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바람에 우리의 시선(視線)을 유달리 끄는 것이 있읍니다. 여러분! 그것이 무엇이겠읍니까? 그것은 멋들어진 고급차(高級車)나 눈부신 __품이 아니라 쓸쓸한 묘지에 우뚝 솟은 10자가들입니다. 욱어진 잡초에 가리워져 안타갑게 지내던 _들은 이제야 살 때가 왔다는듯이 가을바람과 함께 일어선 것입니다. 그것은 연령성월(煉靈聖月)이 돌아왔기 때문이겠지요. 차디찬 땅에 누워 복된 부활을 고대하는 수일을 고이고이 수직(守直)_을이 10자가들을 지금 두 팔을 벌리고 우리에게 무엇인가 애타게 호소하고 있읍니다. 가톨릭교회가 11월을 연령성월(煉靈聖月)로 정한 것은 자연과의 아름다운 조화를 나타냅니다. 대저 공심판(敎會曆)의 끝이 이달에 들게 되어 있고 또 11월은 늦은 가을이라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 자랑하던 만화방초가 덧없이 시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가을인 우리의 죽음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과 저 세상과의 밀접한 관계는 가톨릭 정신의 본질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기에 중세(中世)의 교회 묘지는 성당 구내에 있었고 옛 어른들은 될 수 있는 한 제대 가까이 묻히고저 했읍니다. 묘지와 성당이 가까웠던 것과 같이 연옥과 우리도 멀지 않읍니다.
경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이달이 다 가기 전에 부모와 친척의 무덤을 살피고 또 누구의 무덤이라도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성모경 한 번만이라도 바쳐줍시다. 그리고 비가오나 눈이 나리나 변함 없이 무덤을 지키는 10자가를 본받아 저 불쌍한 연령들을 구출해냅시다. 『예수여! 우리 죄를 용서하시며 우리를 지옥불에서 구하시며 연옥영혼을 돌보시되 제일 버림을 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2. 우리가 구출해야 할 연령들은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 여러분은 생각해 보신 일이 있읍니까? 여기에 대해서 성 <토마스>께서는 『연옥 고통과 지옥 고통은 조금도 다름이 없다. 다만 지옥 고통은 끝이 없고 연옥 고통은 끝이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읍니다. 그러므로 연옥고통이 절망적인 것은 아니지마는 지옥과 꼭같은 무서운 실고(失苦)와 각고(覺苦)를 지니고 있읍니다. 우리는 흔히 이 고통에 대해서 너무도 무관심하기가 쉬운데 그것은 매우 그릇된 태도입니다.
3. 혹독한 고통을 당하는 연령을 구출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효과 있는 것은 미사성제(聖祭)입니다. 왜냐하면 미사는 죄 있는 인간의 일이 아니라 오 주 예수 친히 10자가의 공로를 연령에게 서기 때문입니다. 둘째 방법은 기구입니다. 여러 가지 기구 중에서도 「연도」는 참으로 훌륭한 것입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내려온 이 아름다운 습성을 잊어버리지 맙시다. 셋째는 대사(大赦)입니다. 우리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이 대사를 많이 얻어서 그들에게 양도해야 하겠읍니다. 넷째는 애긍과 희생입니다. 연령을 위한 단 10환이나 땀 한 방울이라도 그것은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4. 이제 우리는 연옥의 고통과 그 구출방법을 알았으니 이 시간부터 힘껏 연령을 구출합시다. 연령 중에는 우리가 사랑하던 부모형제 자매와 친척 중에 반드시 어느 누가 끼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생전에 못해드린 효성을 기워갚기 위해서도 모든 정성을 다하여 도와드려야 하겠읍니다. 우리는 연령을 동정합시다. 그들은 자기의 힘으로는 조금도 고통을 덜 수 없읍니다. 그것은 사람이 한 번 죽으면 공로를 세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빛이 있는 동안에 행하라. 어두움이 오면 아무도 행할 수 없나니라』 그들의 고통을 덜 수 있는 이는 오직 우리 뿐입니다. 우리는 연령을 구출해야 합니다. 그들 중에는 생전에 우리의 잘못과 악표양(惡表樣) 때문에 범죄하고 그 보속을 지금 하고 있는 영혼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이름 모를 연령은 마땅히 구출해야 할 의무가 있읍니다. 연령을 돕는 것은 자기를 돕는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는 옛말과 같이 우리가 지금 그들을 구출한다면 그들은 승천 후 절대로 우리를 잊어버리지 않고 천주께 전구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지금 연령을 도와주지 아니하면 이후에 우리의 후손들도 우리를 기억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힘껏 연령을 구출합시다. 그것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것입니다. 『애긍하는 이는 진복자로다. 저들이 애긍함을 받을 것이니라』
金成道 神父(마산중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