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歐洲隨想(구주수상)] ⑤ 20世紀(세기)의 「도비아」들
不具(불구)가 不具者(불구자) 도와
佛蘭西(불란서) 僻地(벽지)서 시작한 低開發地域(저개발지역) 事業(사업)
世界復興運動(세계부흥운동)하는 平信(평신)들
발행일1962-05-13 [제326호, 3면]
나병환자라고 하면 한국에만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이런 환자가 있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치들도 없지 않다. 나병환자가 한명도 없으면 더욱 좋겠으나 있다고 해서 조금도 부끄러워할 것은 없다.
그보다도 화류병이 많은 것을 부끄러워하고 그보다도 화류계가 번창한 것을 더욱 부끄러워하고 또 그보다도 한 형제가 불행한 병고에 울고 있는 것을 돌보기는 커녕 회피하고 두려워하는 씽씽한 환자들이 많음을 더욱 부끄럽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하겠다.
프랑스 북부에 나환자들 몇사람이 뜻을 같이하여 자니게들의 생활을 자기네들의 그 꼬부라진 손 하나로 해결하고 이제는 다시 세계만방에 불우한 인류를 구하겠다고 나선 환자들의 낙원이 있다. 여기를 그들은 「우리집」이라고 부른다. 이 서양 나환자들은 세계 2천5백만 나환자들 중에서도 가장 선구자들이며 소위 문화인을 자랑하는 수억만의 정신적 나환자들보다 진보적이다.
「빠리」에서 북으로 허허벌판을 달리기 약1백「킬로」에 산이라고 하기보다는 높고 낮은 언덕으로 구성된 프랑스 북부의 구릉지대에 이르고 다시 이 언덕들을 감돌아 흘러 「오아즈」의 평야를 축축히 적셔주는 「렌」강을 따라 계곡을 내려가면 조그마한 농촌이 있다. 이 마을을 「오뜨레쉬」라고 한다. 이 촌락에서도 외딴 산모퉁이에 나환자들의 집이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룬 고장은 황폐하여 버림받은 땅으로 오래도록 방치되어 있었다. 여기에 그들이 첫번 밭을 갈고 농사일을 시작한 것이 십년전 일이다. 이제는 십여만평의 기지를 가지고 농장도 있고 목장도 있고 닭도 치고 도야지 토끼들도 먹인다. 십년전에 손으로 짓던 농사가 지금은 기계로 짓는다. 목공 · 철공 등의 공작소도 있다.
이제 이 수입으로 넉넉하니 우리보다 불쌍한 사람들을 구하자고 세계의 저개발국민들에게 협조원들을 보내고 있다. 그들 자신은 신체가 불구하니 훈련소를 만들어 협조원들을 양성하여 보낸다. 그들의 지도와 훈련은 생활을 통하여 한다. 그들과 같이 한달을 살던 인간사랑의 존귀함과 그 법을 알게된다. 여기에는 학식과 이론이 필요치 않다. 오직 사랑만으로 족하다.
이 사업의 지도자는 죠와 레몽과 이본느다. 이 세 사람은 다 눈을 못보는 소경이다. 죠는 이 사업의 머리요 정신이다. 그는 20여세에 환자가 되어 지금은 몇해재 침상에 누워서 이 사업을 지도학고 있다.
1년 전에 그는 임종했는지 아직 생명이 있는지 분간키 어려울 만큼 혼수상태에서 며칠을 지낼 때 모든 이들이 그의 부활을 기구했다. 그는 다시 살아났다. 그는 수학의 천재로 지금도 학자들이 찾아오나 그보다도 정신적인 고민을 고백하러 오는 사람이 더 많다. 신부나 수녀들도 찾아와서 그의 지도를 받는다.
그는 눈을 깜았어도 천당과 세상을 한꺼번에 환히 보고있다. 그가 누워서 성체를 영할 때는 성인의 모습을 알게된다. 그를 대면하면 「사랑」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그는 나병을 주신 천주께 감사한다.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떠게 죽느냐가 문제라』고 한다.
이본느는 이 사업의 마음이요 정성이다. 이본느는 이 집안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 그의 판단은 한번도 그르친 일이 없다고 한다. 레몽은 손이요 발이다. 그는 5세때에 환자가 되어 지금 50세, 45년간 쌓은 공부는 누구라도 경탄한다. 그는 이 큰 살림의 책임자이다. 이 넓은 집안의 살림, 공장의 도구, 농토에 관하여, 또 건축설계 감독, 경리 모조리 눈을 깜고도 환하다. 그의 마음의 장부는 어떤 기록물도 당할 수 없다.
마음이 밝은 사람은 천주께서 버리지 않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