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강생(降生)하여 사람이 되사 우리 사이에 거처하신』 예수·그리스도! 그이의 가르치심을 널리 전파하고 실현시켜야 하는 사명을 지닌 교회는 『기록된 천주의 말씀』인 성서(聖書)를 보존하고 전파하기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하여 인쇄술(印刷術) 발명 이전의 성서들은 원본(原本) 한 권을 가지고 그 사본(査本)을 수백권, 수도자들의 필사(筆寫)로 만들어서 전파하고 또한 다음 세대(世代)로 전하게 한 것이니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신구약 성서들은 모두 이같은 수도자들의 수고에 의해서 그 본문(本文)이 전해졌고 마침내 5백여 년 전 <구뗀베르그>씨의 인쇄술 발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많이 발간되는 서적이 된 것이다.
○…1947년 북한 공산정권에 그 재산을 모두 빼앗겨버린 덕원(德源)의 성분도수도원은 20여년 전 일제(日帝)의 치하에서 당시 북한 전역에 걸쳐 오직 한 벌밖에 없는 한글본자모(本字母)를 가졌으며 일본말(日語版) 『미사경본』이 간행되기 약 20년을 앞서 오늘날 우리가 쓰는 우리말 『미사경본』을 발행했고 『신약성서(서간편)』를 비롯하여 『가톨릭 교리 해설』(신조편·성사편) 『준주성범』 등 값진 서적들을 내놓아 그 상태로 계속되였더라면 오늘날의 일본 가톨릭 출판계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한국 가톨릭 출판의 기세를 올렸을 것이다.
○…피난지 왜관(倭館)에서 재건된 성분도 수도원은 모든 면에 그 옛날의 포부와 이상을 그대로 살리려, 묵묵히 약 10년간 노력을 계속해 왔다. 이제는 수도원사(院舍)도 옛날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신축되었지만 인쇄부(印刷部)는 옛날의 그것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서독제(西獨製) 최신식 새 시설로 이루어져 이곳에서 원색사진(原色寫眞) 인쇄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이델베리히」식 「씨린다」 2대에는 소상본(小像本)과 성탄 「카아드」를 박고 있고 서울 「동아출판사」에서 색여왔다는 「벤톤」 자모(字母)로 활자(活字)를 찍고 있는 만년(萬年 K型)식 자동주자기는 부드러운 회전(回轉) 소리와 함께 은빛같은 활자들을 문선(文選)으로 보내어 지금 인쇄 중인 『그리스도의 일생』 조판(組版)에 공급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