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아기 예수 잠 깨실라
발행일1961-12-25 [제308호, 6면]
앞배가 부를대로 부른 스므살이 채 못된 얌전한, 아기밴 여인이 배아픈 것을 견디느라고 눈을 내리 감은 그 어여쁜 얼굴을 때때로 찌프립니다. 몸집이 씩씩하나 아주 순결하게 보이는 한 청년이 고삐를 ㅈ바은 당나귀 등에 그는 옆으로 걸터앉아 끄는대로 따라가고 있었읍니다.
그들은 「나자레」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읍니다. 해가 저물면 자자지는 짐승의 발걸음을 달래가면서 조심조심 가노라니 걸음이 더더 그 많던 행인들이 다 앞서 가버리고 그듦나 뒤에 처져 버렸읍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집니다.
추위가 듭니다.
마을의 불빛은 아직도 멀리 보입니다.
동내 안으로 들어선 것은 한밤 중이였읍니다. 주막이나 여관은 말할 나위도 없고 온 동내의 집집마다 「예루살렘」에로 올라가서 국세조사의 등록을 마치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나그네들로 꼭꼭 들어차 있었읍니다.
못들어간 사람들은 처마 밑에서 떨고 있었읍니다.
여인은 배가 자꾸만 자주 아파집니다. 몇몇집을 더듬어 지칠대로 지쳐가지고 들어선 마지막 집에도 빈 데라고는 외양간 하나밖에 없었읍니다.
이제는 할 수 없다.
저기라도 들어가자!
누런 큰 엄마소. 얼룩덜룩 송아지. 희고 복스러운 양 새끼들.
그 안은 훈훈했읍니다.
춥지 않은 것만이 다행이라 지린 내 구린내도 나지 않습니다.
여러 마리 짐승들이 짓밟아 질컥질컥한 바닥 한 쪽 구석에 쌓아놓은 짚북더기를 펴서 깔고 온종일 걱정에 시달린 그들은 그 위에 주정낮아 발을 뻗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읍니다.
조금 있다가 성모 마리아이신 그 여인이 돌아눕고 <요셉> 성인이신 그 청년이 바깥으로 잠깐 나간 사이에 갓난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졌읍니다.
<요셉> 성인이 들어와보니 참으로 참으로 말할 수 없이 귀여운 옥동자이였읍니다.
아빠의 눈앞이 훤해집니다.
살얼음이 어는 바깥은 찬 하늘에 별들만 총총하고 온 세계가 깊은 잠에 잠긴채 바람 한 점 없는 깊은 밤중이었읍니다.
바로 그 때였읍니다.
들판에서 주인집의 양때를 지키느라고 뜬 눈으로 밤을 새우는 목동들이 모닥불을 둘러앉아 서로 지껄이는 이야기가 한창이였읍니다.
갑자기 모닥불이 확 꺼지더니 저편 하늘이 환해집니다.
동이 틀 때도 아닌데?
놀라서들 그 쪽을 바라보니 점점 더 밝아오지 않겠읍니까!
그 빛덩이가 가까워집니다.
야! 저 소리!
노래 소리다!
합창이다!
성가다!
한 때 요란합니다. 천지가 진동합니다.
『하늘에서는 천주께 영광 땅 위에서는 인간에 평화!』
정신을 가다듬어 귀를 기울입니다.
『마음 착한 인간에 평화』
이렇게 들리지 않습니까! 그것은 천사들의 노래였읍니다.
모두들 말할 수 없는 기쁨에 마음이 들떠 정신이 팔려 있었읍니다. 그 때 희고 밝은 빛이 나는 천사가 그들 앞으로 가까이 내려왔읍니다. 그는 맑은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읍니다.
『놀라지 마라. 아이들아! 우리는 천사들이다. 원죄 없으신 평생동정녀에게 성신으로 잉태하신 구세주께서 이제 탄생하셨다. 「베트레헴」 마을에 가서 그를 뵈아라. 동내 끝에 제일 작은 초가 집이다. 안방이 아니라 외양간이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밝은 빛도 황홀한 합창도 빛나는 천사들이 한꺼번에 사라져버렸읍니다.
정신을 차리니 도로 고요한 깊은 밤중이였읍니다.
별빛만이 아까보다 더욱 총총할 뿐이었읍니다.
『이상타!』
『이게 웬일이지?』
『그래 나도 보았어!』
『합창도참 잘하더라!』
『나도 들었는걸!』
『나도……』
『나도……』
여러 아이들의 말이 다 같습니다.
헛것을 본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가자!』
『어서 가서 뵈옵자!』
남의 집 양떼가 못 잊혀 두 아이만 남기로 하고 모두들 숨가쁘게 달려갔읍니다.
예수 아기는 포대기에 싸여 짐승들이 죽을 다 먹고난 빈 구유 속에 누워계십니다.
그 아기의 얼굴에서 솟는 이상한 광채가 온 방안에 가득 차 있었읍니다.
엄마 소가 굵은 눈을 천천히 꿈벅거리면서 흐뭇한 콧김을 드문드문 하얗게 불어 예수 아기를 녹히고 있다.
눈을 감으신 것이 잠드셨나보다!
아기 엄마 마리아와 양아빠 <요셉>이 구유통 양 옆에서 무릎을 꿇고 합창한 채 기도에 마음이 잠겨 아이들이 들어온 것도 모르고 꼼짝도 않습니다.
예수 아기가 놀라서 깨실까봐 가쁜 숨을 죽이면서 목동들도 무릎을 꿇었읍니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니 눈이 감깁니다.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머리가 절로 수그러집니다.
이제야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아까 보았던 하늘이 환하던 서광.
황홀하던 성가의 합창 소리.
신기하기도 하던 천사의 말이 마음 속에서 되살아납니다.
『마음 착한 인간에 평화!』
이 아이들은 모두 착한 마음을 먹기로 작정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깨끗한 아잇적 마음을 버리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고요한 밤이 더욱더 깊어갑니다.
한없이 거룩한 밤이올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아기 예수 잠드셨네』