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歐洲隨想(구주수상)] ②
이러나 저러나 한평생
自暴自棄(자포자기)와 奉仕(봉사)의 差異(차이)
黑大陸(흑대륙)서 만난 白人女子(백인여자)
발행일1962-04-15 [제323호, 3면]
사람은 이래 살아도 한 평생 저래 살아도 한 평생 살기는 매일 반이다. 이 말은 보통으로 한 평생 밖엔 못살 일생, 마음대로 살아보자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다시말하면 함부로 살아도 좋단 말이다. 그러나 한 평생 밖엔 없을 이 일생을 잘살아보자, 뜻있게 살고 가치있게 살아보자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한 평생이 긴 것 같아도 지나고 보면 허무하리만치 짧은 것이다. 이래 저래 한 평생 저도 모르게 가버린다.
이 두 가지의 평생을 각각 살고 있는 두 젊은 여자를 「가루아」에서 만났다. 나한테는 두 여자 다 고마운 사람들이며 그 인정을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친절한 여인들이며 다같이 남을 위하여 봉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가루아」라고 하면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가장 깊숙히 들어간 한가운데, 「챠드」호수 남쪽에 있는 작은 읍내다.
이 두 여인들은 한 읍내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 생활과 생각이 각각 다르다. 이 두 젊은 여인이 왜 버림받은 듯한 이 구석에 와서 사는지 독자들의 자유로운 해석에 맡겨둔다.
전보를 석장이나 쳐놓고 「가루아」 비행장에 내렸는데 아무도 나를 찾는 사람이 없었다. 앞으로 남은 길이 한국 이수로 따지면 천리는 남았는데 앞길은 비행기도, 기차도, 자동차도 없는 막막한 황무지다. 초조와 불안 속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경황없이 안았을 때 한 젊은 여인이 앞에 나타났다.
고향은 「빠리」 금발버리에 크고 푸른 눈에 인정이 가득해서 『객지에서 얼마나 외롭겠느냐』고 하고 『나는 치과의사 부인 아무개인데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주겠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대강 자기 소개하는 말을 들어보면 자기 남편은 「마르띠니」 사람이며 완전한 깜둥이는 아니나 반깜둥이라는 것, 딸이 하나 있다는 것, 남편은 오늘 「마루아」로 떠나고 없다는 것 등이었다. 「마르띠닠」이라면 중미 「도미니까」공화국 옆에 있는 조그마한 섬 사람인데 「빠리」 유학왔을 때 알게되어 남편의 고국도 자기 고향도 아닌 여기로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아듣지 못할 일은 말끝마다 자기 남편을 『더러운 깜둥이 놈』이라고 불렀다.
그날밤 자정이 가까워서 「호텔」로 돌아오니 홀에 이 여자가 나타났다. 낮에 와는 정 반대로 몸에 붙은 옷을 짧게 입고 만취가 되어 세 사삼의 프랑스 남자와 춤을 추며 추태를 부리다가 『동양 특히 예의를 숭상한다는 한국사람 앞에 가정부인이 이런 추태를 부려 미안하다』고 하며 『이래도 한 평생 저래도 한 평생 이것이 인생이 아니예요?』라고 소리를 고래 고래 질렀다.
「마루아」 천리 길을 무슨 재주로 가느냐? 아무리 생각해도 도리가 없다. 그래서 무슨 도리가 없을까 하고 이리 저리 헤메다가 우연히 그야말로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났다. 남부 프랑스 사람 연령은 30세 가량 노처녀다. 대단한 미인은 아니라도 단정하고 깨끗한 여자다. 한량없이 맑은 눈에 인정이 가득하여 십년지기(十年知己) 처럼 반가워 했다. 나는 일찌기 이처럼 청정(淸淨)하고 이처럼 인정있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
같이 저녁을 먹고 화물자동차 편이라도 없을까 하고 둘이서 나섰다. 그 여자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대강 자기 소개를 했다.
그는 수녀도 동정을 허원한 사람도 아니오 평신자이다. 「뚤루즈」 대학의 불문과를 마치고 2년간 월남에서 일을 하다가 여기로 와서 이곳 흑인 아이들을 위하여 불어를 가르치는 한편 가난한 동리를 찾아다니며 혼자 그들을 돌보고 있다는 것이다. 해가 저물면 이 낡은 자동차를 숲속에 몰아넣고 그 안에서 잘 때도 있다고 한다.
『무섭지 않느냐?』고 물으니 문화인 백인들이 무섭지 흑인들은 남을 해칠줄 모른다고 했다.
몇군데를 돌아다닌 끝에 마침내 다음날 아침에 「마루아」까지 가는 화물자동차 하나가 있는 것을 알았다. 해여질 무렵에 『수녀도 아니오 동정녀도 아닌데 무엇때문에 혼자 이러고 사느냐』고 물으니 이상하게도 『이래도 한 평생 저래도 한 평생인데 조금이라도 남을 위하여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되지 않겠어요?』하며 고요한 소리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