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죽음에는 반드시 알아야 할 두 가지 법칙이 있는데 하나는 사람은 다 한 번 죽는다는 것이요 둘은 그러나 어디서 언제 어떻게 죽을찌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반드시 죽읍니다. 이 법칙은 절대로 불변입니다. 모든 법칙에는 다 예외가 있으나 이 법칙에만은 절대로 예외가 없는 것이 예외입니다. 그 옛날 죽기 싫어서 불로초(不老草)를 구하든 진시왕(秦始王)도 죽었고 천하를 움직이든 절세의 가인과 영웅호걸도 땅에 묻혔읍니다. 죽지 않고 승천했든 구약의 <엘리아>와 <헤녹>도 공심판 전에는 한 번 죽을 것이요 원죄의 물듦이 없으신 성모께서도 돌아가셨고 마침내 신인(神人) 예수·그리스도께서도 운명하셨읍니다. 우리 중에 뉘 감히 죽지 아니하겠읍니까?
우리는 가끔 『아무 곳의 아무게가 죽었다더라』라는 소문과 부고를 받읍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항상 안됐다는 표정과 동정은 할망정 그 죽음과 나와는 관계가 없다는듯이 넘겨버릴 뿐입니다. 오히려 그는 죽었으나 나는 아직 살고있다는 안도감마저 느낍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 봅시다. 우리 주위 사람들이 다 『아무 곳의 누구는 죽었다더라』하는 쓸쓸한 소문만을 남기고 살아진다면 우리도 반드시 한 번은 그런 소문을 내고야 말 것이 아니겠읍니까?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오고 또 죄로 말미암아 죽음이 왔으니 모든 이가 범죄한 고로 만민 위에 죽음이 미첬나니라』(로오마 5·12)
2. 그러나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찌는 또한 절대로 모릅니다. 오랫동안 병석에서 신음하다가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는 사람도 있고 가족들의 따뜻한 간호와 갖은 성사를 다 받고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먼 타향 차디찬 여관방에서 객사(客死)하는 사람도 있읍니다. 이외에 아무도 모르게 자다가도 죽고 먹다가도 죽고 놀다가도 죽읍니다. 사람은 이와같이 여러 가지의 돌밭 사건으로 이외에도 덧없이 죽어갑니다. 여기에 대하여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에게는 저런 죽음이 닦쳐오지 아니하리라고 장담할 수 있읍니까? 특히 요새와서는 병으로 고요히 죽는 사람보다도 갑자기 죽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아졌다는 것은 무서운 사실이 아닐 수 없읍니다.
3. 사람은 세상에 한 번 꼭 나고 또 꼭 한 번 죽읍니다. 이 한 번 죽는 죽음을 우리는 잘 준비해야 하겠읍니다. 왜냐하면 죽음으로써 우리의 영생(永生)과 영벌(永罰)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영생과 영벌이 결정되는 순간! 이 얼마나 엄숙한 순간입니까? 가톨릭이 가르치는 죽음은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설(輪廻說)과 같이 몇 번이고 다시나고 다시 죽는다는 아해들의 작난과 같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한 것이요. 그 다음은 심판이니라』(헤브레아 9·27) 바로 이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심으로 죽을 준비를 잘 합시다. 깊이 생각하면 가톨릭의 신앙생활은 잘 죽기 위한 준비라고도 할 수 있읍니다. 죽음의 준비로써 여러분은 다음의 세 가지 점을 참고해 보십시요.
①『나는 반드시 죽는다』는 이 천고불변의 진리를 이론적으로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우리의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 삭여둡시다. 현대인은 특히 죽음을 잊으려하고 마치 죽지 아니할 듯이 살고싶어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자기기만의 탈을 벗어버려야 하겠읍니다.
②죽음에게 불의의 습격을 당하지 맙시다. 오히려 죽음을 태연하게 맞어드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집시다. 그리고 『인자(人子)는 도적과 같이 온다』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자주 묵상합시다.
③매일 매일 그날 하루를 자기의 마지막 날로 알고 모든 것을 청산하는 습관을 가집시다. 오늘 받은 고해성사도 마지막이요 미사참례도 영성체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저녁이 되면 일터를 정돈하고 자리에 눕는 것과 같이 매일 저녁 우리의 양심을 살펴보고 깨끗이 정돈한 다음에 영원한 부활을 꿈꾸다가 공심판의 나팔 소리에 깨어날 듯이 살어갑시다.
이렇게 죽음을 항상 준비하면서 사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제일 지혜로운 사람이며 또 가장 실속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죽을 때에 모든 사람이 다 두려워할찌라도 홀로 죽음아! 네 승리는 어디 있느냐? 나는 그리스도와 같이 너를 이겼노라』하면서 미소띤 얼골로 눈을 감을 것입니다.
金成道 神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