으로부터는 가정의 파탄과 성의 타락을 의미하는 수많은 죄악들이 필연적으로 결과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인간적인 애정은 천주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의 수여(授與)라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만일 전적으로 자기 중심적이 될 경우에는 성욕도착(性慾倒錯) 내지는 변태를 면치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피임방법이란 것도 실제에 있어서는 그들이 바라는 효과를 확실하게 가져오지는 못하는 까닭에 자연 임신중절과 같은 인공유산에까지 이르게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경험으로서도 명백한 사실이며, 또 이러한 피임이나 임신중절 등에 의한 소위 산아제한의 결과로서는 그 민족이나 국민 대부분의 노쇠와 생산능력의 감축을 초래하게 되어 결국에는 민족 멸망이라는 비운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산아제한이라는 미명(美名) 아래 장해되는 이 방면의 여러 가지 남용 및 그것의 법률상 보호 또는 장려는 마침내 방탕한 청년남녀들의 불륜(不倫)의 관계를 더 쉽게 그리고 더 안전하게 만들어 그것을 조장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을 것이므로 그 파멸적인 해독이 전 사회에까지 미치고야 말리라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이다.
이제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은 한 민족에 있어서나 전세계에 있어서나 산아제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시민 상호간, 그리고 민족 상호간의 형제애와 협조에 의한 경제적, 사회적 발전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 나라에도 아직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많은 자원과 토지가 있거니와, 전세계적으로는 미개발 상태에 있는 토지의 여유와 자연자원이 아직도 얼마든지 많이 있으며, 광대한 해양자원(海洋資源)도 또한 개척의 여지가 거의 무진장 있는 것이다. 그리고 추측할 수 없을 정도의 과학적 진보에 의한 여러 가지 발견도 크게 기대할 수가 있다. 이러한 인간적인 노력과 더불어 막대한 수로 격증하는 인구를 위하여 언제나 섭리하여 주실 수 있고 또 언제나 섭리하여 주시는 천주의 위대하심은, 인구의 비상한 증가율에 보조를 맞추어 급속한 경제발전과 산업증진도 능히 이룩하도록 해주실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해주는 것이다.
더구나 세계적인 경제성장율이 인구의 증가를 능가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할 만한 사실이다. 인구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통계에 의하면 1년간의 인류 증가율은 약 1.6%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 식량의 증산비율은 2.7%이며 산업발전의 비율은 5%에 이르고 있다. 그 외에 인구증가의 중요한 원인으로서는 과학적, 의학적, 발달에 의한 사망율의 저하와 인간수명의 연장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수명의 연장은 1세기 안으로 그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견되는 바로서 그때에 가서는 어느 정도의 경감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과학적 발견의 분야는 우리 눈앞에서 날로 더욱 넓게 전개되어 가고 있는 만큼, 어떠한 전문가들이라도 경제적 산업적 발전에 있어서 감소나 한계를 예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위대하신 천주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이 이토록 성장하는 것을 허락하셨으니 만큼, 그들이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무진장의 자원과 식량을 돌보아주실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 나라에 있어서는 다른 여러 나라에 비해서 문제의 해결이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방법들은 장녀법에 위반되지 않으면서도 더욱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다.
①더 성숙하여지고, 가족부양의 능력이 더 갖추어질 때까지 결혼 적령의 자유로운 연장. 그 이유는 많은 경우에 있어서 우리의 젊은이들의 결혼연령이 그 능력에 비해서 너무 조기(早期)인 까닭이다.
②축첩 폐습의 단호한 시정(是正), 합법적인 배우자 이외에 첩의 몸에서 출생하는 자녀들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이다.
③극기(克己)의 정신 함양, 부부된 자는 영신적 지도자 및 유능한 의사의 지도 아래 주기적(週期的)인 금욕(禁慾)으로써 부부생활의 권리와 향락을 제어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주기적인 금욕의 방법은 정당하게 사용되는 경우, 금지된 다른 피임방법들 보다 못지않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④인구밀도가 낮은 더 광대한 외국에로의 이민(移民).
⑤외국 원조의 요청 및 그 실효적(實效的)인 사용, 세계의 자원과 부(富)는 전세계의 인류를 위하여 창조되었으니 만치, 부유한 국가와 민족은 덜 행복한 민족의 필요에 대하여 그를 원조해 줄 의무가 있는 것이며, 피원조국가는 그것을 요청하고 받아들임에 있어 수치감을 느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신자들에게 다시 한 번 권고하는 것은, 반자연적(反自然的)이며 죄악적인 어떠한 피임행위나 그에 의한 산아제한 제도에 현혹됨이 없이, 오직 순결하고 명예롭고 인간품위에 적합한 부부생활만을 여우이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만사는 권리와 더불어 의무도 따른다는 것을 깨달아 현세생활의 쾌락도 절제를 가지고 누려나아가기를 바라는 바이다. 천주의 은총을 그의 면전(面前)에서 내던져 거절하지 말 것이며, 부부애(夫婦愛)와 자녀애(子女愛)를 부정(不淨)한 쾌락으로써 타락시키지 않음으로써 행복하고 천주의 축복을 받은 가정을 이룩할 것이며, 초자연적인 사랑으로써 그것을 고이 간직하고 보호해 나아가기를 재삼 바라는 바이다.
천주강생 1961년 9월26일 서울교구장 노주교 대전교구장 원주교 대구교구장 서주교 춘천교구장 구주교 광주교구장 현주교 부산교구장 최주교 청주교구장 파주교 전주교구장 한주교 평양교구장 안몬시뇰 함흥교구장 이몬시뇰 한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