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歐洲隨想(구주수상)] ③ 十年工夫(십년공부)
선교 10년에 뼈만 남은 수사들
「키르디」族은 舊約時代 헤메고?
옷 입을 줄 모르는 90萬
발행일1962-04-22 [제324호, 3면]
「십년공부」라고 하면 십년이란 세월을 두고 쌓은 공이란 뜻인 동시에 오래동안 쌓은 공이라는 말로도 쓰인다. 그래서 여러해 애써한 일이 아무 효력이 없게 되거나 오래동안 공들인 일이 허사가 되면 사람들은 실망한 나머지 『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 혹은 『십년공부 도래미타불』이라고도 한다. 망덕(望德)이 없는 소리다. 자기의 공(功)을 이 지상에 쌓으려고 할 때는 언제나 허망하여 망덕(亡德)이 되기 일수다. 『공은 영원한 천당에 쌓아야 하느니라.』
우리는 진실한 망덕(望德) 속에서 살아야 하겠다. 그래야만 이 세상에서 섭섭한 일을 모르고 살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십년동안 공을 쌓아서 헛되지 않고 망덕의 갖음을 받은 이야기가 있다. 「마요 울데메」라고 하면 「아프리카」에서도 가히 버림받은 듯한 오지(奧地) 아프리카 중앙고지의 한가운데다. 이 세계의 한구석에 <아담>의 가족이 아직 지당에서 살 때처럼 옷을 입는다는 것을 아예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90만명이나 산봉우리 위에서 살고 있다. 「키르디」족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소위 문화인을 자랑하는 나라 사람들처럼 못된 생각으로 입었던 옷을 벗은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몸을 가릴 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알몸둥이로 산다고 해서 죄를 부자 밥먹듯이 하는 현대인과 같지 않고 천주 정하신 법대로 산다. 구약시대다. 그들은 「하나이신」 신을 공경하고 염소를 잡아 산마루 높은 바위 위에 차려놓고 모양할 수 없으나 확실히 계시는 유일신에게 제사를 올린다. 그들은 성을 악용할 줄 모르고 후손을 번성케 하는데만 쓴다. 이 부족(部族)에는 나병은 있어도 성병은 없다.
지금은 이 「마요 울데메」 가까이까지 비행기편이라도 있지마는 10년전만 하더라도 여기에 갈려면 한달이고 두달이고 걸어서 찾아 들어가야 했다. 꼭 10년전의 일이다. <후꼬> 신부의 작은 형제회 수사와 수녀들이 여기 「마요 울데메」를 찾아가서 토막을 짓고 「울데메」 산 위에 사는 형제들을 향하여 『이 평지에 내려와서 우리와 같이 살며 그리스도의 가르치심을 들어보라』고 10년을 하루같이 관상과 기도와 노동으로 세월을 보냈다.
그들의 공이 얼마나 많이 천상에 쌓였으랴마는 한 사람도 이 호소에 응하지 않고 한 사람도 수사, 수녀들의 모범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고장은 낮이면 염열(炎熱) 40도를 넘고 밤이면 기온이 0도를 향하여 급전직하하는 곳이다. 수녀는 죽고 또 병들어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으나 수사들은 뼈만 앙상한 얼굴로 오늘도 묵묵히 그들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십년일득(十年一得)』이란 말도 있는데 어쩌면 이렇게 몰라줄까 간혹 찾아오는 새까만 친구들은 옷을 입어 몸을 가리운 수사들을 조롱한다. 『얼마나 몹쓸 병이 들었기에 밤낮 저렇게 몸을 가리우고 있을까. 불구자인지도 모르지?』 한다. 『본국에서 얼마나 악한 범죄를 했기에 장가들지 못하는 벌을 받았을꼬?』 이것이 그들이 십년간 이해한 결론이다. 여기에 CIDR(국제향토개발단)이 이 수사들의 사업을 측면으로 협조한지 2년, 지금 「마요 울데메」에 봄이 찾아왔다. 「키로디」의 젊은 친구들이 산에서 내려온다. 개발단과 협력하기 시작하여 자기들과 가까운 생활을 통하여 더 쉽게 이해한다. 주일날이면 아홉자 방만한 성당에 깜둥이들이 꽉찬다. 그들도 성당에 들어올 때만은 잠방이를 하나씩 꿰고 나타난다.
CIDR의 단원들은 그들과 같이 같은 생활을 하며 같이 발전한다. 같이 출발하여 극히 초보적인 기술을 가르쳐 준다. 지금 구도자가 몇사람 있어도 이들이 영세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아직도 10년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마요 울데메」 무인지경에 그리스도의 형제촌이 이루어지고 주님을 찬양하는 소리가 「울데메」 산에 메아리칠 날은 또 십년공부를 요구한다. 작은 형제의 수사들은 흙벽돌 성당 짓기에 오늘도 여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