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한가지로 아니하는 자는 나를 거스리는 자라』(루까 11장, 23절)
미국역사상 최초의 군대였던 <죠재 와싱톤> 군사중에서 가장 힘센자로 알려진 <햇취>(BEQORDIUS HATCH)라는 사람이 있었다.
14세때에 이미 「레스링」의 기록을 얻고 16세때 무서운 것이 없었으며 남북전쟁 당시 수백번의 종군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웟음은 물론이며 60세가 되어 헛간을 세우는 공장에 취직하고 있었을때까지 그는 혼자서 대들보를 올려 맞추는 엄청난 장사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옛날도 이제도 놀랄만한 힘센장사는 가끔 있으나 예수만큼 강인한 사람은 없었으니 그는 정신적인 강건을 겸비했던 때문이다.
그는 벙어리에게서 악신을 쫓아내어 벙어리를 말하게 한 장사요 나아가서 아무 주력자 없이 십자가란 무거운 대들보를 능욕과 학대와 수치의 무게를 더해 들어올리고 끌고 나간 장사신 것이다. 목숨을 바쳐 그를 도웁겠다고 맹세하던 자들이 하나같이 달아나고 그 가냘픈 배신의 슬픔까지를 몸에 지닌채 홀로 모든 죄의 짐을 감당하신 그의 용력과 사랑의 힘과 겨룰 장사는 없다. 신이신 예수는 젊을때부터 온갖 반대자들과 「레스링」을 해 이겼다. 「바리세이」들과 재판장들과 또 위선자들과 마귀와 맞붙어 씨름하실 때 한번도 실패치 않으신 분이시다. 십자가를 지고 기진맥진 쇠약하여 그 사지를 못박히시고 마지막 죽음의 승부에서까지 승리를 거두신 분이다.
60세의 노령으로 혼자 대들보를 감당한 <헷취>의 기념비를 위해서 「뉴욕」 「레바논」의 국민학교 학생들이 푼푼이 돈을 모앗다는 정성이 얘기되고 있다.
이제 예수의 희생을 존경하고 그를 따르기로 약속한 우리들은 조그마한 희생들을 모아 그의 산 모델로서 세상 어느 구석에선가 그의 향기를 풍기게 함으로써 최강(最强)의 승리자이신 그를 기념하고 경배해야 하겠다. 오늘 예수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나와 더불어 있지 않는자 거스림이요. 또 나와 한가지로 거두지 아니하는 자는 흩어버림이니라』
이 말씀은 곧 『내 십자가를 거들어주지 않는 자는 내 십자가를 더 무겁게 하는 자이며 내 고통을 나누어 받지 않는 자는 나를 더 아프게 찌르는 것이며 나와 같이 걷고 일하고 얘기하고 나와 함께 생활하지 않는자, 그는 분명히 다른 사람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묵시하는 것이다.
자기가 진심으로 예수를 따르는 사람인지 스스로 회의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자문(自問)의 명제를 내걸어본다. 『나는 에수의 십자가의 노고를 덜어드리려고 애쓰고 있으며, 예수 하신대로 나는 기구하고 단식하고 있는지? 예수께서 사람을 멀리하시고 안일과 휴식을 버리고 온전히 자기육신을 끊어버리던 이즈음에 나도 진정 모든 유락과 방종을 끊어버리고 있는지? 온전히 기구로만 생활하시던 이 사순절에 나는 평소(平素)보다 좀더 열전히 그리고 자주 기구하는지? 나는 과연 1962년의 이 사순절을 천주를 위해 얼마나 공헌할 수 있을 건인지?』 사순절의 대재와 소재, 그리고 고행은 교회법의 명령적인 구속이 아니라 보다는 예수께서 엄정히 지키신 사순, 그것 그대로를 기꺼이 본받아 주행하려는 신우(信友)로서의 마땅한 생활의욕이며 자의적(恣意的)인 원의라야 할 일이다. 우리를 위해 죽기 40일전 예수께서 광야로 나가서 기구하고 단식하던 그 엄정한 사랑의 자세를 배우려는 노력인 것이다. 그는 지금 광야의 단식으로 간절히 우리를 초청하고 계신다. 그 사진을 위해서가 아니고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우리를 죄중에서 구속해줄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나와 함께 광야에 있지 않는자, 곧 나와 함께 사순의 고행을 원하지 않는자는 나를 거스리는 자이며, 나와 함께 거두지 않는 자 곧 나와 함께 사순의 혜택을 수확하지 않는 자는 성총을 흩어버리는 자다.』 제각기 힘자라는대로 교회 사순절의 법규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든 이들은 예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다. 얼마의 음식만이라도 참아 먹지 않고 마시는 것을 줄이고 금하며 일체의 모든 유락을 버리고 기구하고 애긍하는 어떤 작은 희생일지라도 그것은 그와함께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불평과 불만 불화와 오해받은 배신과 열등감과 질병과 회의의 명목으로 오는 마귀의 유감과 이런 모든 생활이 빛어내는 고통을 예수께서 당하던 고통의 일부로 기꺼이 참아받을 때 그 극기로써 오는 시원한 혜택은 마음푸근히 의무를 다한 자에게만 느껴지는 보람인 것이다.
어둠의 그늘 죄악으로 죽고 주의 빛 천주 안에 사는 영세자의 본분은 어제든지 그와 함께 있기를 원하는 열렬한 사랑일 뿐 결코 억압이나 구속일 수 없다.
『천주의 말씀을 듣고 준행하는 자는 더욱 진복자니라』 아멘.
李鍾淳 神父(서울 明洞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